함영주 하나금융지주 차기 회장의 취임이 안갯속이다. 채용 비리와 연관된 재판(1심)서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해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일부 불완전판매와 관련된 재판에선 패소했기 때문이다. 법적 리스크가 일부 해소돼 무난하게 회장에 취임할 것으로 점쳐졌지만, DLF 소송 패소로 인해 하나금융지주의 지배구조가 다소 불투명해진 것으로 평가된다.
14일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판사 김순열)은 함영주 회장 내정자 등 4명이 금융위원회 등 2명을 상대로 업무 정지 등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함 회장 내정자 등은 DLF와 관련해 금융당국이 낸 징계를 취소해달라고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함 내정자는 금융위로부터 '문책경고'의 제제로 중징계에 해당되는 징계를 받았다.
재판부는 하나은행이 판매한 전체 해외금리 연계 DLF 상품 중 이번 징계 사유로 인정된 계좌 886건(가입금액 1천837억 원 상당) 판매 과정이 불완전했다고 판단했다.
사법당국은 "일부 처분 사유가 인정되지 않더라도 불완전판매로 인한 손실규모가 막대하다"며 "투자자 보호 의무를 도외시하고 기업 이윤만을 추구하는 모습은 은행의 공공성과 안전성에 대한 신뢰와 신의를 저버린 것이며 임원진은 이에 상응하는 책임을 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금융당국이 처벌할 수 법리적 근거가 없다고 은행이 주장했던 '내부통제 위반'에 대해서 재판부는 내부통제 위반 사항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 측은 "내부통제 기준이 실효성이 없게 되는 경우에도,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하나은행의 일부 내규는 실효성이 없었다"고 진단했다.
하나은행은 2016년 5월부터 DLF를 판매했다. 상품 구조는 물론이고 기초자산이 복잡하다 보니 초고위험군 상품이지만, 이를 판매하는 과정서 일부 불완전판매가 발생했다고 금융감독당국은 판단했다. 2020년 3월 금융위원회는 제재를 의결하면서 하나은행이 일반투자자에게 상품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적합성원칙 ▲적정성원칙 ▲설명의무 및 설명서 교부의무 ▲녹취의무 등을 위반했다고 봤다.
하나은행 측은 "DLF와 관련해 법적, 절차적 부당성에 대해 적극 설명하는 한편, 고객 피해 회복을 위해 금융감독원의 분쟁 조정안을 모두 수용해 투자자들에게 배상을 완료했다"며 "최선을 다해 대응했음에도 은행 입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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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측은 "금융위와 금감원은 1심 재판부의 판결을 존중하며, 판결 내용을 면밀히 검토해 향후 입장을 정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나은행과 함께 DLF불완전 판매 의혹을 받은 우리은행의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도 문책경고를 받았고, 손 회장 역시 불복해 소송을 냈다. 1심은 손 회장의 징계를 취소해야 한다고 판단했고, 금융당국의 항소로 2심이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