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크릴 "데이터 기반 차세대 인공지능 병원 국내 첫 구축"

[인터뷰/박외진 대표] '나디아' 플랫폼 연내 개발...우즈벡 등 해외에 수출도

인터뷰입력 :2022/03/11 08:38    수정: 2022/03/16 21:02

"우리가 하고 싶은 것은 진정한 ‘인공지능 병원’입니다. 단순히 AI 소프트웨어(SW)를 한두 개 도입한 병원이 아닙니다. 병원 업무 전반을 자동화한 의료정보시스템(HIS)을 비롯해 원격의료서비스, 소프트웨어형 의료기기(SaMD) 등을 결합한 온오〮프라인 융합 의료 서비스입니다. 일종의 인공지능 포털입니다. 인하대 병원과 협력해 올해말 처음 국내외에서 문을 엽니다."

AI전문기업 아크릴의 박외진 대표는 최근 서울 지하철 7호선 강남구청역 인근 사무실에서 이뤄진 지디넷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이 같이 밝혔다. 그는 인터뷰 내내 인공지능 병원을 강조했다. 박 대표가 말하는 인공지능 병원은 단순히 병원에 AI를 적용한 게 아니다. 이미 이런 병원은 국내에 많이 있다. 2016년 인천 길병원이 미국 IBM의 암진단 AI(왓슨 포 온콜로지)를 도입한 이래 인공지능 병원이 확산됐다.

박 대표가 말하는 인공지능 병원은 특히 데이터 유통이 중요하다. 병원 업무 전반에 데이터가 물 같이 흘러다닌다. 환자 치료에 AI 솔루션 한두 개를 도입하는 현재를 뛰어넘는다. 특히 병원의 가장 중요한 업무인 환자 치료와 진단은 물론 연구와 교육, 예방 등 5개 부문에서 데이터와 인공지능을 활용해 편리성과 효용성을 높인다. 일종의 차세대 인공지능 병원이다. 아크릴은 '나디아(NADIA)'라는 AI 플랫폼을 개발해 이를 구현할 계획이다. '나디아(NADIA)'는 차세대 AI 기반 디지털 헬스케어를 뜻하는 Next generation Ai-based DIgital healthcAre의 약어다.

박외진 아크릴 대표. KAIST 출신으로 '조나단'이라는 인공지능 플랫폼을 개발해 공급하고 있다.

'나디아'는 치료와 진단, 연구, 교육, 예방 등 환자를 치료하는 5개 영역은 물론 병원 업무 전반에 데이터가 심리스(Seamless)하게 흐르며 서로간 시너지를 내게 해준다. 현재는 이들 영역의 데이터가 분절, 따로 따로 논다는 게 아크릴 판단이다. 이 부분이 아크릴이 개발중인 '나디아 병원'과 현재의 '인공지능 병원'이 가장 큰 차이다.

아크릴은 올 연말쯤 해외 병원 한 곳과 국내 병원 한두 곳에 '나디아'를 적용한 병원을 개원할 예정이다. 박 대표는 "이런 종류의 인공지능 병원은 아직 국내에 없다"면서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다"고 강조했다.

아크릴은 '나디아'를 의료정보시스템(HIS) 전문 기업 파인헬스케어(대표 신현경)와 손잡고 개발하고 있다. 특히 '나디아'는 글로벌 의료용어 표준인 '스노메드 시티(SNOMED CT)'를 반영해 AI 추론을 거쳐 약 처방을 추천할 수 있다. 이 부문도 국내서 '나디아가' 처음 구현하는 것이다. 박 대표는 "나디아가 병원에 본격 적용되면 병원 업무에 큰 혁신이 일어날 것"이라면서 "향후 행보를 기대해 달라"고 말했다.

아래는 박외진 아크릴 대표와 일문일답. 아크릴은 현재 '조나단(Jonathan)'이라는 전주기 AI플랫폼을 개발해 공급하고 있다.

-현재도 인공지능 솔루션을 도입한 인공지능 병원이 많이 있다. 아크릴이 말하는 인공지능 병원은 어떤 병원인가?

"우리가 말하는 인공지능 병원은 현재의 인공지능 병원과 개념과 기능이 완전히 다르다. 병원 업무 전반에 AI와 데이터가 큰 역할을 한다. 데이터가 병원 업무 전반에 자유롭게 흘러다니며 서로간에 시너지를 낸다. 다양한 의료 데이터를 한 군데 모아 치료와 진단, 연구, 교육, 예방 등 환자 치료와 관련한 병원의 모든 것을 AI플랫폼으로 지원한다. 현재 병원들이 AI를 도입했다고 하지만 그 중심은 여전히 오프라인이다. 우리와는 차원이 다르다. 우리는 온라인이 훨씬 강화됐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온라인에 환자 치료와 관련한 모든 것을 구축했다. 궁극적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하나 같이 움직인다. 우리는 이를 'OMO(Online-Merge-Offline)' 병원이라 부른다."

-아크릴이 말하는 인공지능 병원은 왜 필요한가?

"현재 대부분 병원은 평균 의료에 그치고 있다. 환자 개개인의 차별성이 부족하다. 환자 개개인은 다 다르고 다양하다. 유전체가 다르고 습관이 다르고 자라온 환경이 다르다. 이들 요소는 환자 치료에 매우 중요한 요소다. 하지만 현재는 환자 진료에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맞춤형 진료가 안 되고 있는 것이다. 이게 되려면 환자 개인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과 개개 데이터를 학습해야 한다. 기존에는 이게 의사를 통해 이뤄졌고,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우리는 이를 '나디아'라는 플랫폼으로 해결하려 한다. '나디아'를 도입하면 병원이 환자 진료의 궁극이라 할 수 있는 초개인화와 초정밀화를 실현할 수 있다."

-'나디아'를 적용하면 병원 업무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나?

"병원 업무 전반에 혁신이 일어난다. 편리성과 활용성이 높아지고 가성비면에서도 유리하다. 병원의 기본 업무인 환자 진료와 치료도 마찬가지다. 병원의 환자 치료는 결국 크게 다섯 가지 분야다. 진단, 치료, 교육, 연구, 예방이다. 먼저 진단을 보자. 우리가 개발하고 있는 '나디아'를 적용하면 통합데이터를 사용하기 때문에 검사의 질 자체가 향상된다. 의사 진단이 더 효율적이며 정확해진다. 중증도 여부와 경과 판단 같은 의사 결정을 보다 잘 지원해 준다. 그동안 의사들은 주로 개별 AI 기술에만 도움을 받아왔다. 이에 따른 관리 및 시간 비용이 '나디아'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다. '나디아'를 사용하면 진단 분야의 이런 비효율을 줄일 수 있다. 특히 현재의 병원은 이들 5가지 역할 중 치료와 진단에만 치중한다. '나디아'는 다르다. 플랫폼이다 보니 연구와 예방 분야에서도 큰 역할을 한다. 흔히 개별 산업(인더스트리)에 인공지능을 적용하는 걸 'AI+X'나 'X+AI'라 부르는데 가장 좋은 융합은 이게 아니다. AI가 각 도메인에 녹아들어가는 AI=X가 돼야 한다. 우리가 말하는 인공지능 병원도 이런 개념이다. '나디아'는 새로운 병원 업무 전반에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

박외진 아크릴 대표가 차세대 인공지능 병원을 설명하고 있다.

-치료 분야는 지금보다 어떤 점이 좋아지나?

"진료시 의사가 데이터와 진료 내용을 표준에 맞게 자동 입력할 수 있다. 의사가 치료에 보다 잘 집중하게 해준다. 또 환자 말에만 의존하는 게 아니라 환자의 이전 및 치료 관리 데이터를 기반으로 치료를 할 수 있다. 치료 과정 모니터링도 가능하다. 질병 초기 단계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병원 입원 기간 단축과 치료 비용 감소,약물 오남용 방지 같은 효과도 거둘 수 있다."

-병원 연구 분야는?

"현장에서 치료하는 의사들의 진료 데이터가 현재 후방인 연구 분야에 잘 전달이 안된다. 병원과 센터(암센터 등) 중심으로 빅데이터 플랫폼이 구축돼 있지만 대부분의 병원은 연구가 진료 및 치료와 단절돼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나디아'는 연구단계에 필요한 데이터를 고려, 데이터 표준을 설계해 이를 적용했다. 통합된 EMR 데이터와 건강 데이터, 유전체 데이터를 연계 및 활용해 효과적인 치료 가이드라인을 도출한다. 치료 효과를 추적하고 관찰하는 것도 가능하다. 데이터의 양과 질을 통합 관리함으로써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빠른 신약 연구와 첨단 의료 기기 개발도 촉진한다."

-의사 교육은 어떻게 좋아지나?

"의사 교육에도 큰 도움이 된다. 현재의 의사 교육은 대부분 도제식이다. 연차가 낮은 의사가 스킬을 올릴 수 있는 부분이 제한적이다. 하지만 '나디아'를 활용하면 우수한 많은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다. 신기술 습득이 그만큼 빨라진다. 연차가 낮은 의사가 '학습'할 수 있는 질좋은 데이터를 많이 제공하기 때문이다. '나디아'는 의료 데이터 구축과 관리 비용, 인적 자원 부담도 줄여준다."

-질병 예방에는 어떤 도움을 주나

"병원 내 치료 데이터를 비롯해 방문 이전과 이후 종합 건강데이터, 또 개인 체질을 통합 분석할 수 있어 질병 예방에 큰 도움을 준다. 현재의 의료체계는 예방보다 계도와 계몽에 치중해 있다. 우리가 구축하는 인공지능 병원은 헬스케어를 뛰어넘어 '웰케어' 차원으로 철저히 예방 중심이다. 이미 이런 사업을 한 경험을 갖고 있다. '나디아'를 도입하면 병원의 예방 업무가 더 정확해 질 것이다."

-국내에 많은 의료AI기업이 있다. 이들과 '나디아'는 어떻게 다르나?

"국내 여러 AI기업이 내놓은 AI 제품은 환자가 겪고 있는 여러 증상을 의사가 보다 잘 진단하게 도와주는데 그치고 있다. 병원 입장에서 보면 이들 AI 솔루션은 새로운 의료기기를 도입한 거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병원에는 이들 AI 솔루션 말고 수많은 의료기기들이 함께 쓰인다. 그런데 이들이 다 따로 논다. 통합 데이터 관리가 안된다. '나디아'는 개별 의료기기에서 발생한 데이터들을 통합적으로 관리해준다. 국내의 많은 의료AI 솔루션이 '나디아' 플랫폼에 들어올 수 있는 구조다."

-기존 병원정보시스템(HIS)과는 어떤 차별성이 있나

"HIS에는 보통 네 가지 기본 기능이 있다. 진단, 환자중심 서비스, 원무(병원 프로세스), 연구 등이다. 이 중 ‘연구’를 보면, 병원 데이터가 지속적으로 쌓이면서 각 병원이 필요로 하는 인공지능 기술이 요구된다. 이런 일을 통합 관리하는 게 인공지능 병원인데 '나디아'가 이를 가장 잘 할 수 있다. '나디아'는 대부분 소프트웨어로 동작한다. 이 때문에 상당히 많은 부분이 온라인 상에서 서비스가 이뤄진다. 한계가 없는 온라인이라는 점에서 환자들의 편의성과 접근성이 크게 개선된다."

-나디아를 함께 개발중인 파인헬스케어는 어떤 기업인가?

신현경 파인헬스케어 대표

"파인헬스케어는 HIS 전문기업으로 전자의무기록(EMR) 인증을 갖고 있다. 이 인증을 보유한 기업이 많지 않다. 설립은 2019년이다. HIS에는 여러 시스템이 있다. 이중 파인헬스케어는 EMR이 강하다. EMR과 EMR 데이터를 활용한 진단용 인공지능 SW를 시장에 공급하고 있다. 특히 피부와 관련한 질환은 국내에서 가장 양질의 대규모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아크릴의 인공지능 플랫폼 ‘조나단’과 파인헬스케어의 HIS를 결합한 것이 '나디아'다. AI 플랫폼과 HIS를 결합한 건 우리가 국내 처음이다. 세계적으로도 최초일 듯 하다."

-아크릴의 인공지능 병원은 언제 개원하나?

"올 연말이면 가능하다. 연말을 기점으로 국내에 두 곳, 해외 한 곳에 '나디아'를 적용한 인공병원을 개원,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해외는 우즈베키스탄(우즈벡)이 대상이다. 정부사업으로 인하대 병원과 힘을 합쳐 공동으로 시행한다. 우즈벡을 시작으로 러시아, 카자흐스탄, 타지키스탄, 모잠비크,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에도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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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대 병원과는 어떤 협력을 하나

"지난달 9일 인하대 병원과 '글로벌 의료서비스 발굴 및 상호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교환했다. 인하대 병원과 원격의료시스템, 소프트웨어형 의료기기(SaMD) 등 인공지능 기반의 다양한 의료서비스를 공동 개발한다.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임상 및 시장 리서치 등도 같이 할 계획이다."

아크릴은 차세대 인공지능 병원 구축을 위해 지난달 인하대병원과 MOU를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