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美 FDPR 면제…러시아 수출 자율성 확보했다

정부 "실무 협의 필요했다"…철강 232조 협상은 난망

인터넷입력 :2022/03/04 14:14

온라인이슈팀

미국이 러시아 수출을 통제하는 해외직접제품규칙(FDPR) 적용 대상 면제국가에 우리나라를 포함시키기로 결정하면서, 대(對)러 수출에 있어 자율성을 확보했다.

정부는 미국의 다른 우방국보다 우리나라의 면제국 포함이 늦어진 이유에 대해 "(양국 실무부서간)시스템 차이로 조금 더 시간이 걸린 것"이라며 러시아 제재에 뒤늦게 동참한 것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결과적으로 FDPR 면제국에 포함되며 수출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게 됐지만, 이번 사태로 많은 기업들이 혼선을 빚는 등 정부 대응력에 문제가 있다는 시각은 쉽게 걷히지 않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미국 워싱턴 D.C.를 방문 중인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현지시간 3일, 상무부 돈 그레이브스(Don Graves) 부장관과 백악관 달립 싱(Daleep Signh) NEC/NSC 부보좌관 등 미국 측 고위인사와 면담하고 '한-미간 대러 수출통제 공조 및 FDPR 면제국 포함'에 합의했다고 4일 밝혔다.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3일(현지시간) 미 상무부 앞에서 특파원들과 만나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 뉴스1

이에 따라 미국은 수일 내 우리나라를 FDPR 면제국가 리스트에 포함하는 관보 게재 등의 조치를 취하게 된다.

앞서 미국은 지난달 24일 러시아 제재안을 발표하며 수출통제리스트(CLL) 7개 분야 57개 하위 기술 항목에 대해 FDPR을 적용할 계획을 밝혔다.

FDPR 규제는 미국 밖의 외국기업이 만든 제품도 미국이 통제 대상으로 정한 소프트웨어, 설계 등 기술이 적용된 경우 수출을 금지할 수 있도록 한 조치다. 면제국에 포함되지 못한 경우 우리나라에서 생산된 제품이라도 관련 물품 수출 시 미국 상무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번 FDPR 면제국 포함은 미국이 원하는 수준의 러시아 제재에 동참했다는 사실을 인정받았다는 의미로, 더 나은 러시아 수출 여건을 보장받는 것은 아니다.

FDPR 대상국에 포함될 경우 정부가 사실상 수출 통제권을 잃게 된다는 문제가 있다. 매번 미국 측에 수출 허가를 받아야 하는 기업의 부담이 늘고 미국의 결정에 따라야 하는 불확실성은 결국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여한구 본부장은 "미국과 비슷한 수출 통제 시스템을 가진 나라는 바로 (제재)를 시행할 수 있었지만 한국의 경우 다르게 구성돼 미국 측과 사전 협의가 많이 필요했다"며 우리나라의 FDPR 면제국 포함이 늦어진 이유를 설명했다.

'미국의 제외 조치가 우리나라의 대러시아 독자 제재가 늦어진 것 때문 아니냐'는 지적에 여 본부장은 "미국이 이번에 수출 통제의 세부적인 내용을 공식적으로 발표하기 전까지는 어떤 내용의 통제들을 도입할 것인지가 확실하지 않은 상태였다"라며 "(미국 측과) 독자적인 제재 도입 시 실무적인 협의를 계속해왔다"고 말했다.

한편 여 본부장은 이번 미국 측과의 면담에서 철강 관세 협상을 요청했으나 뚜렷한 답을 얻어내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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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은 무역확장법 232조를 앞세워 수입 철강 제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한 조치를 거둬들이고 있다. 앞서 EU와 일본이 협상을 마무리 지었지만 우리나라의 협상에는 응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여 본부장은 철강 수출 규제 조치와 관련해 미국 측이 "한국의 입장을 이해하지만 미국 내에서도 여러 가지 국내적인 복잡한 상황이 있기 때문에 긴밀하게 협의하자는 답변을 들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