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신대륙' 메타버스 경연장 된 MWC

[이슈진단+] MWC22 핵심 화두와 신기술 트렌드

방송/통신입력 :2022/03/04 08:48    수정: 2022/03/04 15:04

<바르셀로나(스페인)=박수형 기자> 3년 만에 열린 MWC가 메타버스로 물들기 시작했다. 5G 통신 상용화 이전에 지난 2019년 초 열렸던 마지막 MWC까지는 5G 통신을 구현할 네트워크 기술과 서비스에 집중됐다면, MWC22는 메타버스의 가능성에 초점이 맞춰졌다.

메타버스를 두고 MWC에 모인 이들이 그리는 청사진의 크기는 각각 달랐지만, 관련된 내용의 컨퍼런스와 전시 체험 부스에는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글로벌 ICT 업계의 기대감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메타버스 생태계의 모든 퍼즐이 맞춰지지 않았더라도 XR과 같은 기반 기술은 진일보한 모습을 보였고, 본격적인 사업화를 준비하는 기업들이 전면에 등장했으며, 정책적인 논의에서는 '디지털 신대륙'이란 표현이 나오며 이를 준비하기 위한 이야기가 시작됐다.

글로벌 콘텐츠제공사업자(CP)와 네트워크를 운영하는 통신사 간의 첨예한 쟁점인 망 사용 계약에 따른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네트워크 기술 측면에서는 화웨이, 에릭슨, 노키아 등 전통적인 장비 솔루션 회사들의 기존 기술의 고도화를 뽐냈고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후발 회사들의 오픈랜 생태계의 싹을 틔우기 위한 움직임이 보였다.

MWC22 피라그란비아 전시장. (사진=뉴시스)

■ '디지털 신대륙' 메타버스 총성 울렸다

MWC를 수놓은 메타버스는 다양한 형태로 등장했다. 단순 서비스 모델을 넘어 사업화 영역이 명확하게 그려지지 않은 이유로 풀이된다. 때문에 플랫폼을 선보인 회사와 XR과 같은 기반 기술을 강조하는 회사, 기존 게임 서비스에서 새 기능을 예고하는 회사, 이전 온라인 서비스를 고도화하는 회사 등으로 나뉜다.

전시 콘셉트를 메타버스로 내세운 SK텔레콤은 이프랜드를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이프랜드 HMD 버전의 경우에는 공연 콘텐츠를 참여 방식으로 즐길 수 있는 점을 제시했고, UAM을 체험하는 서비스는 MWC22 전시를 통틀어 마스코트로 자리를 잡았다. 또 SK텔레콤과 KT는 오프라인 전시관과 함께 메타버스 플랫폼에 옮겨놓기도 해 개막 전부터 화제가 됐다.

에릭슨은 2026년을 전망한 전시를 통해 메타버스를 통한 몰입형 대학 수업을 제시했다. 확장현실 안경을 착용하고 홀로그램으로 강의가 진행되는 식이다. 유럽 지역 통신사인 오렌지는 보다 구체적으로 해부학 강의에 가상현실을 적용하는 방식의 메타버스를 구상했다. 또 화재로 보수 공사중인 노트르담 대성당을 메타버스룰 통해 역사와 건축 강의로 제공하는 방안을 내놨다. 국내 스타트업 마블러스 역시 교육용 메타버스 플랫폼 '밈즈'를 알리는데 공을 들였다.

메타버스 서비스에 직접 나서는 대신 관련 스타트업을 지원하기 위해 모집하는 프로그램을 발표하는 텔레포니카와 같은 회사도 찾아볼 수 있고, HMD 디바이스로 잘 알려진 HTC는 전시 대부분을 게임으로 꾸려 특징을 보이기도 했다.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MWC 장관급 프로그램에 나서 메타버스로 불리는 디지털 신대륙을 개척하는 디지털 대항해 시대가 온다고 제시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어 정부를 대표해 MWC 주최측인 GSMA와 메타버스 분야 협업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MWC 개막 첫날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이 메타버스 관련 디바이스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힌 점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 GSMA, 글로벌CP와 쟁점 논의 본격화

통신업계를 대변하는 GSMA와 글로벌 CP 간의 네트워크 증설 투자에 대한 논의 틀이 마련되기 시작한 점도 눈길을 끈다. MWC 컨퍼런스나 전시가 아닌 GSMA 이사회의 논의 내용이 부각된 점이 주목된다.

GSMA는 하위 폴리시 그룹에서 마련한 망 대가 직접 요구, 글로벌 CP의 보편기금 기여, ISP의 규제완화 등의 방안 가운데 CP가 네트워크 증설 투자에 기금 형태로 기여하는 방안을 기본 입장으로 삼기로 했다.

이 논의의 주요 골자는 데이터 전송 경로를 자사 트래픽으로 독점하는 일부 CP에 네트워크 투자에 대한 비용을 분담케 해야 한다는데 뜻이 모인 점이다. 기금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각국의 법제도 개선 작업이 뒷따라야 하는 장기적 논의가 시작된 셈이다.

망 이용대가 공정화 논의가 국내서 촉발돼 글로벌 통신업계의 화두로 자리를 잡은 모양새다. 이같은 논의를 촉발시킨 글로벌 CP가 쉬이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지만, 이 논의를 마냥 회피할 수도 없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MWC 컨퍼런스 가운데 임베디드 유심(e-SIM) 논의도 눈길을 끈다. IoT 확산에 따른 eSIM 활용 방안이 논의된 것이다. 과거 애플이 스마트워치 등에 eSIM을 내세우며 GSMA가 대응 논의에 나선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 잠잠해진 스마트폰...네트워크 기술 고도화

MWC를 매년 달구던 스마트폰 관련 소식은 줄어들었다. 개막 전날 갤럭시S 시리즈를 발표해온 삼성전자는 일찍이 신제품을 발표하고 출시한 이후였고, LG전자는 MWC가 잠시 열리지 않는 동안 모바일 사업을 포기했다. 중국 스마트폰 회사들이 연이어 스마트폰 신제품을 선보였지만 글로벌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고, 과거 MWC와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다.

오히려 노트북 제품군이 눈길을 끈 점은 눈여겨 볼 부분이다. 갤럭시북프로 2세대를 선보인 삼성전자는 갤럭시 스마트폰의 완성도를 담은 노트북을 내놨고, 레노버는 처음으로 퀄컴 칩셋을 탑재한 노느북을 선보여 이목을 끌었다.

5G 네트워크 기술 진화 과정은 퀄컴과 화웨이, 에릭슨 등에서 비춰졌다. 서브-6 주파수 대역의 활용을 높이거나 mmWave 활용을 높이는 식이다. 특히 퀄컴은 AI를 품은 모뎀을 내놓으면서 관련 시장에서의 선두 지위를 더욱 굳혔고, 화웨이와 에릭슨은 5G의 발전 속도를 높일 수 있는 솔루션을 대거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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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가운데 매브니어,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등 개방형 무선접속망을 뜻하는 오픈랜 관련 전시와 논의가 부쩍 늘었다. 가상화 기지국을 활용해 무선 장비의 종속성을 없애는 개념으로 새로운 벤더 등장에 문꼬가 열리는 점 때문에 업계의 관심이 크다.

MWC22 논의 과정만 본다면 오픈랜응 여전히 걸음마 단계다. 하지만 기술이 뒷받침하지 못하는 구조가 아니라 산업 전반에서 한꺼번에 변화가 어려운 측면이기 때문에 이는 지속적으로 논의될 가능성이 높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