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 불공정 행위를 막고자 올 초 발표한 플랫폼 심사지침을 두고, 전문가들은 산업 성장과 혁신에 제동을 걸 수 있다며 신중론을 냈다. 잇단 규제로, 외려 플랫폼 업계 혼란을 부추길 수 있단 지적이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가 3일 주최한 ‘권한을 넘은 정부의 그림자규제, 바람직한가’ 토론회에서 계인국 고려대학교 정부행정학부 교수와 정연아 법무법인 위어드바이즈 변호사, 하명진 한국온라인쇼핑협회 정책실장 등이 참석해 의견을 주고받았다. 김민호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좌장을 맡았다.
공정위는 지난 1월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 및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심사지침’ 제정안을 만들고 행정 예고를 마쳤다.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한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과 달리, 심사지침은 플랫폼 사업자 사이 경쟁제한행위에 대응하는 데 무게를 뒀다.
그간 전통 산업 중심으로 공정거래 위법성을 판단했다면, 누적된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 법 집행 사례를 토대로 잘못된 거래행위를 예방하자는 게 심사지침 골자다. 공정위는 주요 경쟁 제한행위 유형으로 ▲멀티호밍 제한 ▲최혜대우 요구 ▲자사우대 ▲끼워팔기로 규정했다.
멀티호밍은 입점업체의 경쟁플랫폼과 거래를 제한하는 것으로, 재작년 네이버가 부동산 정보업체와 계약 체결 시 카카오 등 제3자에게 매물정보를 제공하지 못하게끔 한 행위가 대표 사례다. 최혜대우는 경쟁 플랫폼 대비 자사 거래조건을 더 유리하게 적용해달라는 요구다.
"심사지침, 위임 없이 예규 형식으로 구성"
토론에 앞서, 이날 발제자로 나선 홍대식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심사지침의 경우, 단계적 위임(행정)이 있음에도 예규 형식으로 구성됐다”고 했다. 행정절차법 적용이 배제돼, 위임 없이 임의로 심사지침이 마련됐다는 설명이다.
김현경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정보기술(IT) 정책전문대학원 교수는 “의회에서 만들어진 법률과 위임 입법을 구분하는 기준은 예측 가능성이나 기본권 제한, 재산적 이해관계에 영향을 끼치는지 등 여부”라며 “자의적 법규 명령을 무분별하게 만드는 건 국민 권리를 제한하고, 삼권분립 기본원리를 은밀히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정연아 변호사는 “심사지침 내 모호성과 불분명한 기준에 따라 플랫폼 산업 혁신을 저해할 수 있다”면서 “별개 판단 기준을 마련한 것 자체가 국회 입법, 법률유보 원칙에 어긋나며 온플법 등과 상충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심사지침 경쟁 제한 행위 유형 판단 잣대도 불명확하다고 했다. 정 변호사는 “심사지침에선 자사우대 자체보다, 불공정행위로 차별적 행위나 위계에 의한 고객 유인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판례가 부족한 탓에 법 해석 오인 등 우려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플랫폼 사업 문제, 단정적 진단 위험"
계인국 교수는 “외국에선 온라인 플랫폼을 규제할 때 ‘경쟁법의 디지털화’ 관점으로 접근한다”면서 “플랫폼 사업 문제를 단정적으로 진단하는 건 위험하다”고 말했다. 신산업 관련 규제 법안을 마련할 때, 신중해야 한다는 견해다.
새로운 비즈니스모델(BM)이 등장하면 규제를 선점하기 위한 행정(규제) 욕구가 수반한다고도 계 교수는 설명했다. 그는 "충분한 고려와 논의 없이 규제가 생기면 ‘장식 규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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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명진 실장은 “심사지침은 온플법에서 다루지 않는 규제 이론이 담겨있고, 국내 사업자 역차별 문제도 일으킬 수 있다”며 “결과적으로 플랫폼 사업자가 위축돼, 소비자 후생 후퇴로 인한 사회적 효용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현경 교수는 “공정 거래는 행정, 입법이 빈번하고 전문성이 요구되는 영역”이라면서 “정치적 쟁점, 이슈 현안에 매몰돼 입법부 스스로 본연 역할을 방임하고 있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