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전쟁 속 '대안 통화' 가능성 보여줬다

경제 제재 타격 우회·군자금 긴급 모집 수단으로 활용

컴퓨팅입력 :2022/03/03 07:50    수정: 2022/03/03 09:16

전쟁이라는 비정상적 상황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경제가 출렁이는 가운데,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가 대안 통화로서 거래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세계 각국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해 금융거래 중단, 계좌 동결 등 강력한 경제 제재를 잇따라 도입했다. 이런 제재 여파로 러시아 통화인 루블 가치는 30% 하락해 역대 최저치를 찍는 등 경제적 위기를 맞고 있다.

이처럼 러시아 경제 상황이 단기간 내 회복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루블 보유량을 암호화폐로 전환하려는 시도가 관측됐다.

암호화폐 가격 집계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한 지난달 24일 이후 비트코인 시세는 당시 3만4천달러 대에서 현재 4만3천달러 이상으로 뛰어올랐다.

디지털화폐, 비트코인, 암호화폐

이는 루블 기반의 비트코인 매수세가 급증함에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암호화폐 분석 사이트 크립토컴페어에 따르면 침공이 시작된 지난 24일 루블 기반 비트코인 거래액은 전날 대비 259% 급증한 13억 루블(약 146억6천만원)까지 치솟았다.

암호화폐로 자산을 옮겨 경제적 타격을 우회하려는 경향은 우크라이나에서도 나타났다. 우크라이나 암호화폐 거래소 '쿠나'는 일 거래액이 1억5천만 흐리우냐(약 60억2천만원)로 세 배 이상 증가했다.

로이터통신은 디지털 자산 투자 회사 래드클의 베아 오캐롤 상무가 "전쟁과 서방권의 경제 제재 속에서 비트코인으로 가치를 이전하려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며 "정부 통제와 비상 조치의 영향을 받지 않는 통화의 존재는 흥미롭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스위스쿼트 은행의 수석분석가인 이펙 오즈카르데스카야는 "비트코인은 네트워크와 암호화폐 거래에 대한 검열이 없기 때문에 경제 제재를 피하려는 러시아 집권층에게 잠재적 안전지대가 될 수 있다"며 "암호화폐는 유동성이 필요 없는 대부분의 자산을 위한 강력한 가치 저장소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런 대안 통화로서의 용례를 보아, 북대서양 조약기구(NATO) 가입국들이 암호화폐 규제를 강화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디지털 자산 관리사 아르카의 연구소장인 케이티 탈라티는 이같이 전망하면서, "역으로 지정학적 혼란을 겪는 곳에서는 보다 광범위하게 암호화폐가 채택될 가능성도 있다"고 예상했다.

우크라이나는 암호화폐의 익명성과 국경 없는 네트워크 기반이라는 특성을 살려 군자금 모금에 이를 활용했다. 지난 26일 미카일로 페도로프 우크라이나 부총리는 트위터에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지갑 주소를 게시해 이를 진행했다. 블록체인 분석업체 엘리픽에 따르면 이를 통해 2천200만 달러(약 265억7천만원) 이상의 암호화폐가 모였다.

금융을 비롯한 각종 시스템의 정상 작동을 기대하기 어려운 전시 상황 속에서 적합한 대안인 암호화폐를 찾은 것이다. 특히 우크라이나 국방부가 당초 기부 수단으로 비트코인을 허용하지 않고 있었으나, 방침을 선회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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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와 같은 지정학적 갈등 상황에서 암호화폐가 대안 통화로서 활용될 만한 가치는 있지만, 안전자산으로 평가받을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리는 상황이다. 이런 점을 의식해 가치가 달러 등 전통 자산에 고정돼 있는 스테이블코인으로 관심이 옮겨지는 모양새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 24시간 동안 암호화폐 거래액의 83% 이상이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가총액이 최대인 스테이블코인 '테더'는 800억 달러(약 96조 6천억원)까지 시가총액이 상승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