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이 2021년에 1조2천49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리고도 무배당 결정을 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당기순이익은 2020년 2천82억원보다 무려 499.8%나 급증한 것이어서 더 관심을 끈다.
한화생명은 이와 관련 25일 이사회를 개최했지만 배당은 논의조차 하지 않았다.
한화 측은 이에 대해 "오는 2023년 도입되는 신회계제도에 대비한 금융당국의 자본 건전성 강화 정책을 반영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외부에서도 이 때문에 배당금을 지급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일부 있었다.
문제는 무배당이 한시적인 게 아니라 더 길어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배당금을 지급하지 못한 이유가 쉽게 해소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회계기준 상으로도 한화생명의 건전성 지표는 하락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1년 9월말 한화생명의 RBC 비율은 193.5%로 2021년 6월말 202.0%에서 8.5%p 하락했다. 금리 인상이 가시화되면서 가용 자본이 줄어드는 데다 신용위험액이 상승하는 등 요구 자본도 감소했기 때문이다.
한화생명의 지난해 9월말 기준 RBC 비율이 대형사에 요구되는 금감원 권고치 150%를 하향하진 않지만, 새 회계기준의 건전성 지표 '킥스(K-ICS)'로 따지면 미달할 가능성이 높다. 킥스에서 가용 자본은 현재 가치로 계산되며, RBC비율에서 포함되지 않았던 리스크 요건이 더 들어가기 때문이다. 2023년까지 한화생명은 늘어나는 요구 자본만큼 가용 자본을 증가시켜야 하는 숙제가 남은 것이다.
그러나 사정이 녹록치만은 않다. 과거 팔아온 6% 이상 고정금리 준비금 비중이 높아, 필요한 요구 자본이 다른 생명보험사에 비해 많은 상황이다.
자산-부채 듀레이션 갭도 타 보험사와 비교해 커 시장 금리 변화에도 민감하다. 듀레이션 갭은 금리가 바뀔 때 자산과 부채의 변동폭을 의미한다. 지난해 9월말 기준 삼성생명의 자산-부채 듀레이션 갭은 0.08년이지만 한화생명은 0.30년이다.
만약 K-ICS 시행 후 K-ICS 비율을 100% 이상으로 맞추지 못한다면 적기 시정 조치를 신청해야 한다. 회계 변경만으로 부실 회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금융당국이 K-ICS 대신 RBC 비율을 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RBC 비율이 100% 상회하는 회사에 한해서 가능하며, 적기 시정 조치된 회사는 금융당국으로부터 최대 5년 간 경과 조치(관리)를 받아야 한다.
이 관리안에 자본 유출 연간 배당성향이 일정 기준을 초과할 경우 잔여 경과 기간의 50%를 단축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무배당으로 일관되지 않을 수 있지만, 그동안 생명보험사의 배당성향이 낮았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업계 측은 진단했다.
한화생명은 2021년말 RBC 비율을 맞추기 위한 방안으로 채권 계정을 재분류하고 7억5천만달러(약 9천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하는 등 자구 노력을 기울이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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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생명은 2017년 약 6천500억원 수준이었던 보완 자본을 2021년 2조6천700억원으로 늘렸다. 금융감독당국이 후순위채나 신종자본증권을 보완 자본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 IFRS17 을 시행하더라도 회사의 건전성에 문제가 없도록 하면서 한화생명은 이 보완자본 확충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한화생명 측은 "최근 금리 상승과 신 계약 가치 증대로 회사 실질 가치가 늘고 있다"며 "회계 처리상 기타자본이 감소해 배당가능 이익이 일시적으로 줄어든 상황이며, 앞으로 적극적인 주주 친화 정책을 펼칠 것"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