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 살리는 것도 죽이는 것도 이 물질이었다

가천대 연구진, 세포 생존과 사멸에 영향 미치는 신호전달체 발견...자가면역질환 치료 새 패러다임 기대

과학입력 :2022/02/27 12:00

세포의 생사 모두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신호전달체가 밝혀졌다. 

한국연구재단(이사장 이광복)은 가천대학교 오병철·김옥희 교수 연구팀이 생체막 주요 성분인 포스포이노시톨 포스페이트(PIP)에 세포의 생존과 사멸을 결정하는 숨겨진 기능이 있음을 발견했다고 27일 밝혔다. 

이는 체내 유해 세포를 파괴하는 탐식세포의 이상으로 생기는 면역 관련 질환 치료제 개발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사멸 세포는 표면에 자신을 제거해 달라는 'eat-me' 신호를 표시, 이를 인식한 탐식세포에 의해 제거된다. 사멸 세포가 신속히 제거돼야 염증 반응과 자가면역반응을 억제할 수 있다. 

그간 세포 내 여러 인지질 중 포스파티딜세린(PS)이 사멸 세포 표면에 노출되어 'eat-me' 신호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으나, 이번 연구를 통해 PIP의 일종인 포스파티딜이노시톨 포스페이트(PI(3,4,5)P3)도 같은 역할을 함이 드러났다. 

PI(3,4,5)P3가 세포막 안에서는 세포 성장을 촉진하는 신호전달 기능을 하지만, 세포가 사멸할 때에는 세포 밖으로 노출되면서 제거 요청 신호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하나의 물질이 세포의 성장과 사멸 모두를 결정짓는 역할을 한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세포 생존과 사멸의 상반된 운명을 결정하는 PIP3의 신호전달 기능 (자료=한국연구재단)

오병철 교수는 "세포의 생존과 사멸이라는 상반된 운명을 결정하는 핵심인자로서 PI(3,4,5)P3의 숨겨진 연결고리를 찾았다는 점이 큰 의의"라며 "(사멸 세포의 탐식과 제거 기능 이상으로 인한) 자가면역질환, 암 및 대사질환, 퇴행성 신경질환 극복을 위한 치료제와 약물전달체 개발의 새 패러다임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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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후속 연구를 통해 새로운 대식세포 단백질 수용체를 발굴하고, 대식세포 특이적 약물 전달체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중견연구, 선도연구센터(MRC) 및 기본연구 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학술지 '세포 사멸 및 분화(Cell Death and Differentiation)'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