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왜 하나가 남지”…자가진단키트 포장‧판매 제각각에 일부 약국 불만

제공된 설명서, 제품포장 등 제각각…일부 약국은 면봉‧시약‧키트 등 손님 올 때마다 일일이 담아 판매

헬스케어입력 :2022/02/17 14:26

“25개짜리 박스를 다 판매하고 나니까 시약이 한 개 남았어요. 순간 손님에게 잘못 드렸나 걱정이 됐는데 다른 박스에서도 시약이 또 한 개 남았네요”

약국에서 코로나19 자가진단키트 대량포장이 본격적으로 판매가 시작된 가운데 약국에서 불편하다는 불만이 늘고 있다.

서울의 한 약국의 경우 잦은 정부의 방침 변경이 혼란을 가중시킨다고 지적했다. 이 약국은 14일 기존에 키트를 공급하던 도매상 중 한곳이 지정된 약국 이외에 배송이 어렵다는 통보를 했다고 한다. 이후 다른 도매상이 키트를 배송했는데 소포장 제품이 오기도 하고, 한 박스 25개가 들어있는 제품이 배송되기도 하는 등 공급하기로 한 전체 수량은 맞지만 다양한 수량의 제품이 배송됐다고 했다. 16일에는 모든 거래도매상으로부터 받을 수 있고, 쿼터제(수량제한이나 할당)도 없어졌다는 이야기를 도매상에 전해 들었지만 약국에 들어오는 물량은 이전과 같은 50개 수준이고, 일부 도매상은 물량이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한다. 일주일도 안돼 수차례 정부지침이 변경됐다는 것이다.

소분해 판매한 자가진단키트 2박스에 서진단시약이 각각 1개 남아 있다. (사진=독자제공)

특히 배송된 제품이 소비자에게 바로 전달이 가능하게 포장이 되어있지 않고 진단키트, 시약, 면봉 등이 섞여 담겨있어 소비자에게 판매할 때 봉투에 하나씩 확인해서 담아야 해 약국 업무에 불편이 가중됐다고 한다. 또 정부가 제공한다고 했던 사용설명서나 포장봉투도 알아서 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다양한 포장의 제품 배송도 불만이다. 6개 이상 포장된 제품의 경우 개당 6천원으로 정부가 가격을 정해졌지만 그 이하는 자체적으로 가격을 정할 수 있어 오히려 낱개 포장보다 2~5개 포장의 개당 가격이 더 비쌀 수 있어 소비자의 가격 민원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다는 것이다.

해당 약국 관계자는 “사옹설명서도 A3 크기로 배포해 약국에서 인쇄가 어려워 A4 크기로 축소 복사해 와서 손님에게 나눠드렸다. 또 진단키트도 약국에서 키트, 시약, 면봉, 설명서 등 한세트씩 따로 포장해서 판매해야 하는데 담을 수 있는 비닐이 없어 따로 구입해 포장하고 있다”라며 “약국 업무를 보다가 키트가 배송이 오면 중간 중간 하나씩 포장해야 돼 불편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진단키트 공급을 처음에는 특정 도매상에서만 받을 수 있도록 하다가 어제부터는 거래 도매상 모두에서 받을 수 있도록 했고, 수량도 50개로 한정했다고 푼 것으로 안다”며 “그런데 오늘은 어제까지 키트를 배송하던 도매상이 제품이 없어 배송이 어려울 것 같다는 답변을 받았다. 좀 더 기다려 보라고는 하는데 배송이 될지 모르겠다. 다른 도매상과 통화했더니 2개(25개 묶음)는 가능하고 자신들도 다른 약국은 (물건이 없어) 못갔다 한다”라고 전했다.

1회분 자가진단 키트를 담기 위해 약국에서 직접 마련한 봉투(아래 사진)와 이 안에 넣기 위해 A4용지 크기로 축소 복사한 사용설명서.(사진=독자제공)

이와 관련해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일부 제품의 경우 (도매상이) 직접 대량 포장을 해서 배송해 (약국의) 불편이 있을  수 있어 보인다”라며 “사용설명서의 경우 서면 안내문을 배포하거나, QR코드를 연동해서 안내해 주는 등 다양하게 안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 전체 약국에서 혼란이라기보다는 (획일화된 형태가 아니다보니) 일부에서는 불편함이 있는 상황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다만 약사회과 관련 민원이 들어온 것은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대업 대한약사회 회장은 지난 15일 열린 상임이사회에서 “추운 겨울에 국민들이 길거리에 길게 줄을 서게 하는 방역상황을 보면서 정부의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 수급 정책이 단편적이고 안이하다”고 평가하며, 시중에 자가검사키트 공급도 안 되는 상황에서 약국에 대한 통제장치만 고려하는 것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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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식약처에 약국 사입가 변동 없는 소분 진행과 가격인하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정부기관 공급가격 대비 고가인 약국 사입가의 우선적인 인하 없이는 약국 반발로 수용이 어렵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약국가의 불만이 증가하자 김강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16일 김대업 약사회장을 만나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 판매처로 지정된 약국의 애로사항을 듣고, “정부가 제작한 자가검사키트 사용법 등이 인쇄된 낱개 판매 봉투를 판매처에 신속히 제공하는 등 가능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공급가격 안정화와 국민의 원활한 구매 등을 위한 협조도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