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속도전…3년 뒤 도와주면 늦어"

이정배 반도체산업협회장 "7월 특별법 시행되는 대로 예타 면제해야"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22/02/16 14:34

반도체는 속도전이라며 규제를 어서 풀어 달라고 업계가 정부에 건의했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장인 이정배 삼성전자 사장은 16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반도체 투자 활성화 간담회’에서 “반도체 기술 전쟁은 반년의 격차가 승패를 가르는 속도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쳐 2~3년 뒤에 지원하면 해외 경쟁사가 이미 한참 앞서 간다”며 “‘국가 첨단 전략 산업 경쟁력 강화 및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반도체특별법)’에 나오는 대로 적극적으로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7월부터 반도체특별법이 시행된다. 인·허가 신속 처리, 기반 시설 구축 보조, 펀드 조성, 세액공제 등으로 지원한다.

주요 나라는 반도체를 무기로 삼으며 경쟁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미국 연방의회 상원은 지난해 6월 ‘미국 혁신과 경쟁법(USICA·U.S. Innovation and Competition Act)’을 가결했다. ‘미국에서 반도체를 만들라’면서 300조원(2천500억 달러)을 쏟아 붓는다. 중국은 2025년까지 중국에서 쓰는 반도체의 70%를 국산으로 조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유럽연합(EU)은 ‘집적회로법(Chips Act·반도체법)’을 만들어 58조원(480억 달러) 투자하기로 했다. 일본은 자국에서 반도체 공장을 새로 짓거나 증설하면 투자액 절반을 정부가 대기로 했다.

한국 반도체 회사는 올해 국내에서 총 56조7천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51조6천억원보다 10% 늘렸다. 소재·부품·장비와 후공정 중소·중견기업이 이 가운데 1조8천억원을 투자한다. 설계(팹리스)·전력 반도체 같은 시스템 반도체 중소·중견기업은 1조3천억원을 투입한다.

정부는 반도체 기업의 투자를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답했다. 반도체 기업이 대규모 투자로 일자리를 늘리고 공급망을 강화한다고 정부는 평가했다.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전기와 물을 반도체 특화 단지에서 쉽게 쓸 수 있도록 돕겠다”며 “관계부처와 지방자치단체가 ‘반도체 투자 지원 기구’를 꾸려 규제를 풀겠다”고 약속했다.

용인 반도체 단지가 들어서는 경기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일대(사진=뉴스1)

SK하이닉스는 2026년까지 경기 용인시에 반도체 단지를 만들기로 했지만 삽 뜨기는커녕 땅도 못 샀다. SK하이닉스는 용인에 120조원 이상 투자해 반도체 단지를 조성하기로 했다. 50여개 소재·부품·장비 업체가 함께 들어선다. 주민 설득과 인·허가 과정에서 착공이 처음 계획보다 1년 이상 미뤄졌다. 토지 보상금 때문에 용인 부지는 농사 짓는 땅으로 남아있다. SK하이닉스는 용인 부지를 제때 확보하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다른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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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업계는 정부에 인력 양성을 위한 정책도 요청했다. 해외 기업과 경쟁해 이기려면 뛰어난 전문가가 필요하다. 업계는 반도체 고급 인력을 키우는 데 대학생·교수 인원을 제한하지 말라는 입장이다.

문 장관은 “올해까지 반도체 관련 대학 정원을 700명 늘리겠다”며 “매년 1천200명의 전문 인력을 기르겠다”고 설명했다. 인공지능(AI)·전력 반도체와 첨단 소재·부품·장비, 패키징 등 분야별 반도체 대학원을 10년 이상 지원하며 석·박사급도 가르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