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 상아를 밀매하는 국제 범죄 조직이 과학자들의 유전자 분석 기술에 덜미를 잡혔다.
미국 워싱턴대학 연구진과 국토안보부는 압수된 상아의 유전자 정보를 분석, 상아 밀수를 하는 범죄 조직의 상호연관성을 찾아냈다. 소수의 밀매 조직이 기존 예상보다 훨씬 깊숙히 서로 얽혀있었다. 이 연구는 14일(현지시간) 학술지 '네이처 휴먼 비헤이비어'에 게재됐다.
이들은 2002년에서 2019년까지 17년 간 아프리카 12개 국가에서 49번에 걸쳐 압수된 4320개의 코끼리 엄니에 대해 DNA 조사를 실시했다.
유전자 분석을 통해 같은 개체에서 나온 상아뿐 아니라 어미와 자식, 형제자매와 가까운 친척 개체들에서 나온 상아를 식별했다. 유전자 정보가 같다면, 다른 곳에서 압수된 상아라도 같은 조직에 의해 사냥되어 밀매 시장에 흘러나왔음을 확인할 수 있다.
연구 결과, 압수된 상아 중 600개 이상이 유전적으로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밀렵꾼들이 같은 코끼리 서식지를 반복적으로 찾아 사냥을 하고, 이후 같은 범죄조직 망을 거쳐 상아를 밀수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또 유전자 분석 결과 대규모 상아 밀매의 배후에는 대부분 서로 연관된 극소수 조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아가 수출되는 주요 거점으로는 케냐와 우간다, 나이지리아가 지목됐다. 밀매 조직의 거점이 2000년대 케냐와 우간다에서 최근 앙골라와 콩고민주공화국 등으로 이동해 온 사실도 드러났다.
관련기사
- AI가 아동 성 학대 사진에 찍힌 손으로 범죄자 찾는다2022.01.25
- 애플, 아동 성범죄 탐지 기능 도입 연기2021.09.06
- 비트코인 9만9천 달러 돌파...SEC 위원장 사임 소식에 급등2024.11.22
- "피부 컨설팅 받고 VIP라운지 즐겨요"…체험 가득 '올리브영N 성수' 가보니2024.11.21
이 연구를 주도한 사무엘 와서 워싱턴대 교수는 "유전자 분석을 통해 개별적인 압수 건들을 연계해 밀매 조직망의 전체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라고 밝혔다.
유전자 분석 기술 적용으로 상아 밀매에 대한 처벌도 강화할 수 있으리란 기대다. 지금까지는 상아 밀매 혐의로 체포되더라도 개별 밀수 사건에 대해서만 처벌받았다. 하지만 유전자 분석 기술로 다른 곳에서 거래된 상아 역시 같은 조직의 범행임을 증명할 수 있게 되어 범죄자의 형량을 높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