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널리 퍼질수록 위중증 환자는 감소"

KAIST-기초과학연구원 연구진, 수학모델로 증명

과학입력 :2022/02/14 13:24    수정: 2022/02/14 14:08

확산이 빠르지만 위중증 발전 위험은 낮은 오미크론 변이가 우세종이 되면서 코로나19가 감기처럼 경증 질병으로 토착화되리란 기대가 조심스럽게 나온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널리 전파될수록 코로나19를 심하게 앓는 환자는 줄어든다는 사실을 수학 모델로 설명 가능하다는 연구가 나왔다.  

KAIST(총장 이광형)와 기초과학연구원(원장 노도영) 소속 수학자와 의학자로 구성된 공동연구팀은 수학 모델 연구를 통해 '높은 바이러스 전파율은 궁극적으로 코로나19 위중증화 비율을 낮춘다'는 역설적인 연구 결과를 14일 발표했다. 

KAIST 수리과학과 김재경 교수 및 홍혁표 석박사통합과정,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노지윤 교수, KAIST 의과학대학원 신의철 교수 등으로 구성된 연구진은 "바이러스 전파율이 변화하면 코로나19 토착화의 과정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까?"라는 질문에 답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인체 면역반응을 ▲짧게 유지되는 중화항체 면역반응과 ▲오래 유지되는 T세포 면역반응으로 나누어 수학 모델에 적용하는 새로운 접근법을 택했다. 

면역 B세포가 만드는 중화항체는 바이러스에 대해 항체를 만드는 1차 방어선 역할을 한다. T세포는 감염된 세포를 공격해 제거하는 등 감염 후 증상이 위중해지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한다.

또 돌파감염이 빈번히 일어날 수 있지만, 돌파감염 후 회복하고 나면 면역반응이 다시 증강된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분석을 실시했다.

그 결과, 백신 접종률이 높은 상황에서는 바이러스 전파율이 높아지면 일시적으로 코로나19 환자 수가 증가하지만 궁극적으로 코로나19 위중증화 비율이 낮아지면서 위중증 코로나19 환자 수는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코로나19가 경증 호흡기 질환으로 토착화되는 과정이 오히려 빨라질 수 있다는 결과를 얻었다. 

바이러스 전파율에 따른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토착화 과정을 수리 모델을 통해 비교한 결과 (자료=KAIST)

연구팀이 가정한 바이러스 전파율이 높아지는 상황이 실제 일어나는 상황으로는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나 오미크론 등 전파가 잘 되는 변이주 출현 등을 들 수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위중증 발전 가능성이 낮다는 오미크론 자체 성질은 배제한 채 높은 전파율이 일으키는 결과를 예측한 것으로, 코로나19 토착화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잘 설명해 준다. 

다만 이 모델에는 연령이나 기저질환 유무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위중증률은 고려하지 않았다. 따라서 고위험군 집단을 대상으로 이 연구 결과를 적용할 때는 주의가 필요하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또 바이러스 전파율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코로나19 환자 수가 일시적으로 너무 많이 늘어나면 의료체계가 붕괴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 연구 결과를 신중하게 해석, 적용해야 한다. 향후 단계적 일상회복 정책으로 전환할 때는 위중증 환자를 수용할 병상 확보 등 의료체계의 정비가 중요하다고 연구진은 강조했다.

김재경 교수와 홍혁표 대학원생은 "코로나19 팬데믹과 같이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수학 모델을 잘 활용함으로써 인간의 직관으로는 유추하기 어려운 역설적인 연구결과를 얻었다"며 "앞으로도 의학 연구에서 수학 모델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재경 KAIST 수리과학과 교수

노지윤 교수와 신의철 교수는 "오미크론이 우세종이 되고 코로나19 환자 수가 급증하는 현 상황에서 무조건 두려워만 할 것이 아니라 과학적 접근을 통해 미래를 예측하고 이를 정책에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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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철 KAIST 의과학대학원 교수

이번 연구 결과는 2월 11일자 메드아카이브(medRxiv)에 공개됐다. 논문 제목은 Increasing viral transmission paradoxically reduces progression rates to severe COVID-19 during endemic transition이다. 

이번 연구는 기초과학연구원, 한국보건산업진흥원,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