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환 현대모비스 사장이 10일 온라인으로 열린 반도체 전시회 ‘세미콘 코리아’에서 “자동차 업계가 반도체 수요를 잘못 예측해 지난해 국내외 자동차 생산량이 1천만대 넘게 줄었다”고 진단했다.
조 사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겪으면서 반도체가 부족했다”며 “반도체가 얼마나 필요한지, 언제 자동차 산업이 회복할지 업계가 잘못 예측했다”고 말했다. 그는 “반도체 공급망이 복잡한데다 기후 변화와 정치·경제적 이유까지 겹쳐 반도체가 부족했다”고 분석했다.
조 사장은 “차량·도로 간 연결하고 주행 보조 장치를 작동하는 데 다양한 반도체를 많이 쓴다”며 반도체 없이 차를 못 만드는 원인을 설명했다.
그는 “반도체가 없다면 오늘날 자동차 기술이 이렇게 발전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반도체 덕에 소비자는 전기 자동차와 자율 주행, 안전 보조 장치를 누리게 됐다”고 강조했다. 제동·조향·전동화 장치와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ADAS), 에어백 같은 안전 장치, 인포테인먼트를 비롯한 편의 장치, 발광다이오드(LED) 램프 등에 시스템 반도체가 들어간다. 전자 제품의 두뇌 역할을 하는 칩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과 고성능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등이 쓰인다.
자동차 회사가 직접 반도체를 만들고 나섰다. 조 사장은 “테슬라는 특이하게 스스로 해결하면서 반도체를 발전시킨다”며 “테슬라가 사용하는 자율 주행 반도체 풀셀프드라이빙(FSD)은 차량 소프트웨어에 가장 알맞은 반도체를 개발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시중에 팔리는 게 아닌 자체 반도체를 쓰면서 비용을 줄이고 성능도 비약적으로 끌어올렸다”며 “그 회사 소프트웨어에 맞는 반도체를 갖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데 테슬라는 자체 반도체로 이를 완성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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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직적이던 자동차 공급망은 수평적으로 바뀌는 추세다. 부품과 시스템을 협력사로부터 받아 완성차를 만들던 자동차 회사(OEM)가 다른 기업과 손잡는 경우가 늘었다. 현대자동차그룹에서 현대차와 현대모비스가 미국 앱티브와 합작해 자율 주행 회사 모셔널을 세웠다. 독일 폭스바겐·BMW·다임러(벤츠)와 일본 도요타는 자체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일본 덴소와 독일 보쉬 같은 자동차 부품 회사도 반도체를 개발한다. 엔비디아·모빌아이·퀄컴뿐만 아니라 테슬라의 차량용 반도체를 받아들인 자동차 OEM은 부지기수다.
조 사장은 “모바일이나 가전에 쓰이는 반도체와 달리 자동차 반도체는 환경·안전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며 “자동차 수명이 수십년이라 반도체도 15년 이상 오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차량용 반도체는 –40~150도 온도와 0~100% 습도를 견뎌야 한다. 조 사장은 “성능과 안전이 보장되는 반도체를 작고도 값싸게 만들어야 한다”며 “차보다 반도체를 미리 개발해 품질을 검증해야 최종적으로 자동차를 시장에 빨리 내놓을 수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