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ML 회장 "10~20년 뒤에도 반도체 부족할 수 있어"

피터 베닝크 세미콘코리아 연설…"ASML-한국, 힘합쳐 생태계 이끌어야"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22/02/09 16:34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회사 ASML의 피터 베닝크 회장이 "10~20년 뒤에도 수요 증가로 반도체가 부족할 수 있다"며 "ASML은 반도체 산업에서 중요한 한국과 힘을 합쳐 생태계를 이끌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피터 베닝크 회장은 9일 온라인으로 열린 반도체 전시회 ‘세미콘 코리아’에서 강연자로 나서 이같이 말했다. ASML은 세계적인 반도체 장비회사로 을의 입장이지만 갑보다 힘이 세다는 뜻에서 ‘슈퍼 을’로 불린다. 

반도체 미세 공정에 필요한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를 독점하기 때문이다. EUV 노광 장비를 1년에 45대 안팎으로 한정 생산한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물론이고 미국 인텔과 대만 TSMC도 장비 사려고 줄 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터 베닝크 ASML 회장이 9일 온라인으로 열린 반도체 전시회 ‘세미콘 코리아’에서 발표하고 있다.(사진=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

베닝크 회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ASML의 고객일 뿐만 아니라 한국은 반도체 산업에 매우 중요한 나라”라고 말했다. 그는 “ASML은 미래를 위한 준비가 됐고, 한국 고객사와 한국 산업도 준비된 것 같다”며 “우리가 할 일은 함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ASML과 한국은 힘을 합쳐 반도체 생태계를 이끌어야 한다”며 “마스크 인프라나 증착·식각 분야에서 협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ASML은 지난달 경기 화성시와 신규 투자 협약을 맺었다. 2025년까지 2천400억원 들여 동탄2신도시 1만6천㎡에 1천500명 수용할 수 있는 반도체 단지를 짓기로 했다. 심자외선(DUV)·EUV 시험·수리 시설 등을 세울 예정이다.

피터 베닝크 ASML 회장이 9일 온라인으로 열린 반도체 전시회 ‘세미콘 코리아’에서 발표하고 있다.(사진=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

ASML은 앞으로 10~20년 뒤에도 반도체가 부족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베닝크 회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반도체가 국가의 전략 자산이 됐다”며 “주요 나라가 기술 주권을 쥐려고 반도체 생산량을 늘리는 데 투자한다”고 전했다. 1973년 석유 파동과 비슷하다는 입장이다.

ASML은 5세대(5G) 이동통신과 클라우드가 발전하면서 반도체 수요가 크게 늘었다고 분석했다. 베닝크 회장은 “2020년 인터넷으로 연결된 기기는 400억대였다”며 “2030년 3천500억대로 늘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는 “10년 만에 10배 가까이 되는 셈”이라며 “반도체 산업이 엄청난 양의 정보 수요를 충족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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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베닝크 ASML 회장이 9일 온라인으로 열린 반도체 전시회 ‘세미콘 코리아’에서 발표하고 있다.(사진=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

ASML은 반도체 산업 역량이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인재와 재원을 모두 갖췄다고 판단했다. 베닝크 회장은 “반도체 산업은 2020년 5천억 달러어치의 수익을 냈다”며 “반도체 산업의 수익 창출력이 지난 5년 동안 해마다 10% 이상 성장했다”고 진단했다.

다만 반도체 산업은 계속 혁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D램은 10나노미터(㎚·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m) 미만, 낸드 플래시는 600단 적층을 예로 들었다. 베닝크 회장은 “세계 곳곳에서 ‘달라’고 외치는 EUV 장비를 만드는 능력이 88%”라며 “EUV 기술이 아직 충분하지 않다”고 털어놨다. 이어 “곧 개선해 1~2년 뒤 생산 능력이 90% 이상 될 것”이라며 “결국에는 DUV와 마찬가지로 운영 능력이 95%를 웃돌 것”이라고 기대했다. 삼성전자가 상반기, TSMC는 하반기 3나노미터 시스템 반도체를 양산하는 게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