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새해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에 역량을 쏟겠다고 밝혔다.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생산·연구개발(R&D)에 133조원을 투자해 세계 1위 파운드리 회사 대만 TSMC를 넘어서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세계 1등이지만 파운드리에서는 2등이다. TSMC와 격차가 벌어진 가운데 미국 인텔도 수십조원을 들여 파운드리 사업을 하겠다고 나섰다. ‘샌드위치’처럼 중간에 끼지 않으려면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밖에 없다.
■ “파운드리 선단 공정 수율 빨리 확보”
강문수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부사장은 27일 열린 실적발표회(컨퍼런스콜)에서 “선단 공정에 따른 국내외 수요에 맞춰 전례 없는 투자로 파운드리 사업을 키우겠다”며 “역량을 모아서 선단 공정 수율을 어서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초기에 안정적인 수율을 확보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공정이 복잡해졌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선단 공정이 계획보다 미뤄졌다”며 “대규모 투자로 양산 시기를 앞당기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1세대 GAA(Gate-All-Around) 공정을 상반기 양산하려고 품질을 검증하고 있다”며 “3나노 2세대 GAA 공정도 일정에 맞게 개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쟁사와 무엇이 다르냐’는 물음에는 “반도체 칩 집적도와 성능을 최대한 끌어올리려고 첨단 패키지 기술을 이용한다”며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는 메모리사업부와 손잡고 경쟁사와 차별화하겠다”고 답했다.
■ “새해 반도체 설비 투자 계획 미정”
삼성전자는 새해 반도체 설비 투자 계획을 확정짓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서병훈 삼성전자 투자설명(IR) 담당 부사장은 “올해 반도체 부문 자본적 지출(CAPEX) 계획을 논의하고 있다”며 “설비를 들여오는 시점이 생각보다 미뤄지는 것 같아서 투자 계획을 고치고 집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탄력적으로 설비에 투자하겠다는 입장이다.
서 부사장은 “2020년보다 지난해 시설 투자를 늘렸다”며 “D램과 낸드플래시 부문의 설비 투자 비중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초 내다봤던 것보다 수요가 많이 늘어서 대응하려고 증설했다”며 “극자외선(EUV) 같은 고가 차세대 기술에도 미리 투자했다”고 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반도체에만 40조원 넘게 쏟아 부었다. 경기 평택시 3공장(P3) 인프라에 투자하고 중국 시안 공장 설비를 늘리는 데 43조6천억원을 투입했다. EUV 기반 15나노 D램, V6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첨단 공정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파운드리 분야에서는 평택 EUV 5나노 첨단 공정 증설 등을 중심으로 투자했다. 이를 포함해 지난해 전체적으로 48조2천억원의 시설 투자를 했다. 2020년 38조5천억원보다 9조7천억원 늘었다.
■ “메모리 시황 나아질 기미 보여”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시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인다고 기대했다.
한진만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서버와 컴퓨터(PC)에 들어가는 D램 수요가 늘 것 같다”며 “세계 주요 인터넷 회사가 데이터센터 서버에 많이 투자하고 사양 높은 중앙처리장치(CPU) 비중도 커진다”고 내다봤다.
낸드플래시에 대해서는 “데이터센터 중심으로 서버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Solid State Drive) 투자가 이어질 것”이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변이가 얼마나 퍼져서 수요에 영향을 줄지 지켜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 “작년 말 메모리 판매 확대 자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많은데도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의 D램과 낸드 출하량은 예상보다 적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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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부사장은 “출하량이 예상치를 밑돌았다”면서도 “수요가 주춤할 것이라는 전망 때문에 무리하게 판매량을 늘리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는 “세계적인 공급망 문제가 생각보다 오래 간다”며 “고객사가 완제품을 만드는 데 차질을 빚으면서 메모리 수요가 영향을 받았다”고 진단했다.
한 부사장은 “고객이 필요하다고 하는 제품을 공급하는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며 “불확실한 상황에 가장 알맞은 제품에 투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시장을 이해하면서 전략적으로 선택했다”고 투자자에게 양해를 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