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 '유럽 철수' 엄포…EU→美 데이터전송 다시 쟁점

연차보고서 통해 '프라이버시 쉴드' 대체 협약 필요성 강조

인터넷입력 :2022/02/08 11:00    수정: 2022/02/08 11:25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유럽과 미국 간의 ‘개인정보 전송’ 문제가 또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불을 지핀 것은 이 문제에 가장 민감한 메타다.

메타가 지난 3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연차보고서(FORM 10-K)를 통해 유럽연합(EU)의 개인정보 정책 문제를 거론했다.

이 보고서에서 메타는 “새로운 데이터 전송 틀이 마련되지 않고, 표준계약(SCC)에 의존하기 힘들어질 경우엔 유럽에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같은 서비스를 더 이상 제공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사진=메타)

그러면서 메타는 “이런 상황은 우리 비즈니스, 재정 상태, 실적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사실은 CNBC가 7일 보도하면서 뒤늦게 알려지게 됐다.

■ 메타 "유럽 서비스 철수 계획 없다" 서둘러 진화 나서 

논란이 확대되자 메타 측은 즉시 “유럽 서비스를 철수할 계획은 없다”고 해명했다. 기존 보고서에서 거론했던 우려를 제기한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 메타의 설명이다.

FORM 10-K는 상장기업들이 매년 SEC에 제출하는 연차 보고서다. 따라서 메타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럽 서비스 중단’을 공식화한 것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향후 경영 전망에 대한 여러 우려 사항들을 SEC에 보고하는 차원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보고서가 제기한 문제는 결코 단순하지는 않다. 개인 정보가 비즈니스의 기본인 메타의 고민이 그대로 담겨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메타는 CNBC와 인터뷰에서 “메타를 비롯한 여러 기업과 조직, 서비스들이 글로벌 서비스를 운영하기 위해 미국과 유럽연합 간의 데이터  전송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고 강조했다.

유럽사법재판소. (사진=ECJ)

그 동안 미국과 EU 기업들은 ‘세이프 하버’ 협약에 따라 개인 이용자들의 정보를 자유롭게 전송했다. 특히 페이스북 같은 서비스들이 유럽 이용자 정보를 자사 서버에 자유롭게 전송하는 데는 ‘세이프하버’가 든든한 방패막이 역할을 했다.

하지만 유럽사법재판소(ECJ)가 2015년 ‘세이프 하버’를 무력화하면서 상황이 복잡해졌다.

그러자 미국과 EU는 2016년 '프라이버시 쉴드'란 새로운 조약을 체결했다. ‘세이프 하버'에 비해 기업들의 개인정보 보호 의무를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미국 정부가 국가 안보를 이유로 유럽인의 개인정보에 접근하는 것도 일정 부분 제한했다. 또 개인정보 침해 구제 수단으로 독립적 지위를 갖는 옴부즈만 제도를 도입했다.

■ 메타의 연차 보고서 때문에 해묵은 데이터 전송 협약 관심 집중 

하지만 ECJ가 2020년 7월 ‘프라이버시 쉴드’에 대해서도 무효 판결을 하면서 양측 데이터간 데이터 전송 경로가 크게 좁아졌다.

당시 ECJ는“(양쪽 합의는) 미국의 국가 안보, 공공이익 등을 우선시하고 있어, 제3국으로 정보가 이전되는 개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을 묵인할 우려가 있다”면서 “프라이버시 쉴드는 이런 부분에서 EU법률이 요구하는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판결했다.

ECJ가 프라이버시 쉴드를 무력화한 이후 페이스북을 비롯한 많은 업체들을 표준계약(SCC)으로 개별 협약을 하는 방식으로 개인정보를 전송해 왔다. 이 때는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가 승인한 표준양식의 정보 이전 계약서로 계약을 체결하게 된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 (사진=씨넷)

하지만 표준계약은 프라이버시 쉴드보다 데이터 전송 절차가 훨씬 복잡해진다. 포괄적 조항인 프라이버시 쉴드와 달리 SCC는 정보주제 동의 절차와 함께 일시적 전송 등의 까다로운 조건을 부여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국 주요 기업들은 EU와 포괄적인 데이터 전송 협약을 체결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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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미국과 EU 당국은 이 문제를 놓고 열띤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메타는 연차보고서를 통해 미국과 EU 간의 새로운 데이터 전송 협약 필요성을 거론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과 유럽 간의 데이터 전송을 좀 더 원활하게 해줄 새로운 협약이 빨리 마련되지 않으면 ‘유럽 시장 철수’라는 최후 수단을 동원해야만 하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는 일종의 엄포인 셈이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