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샌드박스, UGC+NFT 결합해 새로운 메타버스 열 것"

더샌드박스 이승희 한국사업총괄 이사 인터뷰

컴퓨팅입력 :2022/01/31 16:10    수정: 2022/01/31 20:20

최근 IT산업에서 가장 뜨커운 키워드는 역시 메타버스다.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 로블록스, 네이버, SK텔레콤 등 국내외 내로라하는 IT 기업들이 제각기 다른 지향을 가지고 메타버스 플랫폼 구축에 나섰다. 이제 태동기에 있는 분야인 만큼 메타버스가 어떤 모습으로 발전해 나갈지 기대를 가지고 지켜볼만 하다. 

이런 가운데 더샌드박스는 사용자가 온전히 주도하는 메타버스 플랫폼을 실험하고 있어 주목된다. 

최근 만난 더샌드박스 이승희 한국사업총괄 이사는 "메타버스가 기존 디지털 서비스와 구분되는 중요한 특징은 유저와 생산자 간 경계가 없어진다는 점"이라며 "우리는 이런 세계를 조성하기 위해 유저 창작 콘텐츠(UGC)와 블록체인 대체불가토큰(NFT)을 기반으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더샌드박스 이승희 한국사업총괄 이사

더샌드박스 플랫폼에서 유저는 3D 블록(복셀)을 쌓아 자신만의 아이템을 만들고, NFT화해 판매할 수 있다. 또 아이템들을 모아 게임을 만들 수 있고, 파티장이나 콘서트장 같은 공간을 만들고 다양한 이벤트를 열 수도 있다.

플랫폼 위에서 유저는 디지털 아이템 생산자, 게임 스튜디오, 이벤트 기획자 등 새로운 디지털 직업 활동을 하고, 또 만들어진 콘텐츠를 즐기는 소비자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여기서 플랫폼의 역할은 이용자들이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 툴과 콘텐츠를 NFT화하고 유통할 수 있는 마켓플레이스, 가상 공간인 랜드를 제공하는 것뿐이다.

더샌드박스는 궁극적으로 플랫폼사가 없어도 작동하는 탈중앙화된 메타버스 구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어떻게 실현해 나갈지 자세한 이야기를 이승희 이사에게 들어봤다.

더샌드박스는 유저가 3D 게임이나 가상공간을 생성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Q 더샌드박스를 단순하게 보면 블록체인계의 로블록스라고 소개할 수도 있을 거 같은데

"쉽게 이해하면 그렇게 볼 수도 있지만, 로블록스는 게임으로 시작을 해서 플랫폼을 지향하고 있고,  우리는 처음부터 플랫폼으로 시작했다는 점이 좀 다르다.

우리는 처음부터 직접 콘텐츠를 만들어내기보다 유저들에게 콘텐츠 제작 툴을 무료로 제공하고,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모든 기반을 제공하는 방향을 선택했다. 더샌드박스의 정체성은 게임 회사보다 플랫폼 회사에 가깝다."

Q.더샌드박스의 주요 특성은 UGC 중심이라는 점, 블록체인 기반으로 암호화폐와 NFT가 사용된다는 점, 3D 가상공간인 메타버스라는 점 등 3가지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특성들이 어떻게 연결되고, 서로 시너지를 내는 건가

"맞다. 이런 요소들이 상당히 유기적으로 엮여 있다. 이중 하나도 빠지면 안 된다.

더샌드박스는 2010년부터 모바일 2D UGC게임 사업을 했다. 유저들이 2D 게임을 만들고 갤러리에 올리고 서로 평가하고 즐길 수 있는 서비스였다. 서비스를 하면서 창업자들은 플랫폼이 지속적으로 작동하려면 유저에게 창작물에 대한 보상이 온전하게 돌아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냥 남들이 좋아해주고 예쁘다고 평가해주는 것 만으로는 안되고, 확실한 보상이 있어야 유저들이 적극 참여하게 되고, 생태계가 더 커지고 다시 더 많은 유저가 들어올 것이라 보고, 이런 선순환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2D 버전의 UGC 게임 플랫폼이었던 더샌드박스.

그래서 2020년에 블록체인 기반 플랫폼 개발을 시작한 것이다. 3차원 픽셀인 '복셀'형태로 애셋을 만들어서 NFT화하고, 이것을 유저 간에 거래할 수도 있게 했다. 또, 애셋을 가져다가 드래그 앤 드롭 방식으로 손쉽게 게임을 만들 수 있게 했다. 게임은 랜드라는 공간에서 퍼블리싱할 수 있다.  애셋과 랜드 모두 블록체인에 기반하고 있어, 유저들이 직접 소유하게 된다.

유저가 자기가 만든 아이템의 기능부터 가격까지 직접 설정하는 거다. 플랫폼 운영사가 이건 예쁘니까 얼마라고 결정하는 게 아니라. 유저가 아주 예쁘게 만들어서 비싸게 팔 수도 있고, 아니면 아주 쉽게 만들어서 대량 생산해 저렴한 가격에 팔 수도 있다. 심지어 도안만 만들어서 팔 수도 있다. 랜드도 사고 팔 수 있는데, 좋은 랜드를 소개해 주는 사람도 생겨날 수 있다. 오너십을 유저에게 주니 새로운 디지털 세계에서 다양한 직업들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UGC, 블록체인 기반 직업(생산·유통), 메타버스 플랫폼이 하나도 빠지면 안되는 핵심 요소인 것이다."

Q.유저가 생산은 물론 시장 경제의 룰을 직접 만든다는 점이 흥미롭다.

"메타버스의 핵심적인 특성은 유저와 생산자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거라고 본다. 이전까지 유저는 온라인 콘텐츠를 구매하는 사람이었다면, 이제는 생산자가 되기도 하는 거다. 유저 이면서 크리에이터가 되는 공간이 메타버스라고 생각한다."

Q. 게임을 직접 만드는 일이 어려울 것 같은데, 확장성이 있을까. UGC 장르의 성장성이 궁금하다.

"게임을 만드는 즐거움이 크다는 것을 잘 보여준 사례가 로블록스다. 로블록스만 봐도 유저들이 직접 게임을 만들고, 다른사람에게 보여주는 것에 대한 수요가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유튜브도 사실은 같은 개념이다. 이제 여기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것이 메타버스 플랫폼이라고 생각한다.

유튜브나 로블록스 같은 플랫폼에서 유저들이 콘텐츠를 생산하는 것에 대한 즐거움을 알고, 그로 인해 수익을 벌어들이는 즐거움을 확실히 알고 있다고 확신한다."

더샌드박스는 유저가 콘텐츠를 제작하고 판매할 수 있도록 복스에딧, 마켓플레이스, 게임메이커 등의 툴을 제공한다.

Q.결국 직접 게임을 만들고 자산화하는 능동적인 유저를 어떻게 많이 끌어 모을지가 더샌드박스 성패를 가를 핵심 과제인 거 같은데...어떻게 이런 유저 생태계를 키울 계획인가

"닭과 달걀의 문제처럼 '유저가 많이 와야 콘텐츠가 늘어날 것인가, 콘텐츠가 많아야 유저가 늘어날 것인가' 이런 고민이 있었다. 우리는 콘텐츠를 먼저 만들어야 유저가 온다는 쪽으로 결정했다.

그래서 우리는 '크리에이터 펀드'와 '게임 메이커 펀드'를 만들었다. 크리에이터 펀드 같은 경우는 복셀로 애셋을 만드는 사람들을 지원한다. 우리가 복스에딧이라는 툴을 제공하는데, 레고 블록 쌓는 정도만 할 줄 알면 복셀을 만들 수 있다. 게임 메이커 펀드는 이런 애셋을 가지고 실제 콘텐츠를 만들 수 있게 지원한다. 게임을 만들 수도 있고 콘서트장, 파티장, 미팅장, 전시장 같은 것도 만들 수 있다.

아직 알파 시즌1을 진행하고 있는데, 크리에이터 펀드에 참여하는 사람이 3만 명이 넘고, 게임 메이커 펀드에 참여하는 스튜디오가 55개 이상이다.

한국에서도 크리에이터로 수천 명이 참여하고 있다. 또, 게임 스튜디오도 3곳이 올해부터 참여를 시작했다. 알파 시즌을 통해 이런 콘텐츠들을 보여주면 '나도 해볼 수 있겠구나' 생각하는 이용자가 더 많아질 거라 본다."

더샌드박스에서 프라이빗 파티를 개최한 스눕독

Q.더샌드박에서 큰 돈을 버는 유저들도 생길 수 있겠다

"래퍼 스눕독은 프라이빗 파티 티켓 1천장을 판매했는데, 20분 만에 완판했고, 벌어들인 수익이 당시 샌드 가격으로 10억원 정도다. 플랫폼 수수료는 2~3% 정도만 책정되어 있고 나머지는 다 제작에 참여한 사람들이 가져간다.

아직 공개할 수 없는 사례도 많다. IP를 가지고 있는데 애셋이나 게임을 만들 시간이나 역량이 부족한 사람들도 있다. 이런 사람들이 요청한 작업물을 크리에이터 펀드에 참여하는 아티스트와 연결해 주고 있는다. 어떤 분들은 '벌써 이렇게 큰 돈을 벌게 될 줄 몰랐다'고 하시는 분도 있다. 단, 아티스트로 등록하려면, 테스트를 통과해야 한다. 통과율은 10% 미만이다."

Q.유저 생태계를 키우는 데 가장 허들이 되는 요인이 뭐라고 생각하는지. 일반 유저들에게 다소 생소한 블록체인은 아닌가

"블록체인 월렛을 생성하는 것이 허들이다. 그래도 우리가 생각하기에 블록체인 기반이 가장 완벽한 모델이라고 생각을 했기 때문에 유저를 학습시키는 방법을 택했다.

샌드박스 계정을 생성할 때 월렛을 만드는 것 빼고, 나머지는 일반 서비스와 같다. 애셋을 만들어 NFT로 민팅 하는 것도 그냥 업로드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만든 애셋이 내 지갑 안에 계정 안에 들어가는 거다.

지금은 엄청나게 많은 분들이 월렛을 만들어서 가입했다. 알파를 진행하고 전 세계 가입자가 180만 명 정도 됐다. 디지털 네이티브한 젊은 사용자들이 많기 때문에 월렛 만드는 걸 그렇게 어려워하지 않는 것 같다.

단, 시드 구문을 저장해놔야 한다는 개념이 좀 복잡하고, 이 것을 잃어버릴 위험도 있다.  시간이 지나면 더 쉬운 방식으로 지갑을 생성하는 기술이 분명 나올 거라 본다."

Q.메타버스는 물론 블록체인 기반 게임들이 재미 없다는 평가도 많다. 더샌드박스 경우 게임메이커 툴로 간단한 게임 정도 밖에 만들 수 없을 거 같은데, 게임성에 대한 고민은 없나

"메타버스가 노잼이라는 평가는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메타버스는 구현된 완성체가 아니라, 아주 초기 단계일 것이다. 메타버스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별로 없다. 웹으로 따지만 웹1.0 모델인 것이다. 그냥 텍스트만 쭉 나열해 놔서, 책인데 그냥 디지털로 된 거가 웹1.0이었다. 웹이 발전해서 유저 간 인터랙션이 생기고, 각종 서비스가 등장하는 것을 우리가 경험하지 않았나. 메타버스는 이제 1.0 수준이기 때문에 재미가 없을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좀 재미있는 방식으로 만들려고 기존 게임을 메타버스화하는 시도가 나오는 거 같다. 그렇게 가는 방향이 있다면, 우리처럼 완전히 새로운 걸 해보려는 프로젝트도 있다. 이런 것들이 조금씩 발전하다 보면 분명히 개선될 거라고 본다.

더샌드박스 내에 조성될 아타리 테마파크

우리는 기존에 있는 다른 게임들이랑 경쟁을 하는 콘텐츠를 만드는 게 목표는 아니다. 이미 재미있는 게임은 너무 많다. 우리 플랫폼 안에서만 할 수 있는 것들이 또 있다고 본다.

예컨대 셀럽이 자기 아바타를 복셀로 만들어서 유저에게 직접 팔 수 있고, 유저들은 그걸 가지고 게임도 만들 수도 있다. 아니면 유저가 팬아트처럼 셀럽 캐릭터를 복셀로 만들고 셀럽이 그것을 공인해줄 수 있다. 유저와 셀럽이 팬미팅도 할 수 있고 파티도 할 수 있다. 샌드박스는 이런 다양한 이벤트가 일어날 수 있는 공간이다.

우리 게임메이커가 단순한 조작을 허용한 툴이지만 실제 유저가 만든 게임을 보면 재미있는 것도 상당히 많다. 예컨대 그냥 미로 게임인 줄 알았는데, 끝에 와보면 미로를 통과하면서 보인 그림의 순서를 맞춰야 한다거나, 이런 상상력을 발휘한 게임들이 나오고 있다. 플랫폼에서 유저가 마음껏 만들 수 있는 자율성을 주면서, 엄청난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Q. 이용자들이 공들여 애셋과 게임을 만들었는데, 샌드박스가 없어지면 이 자산들은 어떻게 되나?

"우리가 지금 당장 망하면 만들어 놓은 것이 다 날아갈 가능성이 더 높다. 하지만, 우리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바는 플랫폼사가 완전히 빠져도 판매된 랜드가 작동하는 그림이다.

그전까지 우리는 콘텐츠가 계속해서 제작될 수 있도록 랜드를 판매한 수익금과 유저 간 거래에서 발생한 수수료를 펀드에 고스란히 재투자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결국 샌드박스가 완전히 빠져도 콘텐츠는 그대로 있을 것이다. 이렇게 되도록 만드는 게 초반 우리의 역할이고, 이게 되고 나면 우리는 빠지고 완전히 탈중앙화될 것으로 본다."

Q. 타 플랫폼과 연계도 가능해질까?

"이미 준비를 하고 있다. 지금 당장 스타일이 완전 다른 플랫폼과 연계를 하는 것은 어려울 것 같고, NFT 프로젝트랑은 이미 하고 있다. 지루한 원숭이들의 요트 클럽(BAYC)도 연동돼 있어서, 구매한 NFT를 샌드박스에 불러올 수 있다."

Q.우리나라에서는 게임에 NFT를 결합하면 사행성이 높다고 서비스를 못하게 하고 있다. 더샌드박스는 서비스에 어려움은 없나?

"지금 우리나라 법에서는 안 됐다고 못박지 않았다. 최근에는 다행이 (사행성이 있는지 여부를) 좀 구체적으로 들여다 보기 시작한 것 같다. NFT 게임 중에 서비스를 계속 하고 있는 것도 있다.

샌드박스에서 제공하는 게임메이커 툴에는 (사행성이 있을 수 있는) 랜덤 요소는 넣을 수 있는 기능이 없다. 우리가 NFT를 가지고 있지만 사행성이 전혀 없는 플랫폼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본다.

앞으로 관련 법령이 제정된다면, 샌드박스가 한국에서 서비스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Q.정식 서비스는 언제 나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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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쯤 알파 시즌2를 시작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시즌을 조금씩 계속 해나가려고 한다. 규모를 좀 늘려가면서 시즌을 하다가, 콘텐츠도 많이 모이면 정식 론칭이 될 것 같다. 정확한 날짜는 우리가 지정하지 않았다.

기존 게임 서비스는 워낙 여러 케이스를 경험해 봤으니, 게임 만들어지는 과정이 어느정도 예상 가능한데, 우리 같은 플랫폼은 아무도 해본 적이 없는 것이라 얼마나 걸릴지 감이 좀 부족하다. 계속 알파 시즌을 해보면서 툴도 더 업그레이드하고, 유저들한테 더 편리함도 더 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