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메타버스, 시장 성장과 이용자 보호 '골디락스 생태계' 만들어야

전문가 칼럼입력 :2022/01/26 13:16

주용완 강릉원주대학교 교수

미증유의 코로나 확산은 기업의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했다. 이를 반증하듯 미국에서 "누가 여러분 회사의 디지털 전환을 주도하나요?" 라는 설문조사에 대부분의 응답자들이 CEO와 CTO가 아닌 코로나19(COVID 19)를 지목했다.

코로나가 초래한 또 하나의 현상이 언택이다. 2020년 어느 조사에 따르면 언택 용어는 전년도에 비해 사용빈도가 40~50배나 늘었다. 회사 업무, 학교 수업, 각종 모임, 일상 생활을 비대면으로 하면서 이제 가상 세상 이상의 것을 찾기 시작했다. 

엔비디어 젠슨 황 CEO는 2020년 10월 'GTC 2020' 기조연설에서 "지난 20년이 놀라웠나요? 앞으로의 20년은 SF나 다를 바 없을 겁니다. 메타버스(Metaverse)의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If the last twenty years was amazing, the next twenty will seem nothing short of science fiction. The metaverse is coming)"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 사용자들의 언택 요구가 디지털 전환으로 모아지면서 국내외에서 메타버스 열풍이 거세다. 코로나로 비대면 소통이 일상화하면서 오프라인 활동이 온라인화하는 걸 넘어 새로운 3차원 가상공간으로 전환하는 움직임이 가속화하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 다음 버전으로 불리는 메타버스는 초월이라는 의미를 지니는 메타(Meta)와 세계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다. 현실 세계와 같은 사회 및 경제 활동이 통용되는 3차원 가상공간을 의미한다. 메타버스를 메가트랜드로 보는 건 오프라인에서 일어나는 모든 이벤트를 대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용자는 소셜 커뮤니케이션, 경제 활동, 정치 활동 등 다양한 목적의 오프라인 활동을 가상 세계에서 이어 나갈 수 있다.

주용완 강릉원주대 교수

서비스 제공자 관점에서 보면 메타버스는 물리적인 시공간을 초월한다. 세계 인구수 약 78억명, 세계 인터넷 이용자 수가 약 48억명인데 메타버스는 이러한 이용자 전체를 대상으로 물리적 시공간을 초월한 서비스를 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특히 오프라인-온라인-모바일을 넘어 이용자 한명이 멀티 아바타가 돼 새로운 이용자 규모의 경제를 만들어 갈 수 있는 공간이여서 주목받고 있다.

메타버스 생태계 구축에는 5G 네트워크 기술을 축으로 클라우드, AR·VR 기기, 콘텐츠 등 여러 기술의 유기적 결합이 필요하다. 글로벌 기업들은 메타버스 생태계를 선점하기 위해 기술개발, 인수 및 합병, 파트너십 제휴 등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2월 메타버스 대표 기업인 로블록스의 CEO 데이비드 바스추키는 투자자 행사에서 인간 상호작용 및 공동체 경험의 가상 플랫폼이라는 방향성과 메티버스 생태계를 만들고 이용자 보호를 병행하기 위한 8가지 핵심 원리를 제시, 눈길을 끌었다.

이는 앞으로 메타버스 시장이 사회적 신뢰를 얻어가며 발전하는데 중요한 지표가 될 전망이다. 특히 이번 지침은 메타버스 대표기업인 로블록스가 추구하는 이용자 보호 자율규제 철학이 반영될 것이라는 점에서도 시선을 끈다. 당시 로블록스가 제시한 8가지 핵심 원리는 ①나와 자신의 아바타 정체성 ②서로 다른 문화와 생각 방식을 가진 친구 연결 ③현실과 같이 느낄 수 있는 몰입성 ④어디서든,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서비스 ⑤다양성 인정 ⑥불협화음 없음 ⑦크리에이터(Creator)와 이용자 간 활발한 경제활동 ⑧콘텐츠 감시, 청소년 보호 및 인터넷 안전 법체계 준수 등이다.

기술 발전은 인간의 삶, 교육, 직업, 건강, 안전 등을 획기적으로 변화시켜 경제 및 사회적 혜택을 준다. 하지만 사회적 수용성면에서는 문제가 될 수도 있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기술을 통한 일탈을 어떻게 막아내고 올바른 방향으로 사회를 인도할 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신기술 과 신서비스는 늘 현재와 충돌한다. 인공지능(AI) 뿐 아니라 메타버스도 그렇다. 그러나 이를 규제로 풀면 기술 발전과 시장 위축으로 기업과 국가 경쟁력을 약화시킨다.

미래 시장의 승자는 인간이 편리하고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가치를 얼마나 충족시킬 수 있는 지에 달려있다. 어느 미래학자는 이를 하이터치라 명명했다. 메타버스는 이러한 하이터치를 주는 것으로, 메타버스 시장이 지속 성장 하려면 사회적 신뢰를 유지하기 위한 이슈를 미리 분석할 뿐 아니라 문제를 사전에 차단하거나 줄이는 장치가 있어야 한다.

메타버스는 이제 막 씨앗을 뿌린 단계다. 특정 산업의 과도한 규제가 기술 발전과 관련 산업 성장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된 걸 우리는 많이 봐왔다. 이에, 메타버스처럼 시장 발전 초기에 있는 산업은 큰 사회적 이슈가 발생해 강력한 법규가 만들어지기 전에 예상 문제점을 세밀히 분석해 기업의 자율 규제나 메타버스 산업계의 자율 규제를 통한 연성 규범을 단계별로 시행하는게 좋다. 메타버스 생태계 확충과 동시에 이용자들이 안전히 사용할 수 있는 '골디락스 상태계'를 만드는 것이 메타버스가 지속적인 성장동력이 되는데 선결요건이다. 산학연이 합심해 이런 부분을 적극 논의하고 실행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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