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로 성장하는데 자신감···SW 개발이 더 재미있어질 듯"

[인터뷰] 2021년 공개SW개발자 대회 대상/UNDER5 팀(이기훈, 이홍권, 김형태, 정민재)

인터뷰입력 :2022/01/25 10:44    수정: 2022/01/25 17:18

과기정통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이 지난해 개최한 '2021년 공개SW 개발자 대회'에서 일반 부문 대상(과기정통부 장관상)은 국비 SW개발자 프로그램인 '42 서울(42 Seoul)'에 참여하고 있는 학생들 4명이 받았다. '42 서울' 2기생인 이기훈(30, 팀장), 김형태(29), 정민재(27) 3인과 3기생인 이홍권(30) 씨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웹 기반 음성 채팅 메타버스 개발(프로젝트명 Giggle Forset)'로 영예의 과기정통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지디넷코리아와 서면 인터뷰에서 이들은 "행사에 참여하면서 많은 걸 배웠다"면서 "앞으로 자신감을 갖고 개발자로서 성장하는데 더 집중할 수 있을거 같다"며 기뻐했다. 아래는 인터뷰 내용.

언더파이브 팀원들이 지난해 11월 찍은 사진. 왼쪽부터 이기훈, 정민재, 이홍권, 김형태 씨.

-수상을 축하한다. 수상 소감을 말해달라

이기훈(팀장): 얼떨떨 하고 매우 기쁘다. 일반부에 참여했는데, 우리 팀원 모두는 국비지원교육으로 개발 교육을 받고 있다. 시작한지 1년 정도된 학생들이다. 수상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었는데 이렇게 큰 대회에서 일반부 대상을 수상, 앞으로 자신감을 갖고 개발자로서 성장하는데 집중할 수 있을거 같다.

이홍권: 지금까지는 어떤 프로젝트를 하더라도 항상 내부적으로만 평가받아 내가 정말 잘하고 있는 것인가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있었다. 이번에 객관적으로 평가받고, 좋은 결과까지 있어 이때까지 해오던 공부 방향이 잘못되지 않았다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됐다.

김형태: 개발에 더 재미를 붙일 수 있게 된 계기가 됐다. ‘내가 할 수 있나’라는 고민을 하다 '어떻게 하면 더 잘 할 수 있나’로부터 비롯된 더 다양한 고민들을 하게 됐다.

정민재: 개발 공부를 시작하고 가장 애정이 많이 간 프로젝트였다. 어떤 상이라도 타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대상을 수상하니 정말 기분이 좋다.

-행사에 참여하게 된 계기나 동기가 궁금하다

이기훈: 프로젝트를 기획할 때 부터 MIT 라이센스의 오픈 소스 형태로 공개할 계획이었다. 때마침 공개SW개발자대회 접수 일정과 겹쳐 바로 신청했다.

이홍권: 원래부터 협업 느낌나게 재대로 프로젝트를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기획을 준비하고 있었다. 마침 공개SW개발자대회와 우리 프로젝트 일정이 거의 같아 신청했다.

-어떤 프로젝트로 대상(과기정통부 장관상)을 받은 건가

이기훈: 웹 기반 음성 채팅 메타버스 개발이다. 개발도 비대면 상황에서 소통해야하는 상황이 많아졌다.  우리 팀은 화상미팅 서비스 이용 시 캠을 이용하기에 부담스러운 상황이나, 줌 피로도 등에 주목했다. 그래서 화상이 아닌 아바타를 통한 메타버스 형태의 미팅 서비스를 기획하게 됐고, 개발을 진행하며 소통의 몰입감을 증가시키기 위해 사용자 음성을 분석해 사용자 음성에 따라 동작하는 아바타 립 싱크를 구현했다.

-팀명이 언더5(Under5)다. 어떤 의미인가

이기훈: 우리 팀원이 총 네 명이다. 코로나로 사적모임 제한 인원이 5인 미만 이기도 해 팀 명을 UNDER5로 정했다.

이홍권: 언더5는 한글로 '5인미만 사업장'이다. 각종 기준 없이 할수 있는 모든 시간을 다 쏟겠다는 뜻으로 그렇게 지었다.

-팀원들 각자를 소개해 달라

이기훈: 20대 때부터 창업에 발을 들였다. 대학에서는 건설환경공학과 창업학을 복수 전공했다. 대학 시절 개발 경험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앱서비스 회사를 창업해 실패한 경험이 있다. 현재는 개발을 제대로 공부하고, 뜻이 맞는 사람들을 만나 다시 창업하려고 '42Seoul'이라는 국비지원 교육프로그램에 참여 하고 있다.

이홍권: 대학은 전자전기컴퓨터공학부로 졸업을 했다. 대학에서 주로 공부한 건 반도체소자제어였다. 반도체산업 쪽으로 취업을 준비하다 내 적성과 맞지 않는 다는 걸 알고 조금 방황했다. 어느 순간 만들고 싶은 프로그램이 생겨 충북대학교 공동훈련센터에서 처음으로 C언어를 배웠다. 그리고 SI업체를 1년 조금 넘게 다니다 퇴사하고 남의 일을 하기보다 내 일을 하고싶어 '42Seoul'에 들어와 같이 스타트업을 할 사람들을 찾고 있었다. 지금은 다른 분들과 헬스 관련 스타트업을 하고 있기도 하다.

김형태: 대학에서 대기과학과를 전공했다. 자연과학을 공부한 학생이 서울에서 취업을 하려니 눈에 띄는 게 금융권, 그 중에서도 은행이었다. 그런데 몇번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또 은행들이 점점 점포를 줄이면서 IT로 전환 한다고 하니 '나도 컴퓨터 공부를 해야하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 하기는 막막하고 다른 교육기관을 찾자니 교육기관만의 테스트가 있는 곳이 있더라. 그래서 '42Seoul'에 지원을 했다. '42Seoul'은 학비도 없고, 지원 자격도 어렵지 않았고(고등학교 졸업), 테스트도 간단했다. 덜컥 붙어서 얼떨떨한 마음으로 개발 공부를 시작했는데 좋은 동료들을 만나서 개발에 재미를 붙일 수 있었다.

정민재: 전공이 생태공학과다. 그런데 환경에 관심이 없어 학업에 집중을 못했다. 그래서 창업동아리에 들어갔고 창업에 대한 많은 경험을 했다.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창업활동을 하던 중 우연히 코딩과 인연이 닿았고, 내 성향과 맞다는 것을 알게 됐다. 코딩에 관심이 점점 더 커지면서 국비지원 게임 프로그래밍 학원에도 다녀봤다. 하지만 게임과는 맞지 않았다. 계속해 코딩과 연을 이어가고 싶어 지인의 소개로 '42seoul'이라는 교육 프로그램을 알게 됐고 지금 잘 다니고 있다.

언더파이브 팀원들(왼쪽부터 이홍권, 정민재, 김형태, 이기훈)이 지난해 9월 공개SW개발자 대회 출품작 개발을 위해 이기훈 팀장 집에 모여 찍은 사진.

-대회에 참여하면서 느낀 점은?

이기훈: 체계적으로 협업을 잘하기 위한 팀원들의 노력이 좋은 결과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협업에서 기본은 합의된 목표와, 지켜야할 규칙이라고 생각한다. 각 개인이 이 걸 잊지 않고 지키고자 노력한다면, 모두가 하나의 점을 향해 가고 있다는 신뢰가 형성된다. 신뢰가 형성된 팀은 선순환 고리를 연결해 나아가는 힘이 생긴다. 팀 프로젝트를 할 때, 무엇을 하고 있는지 보다 왜 하고 있는지를 잊지 않는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언더5(UNDER5) 팀은 시작 단계에서, 이 프로젝트를 왜 진행 하는지에 대해 충분히 서로의 생각을 듣고, 합의된 목표를 잘 정했기 때문에, 모두가 성장할 수 있는 좋은 프로젝트가 됐다고 생각한다. 이번 프로젝트 경험을 통해 의지와 시간, 믿고 함께할 수 있는 동료만 있으면 무엇이든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

이홍권: 프로젝트 기획부터 검증까지 전체 사이클의 모든 부분에 참여해 경험해 볼 수 있어 정말 좋았다. 대회를 진행하면서 내가 다른 팀원들보다 조금 더 나은 부분과 조금 더 부족한 부분을 알 수 있었다.

앞으로 내가 다른 팀에 들어가서 어느 부분을 집중해야 하는지 포지셔닝을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

김형태: 실제로 운영되는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서는 내 생각보다 더 많은 것들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단순히 코드를 치는 것 이외에 기획부터 배포까지, 또 그 사이에 반복되는 일들을 자동화하는 것 등 알아야할 게 정말 많더라. 앞으로 계속 공부해도 시간이 부족할 것 같아 겁나기도 하지만 새로운 걸 알아가는 게 즐겁기도 하다. 또, 명확한 목표가 있고 옆에 좋은 동료들이 있다면 가는 길이 힘들어도 할만하다는 걸 느꼈다.

정민재: 겉으로 보면 간단해 보이는 서비스들이 깊게 파보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는지 알게 됐다. 간단하게 캐릭터가 움직이고 음성 통신을 하며 채팅을 할 수 있는 정도의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양의 공부가 필요하고, 그것들을 잘 사용할 수 있게 이해를 해야한다는 것을 알았고, 앞으로 내가 어떤 일을 하든 계획을 하는데에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있으며 그런 다양한 사람들에게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을 크게 깨달았다. 특히 함께한 팀원들이 모두 각자의 개성을 가지고 있고 배울점이 많았기에 정말 좋은 시간이었다.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이기훈: 올 하반기에 '42서울' 과정을 끝마친다. '42Seoul' 커뮤니티에서 팀을 꾸려 창업을 할 계획이다.  아이템 중심으로 시작하는 것이 아닌, 혁신적인 기술로 해결 할 수 있는 적정 문제를 찾고, 린스타트업 방식으로 사업을 발전시켜나갈 계획이고, 이 생각에 공감하는 분들로 팀을 구성하는 단계다.

이홍권: 항상 월급받고 하는 남의 일 말고, 내 일을 하고 싶었다. 2022년은 스타트업을 해보고 결과가 너무 좋지 않다면 다시 취업계획을 세울 계획이다.

김형태: 대회에 참여하면서 돌아가고 있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개선하는 좋은 방법이 뭐가 있을지 고민해보고 있다. 몸으로 느끼고 배우기 위해서는 현업에서 일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먼저 취업을 하려 한다.

정민재: 개인적으로 앱개발을 하고 싶었다. 이번 프로젝트는 웹 서비스이기에 지금 하고 있는 일만 마무리 하면 앱개발 공부를 시작하고 내가 생각한 아이템이나 서비스를 빠르게 개발하고 시장반응을 볼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만들려고 한다.

-우리나라가 공개SW 기여국이나 강국이 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제안을 한다면

이기훈: 개발 경력이 많지 않은 나에게는 조금 어려운 질문이다. 개인적으로 공개SW 생태계 성장을 위해서는 좋은 프로젝트와 이 프로젝트를 받쳐주는 개발자 커뮤니티, 그리고 기업의 적극적인 사용 및 후원, 커뮤니티 참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문화가 확산될 수 있게 장려하는 장치들이 더 많아지면 좋겠다.

이홍권: IT 관련 벤처기업들의 지원이 지금보다 훨씬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발자들이 자신들의 꿈과 희망을 실현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야 이때까지 나오지 않았던 가치있는 오픈소스들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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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이기훈: 열심히 준비해서,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데에 기여할 수 있는 좋은 회사를 만들고 싶다. 기억해주고 응원해주면 감사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