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가 스스로 코드를 만드는 '소프트웨어 2.0' 등이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뽑은 '2022년 10대 기술 전망'에 선정됐다. 이번 10대 기술은 ETRI 연구진 분석과 국내외 기술동향 보고서를 바탕으로 선정됐다. 'ETR가 바라본 2022년 10대 기술 전망' 보고서는 ▲혁신과 변화 ▲공간과 경험 확장 ▲지정학적 긴장과 갈등 고조 등 크게 3대 트렌드로 분류, 10대 기술을 소개했다. 그동안 매년 미래 기술 전망을 발표해 온 ETRI가 10대 기술로 한정, 미래 유망기술을 발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혁신과 변화 부분 기술 3가지>
▲다중감각 AI:어린이들은 세상을 ‘보고’ 그것에 대해 ‘말하며’ 성장한다. 이와 비슷하게, 인식하고 표현하는 인공지능(AI) 감각 지능들을 서로 결합해 사람과 같이 유연한 AI를 만들겠다는 시도다. 다중감각 AI를 통한 질적 성장이 최근 급부상한 초거대 AI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지 기대된다.
▲소프트웨어 2.0:소프트웨어(SW)를 개발하는 주체가 사람이 아닌 데이터로 점점 변화하고 있다. 데이터가 스스로 코드를 만드는‘소프트웨어 2.0’은 자율주행자동차, 신약개발 등 모든 산업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향후 양과 질적으로 우수한 데이터 확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양자 서비스:양자컴퓨팅이 실험실 수준을 벗어나 산업화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최근 대형 ICT 기업들이 클라우드를 통해 양자컴퓨팅 서비스를 경쟁적으로 제공하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양자 우위 시대를 대비해 양자컴퓨팅 적용 분야를 찾고 활용 능력을 점검해야 한다.
<공간과 경험 확장 부분 기술 4개>
▲디지털 휴먼:실제 사람 외모와 구별하기 어려운 수준에 도달한 새로운 존재가 탄생했다. 앞으로 고유한 성격과 가치관을 가진 디지털 휴먼은 표정을 짓고 대화하며 우리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인간의 정체성을 포함해 디지털 휴먼과 바람직한 관계를 맺기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
▲대체불가토큰(NFT, Non-Fungible Tokens): NFT는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파일로, 디지털 미술품, 음악과 같은 디지털 자산 또는 집이나 자동차 등 현물 자산에 연결된 토큰화된 증서이며 대체 불가능한 고유한 특성을 가진다. 현재 법과 제도가 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NFT 시장은 혼란한데, NFT는 인터넷 등장 이후 처음으로 디지털 파일에 대한 희소성과 소유권에 가치를 부여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하고, NFT는 일시적 유행이 아닌 장기 트렌드로 봐야 한다.
▲비지상 통신:고도 120m 이하 지상 중심 통신이 3차원 공간으로 확장하고 있다.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장과 저궤도 위성통신 부상은 비지상 통신 시대를 앞당기고 있다. 비지상 통신이 가져올 공간 확장은 통신 패러다임을 바꾸고 우주 패권과 글로벌 정보 지배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시간 정밀 측위:지상과 공중, 실내외 구분 없이 빠르고 정확하게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기술들이 등장하고 있다. 실시간 정밀 측위는 과거에 없던 새로운 경험을 통해 일상과 산업을 한층 업그레이드할 것이다. 새로운 경험의 한계는 기술 자체의 성능보다 인간의 상상력에 의해 정해질 것이다.
<지정학적 긴장과 갈등과 관련한 기술 3개>
▲AI 밀리테크:밀리테크(Militech)는 군사(military)와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핵심 군사기술을 의미한다. 인공지능이 전쟁 성격까지 바꾸고 있다. 미래 국방력은 한 나라가 보유한 탱크, 함선, 전투기 수가 아니라 AI 알고리즘의 품질로 정의된다는 의미다. 미국, 중국 등 군사 강대국들은 AI 밀리테크 개발에 더욱 치열하고 노골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AI 군비경쟁이 현실이 됐다는 분석이다.
▲사이버 팬데믹: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디지털 세계는 일상과 경제활동의 중심이 됐다. 이러한 디지털 세계에서 다음 팬데믹이 발생할 것이라는 강력한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사이버 공간에서 공격 수단은 더욱 정교해지고, 공격 표면적은 크게 넓어지기 때문이다.
▲기술표준 신지정학:하나의 세계가 두 개 표준으로 분열될 조짐이다. 미·중 간 지정학적 갈등이 기술표준을 둘러싼 디지털 영역으로 확대하고 있다. 다른 나라들과 표준협력을 통해 디지털 통상과 연계한 전략 방안을 강화해야 한다. 미국과 중국 사이의 선택 문제에서 벗어나야 한다.
김명준 ETRI 원장은 보고서에 대해 "국가연구개발 중장기 투자전략 수립을 돕고, ICT R&D 전략 수립을 위한 방향 설정에 도움을 주는 데 목적이 있다"면서 "코로나19 이후 경제·외교·안보 등 세계 질서의 대전환이 예상되는 만큼 ICT 기술우위를 통해 국가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보고서를 작성한 ETRI 기술전략연구센터 이승민 박사는 “이제 세계는 본격적인 기술 지배 시대에 진입했고 디지털 영토는 경제·산업뿐만 아니라 국가 경쟁의 가장 치열한 격전지가 됐다"고 진단했다.
이번 보고서는 ETRI 전자 도서관 홈페이지(https://library.etri.re.kr)나 ETRI 지식공유플랫폼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