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베이트가 당연시 되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불법’이라는 단어가 앞에 붙고, 쌍벌제‧청탁금지 등 사회가 투명성과 공정경쟁을 요구하면서 제약계에서도 윤리경영은 중요한 부분이 됐다. 특히 한 기업의 비윤리적인 경영활동은 당사자만의 책임을 넘어 관련 산업 전반의 신뢰성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모든 기업이 윤리경영에 동참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에 제약업계는 CP(Compliance Program,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 등을 통해 직원의 윤리경영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다케다제약에서 윤리경영과 준법경영을 지원하는 부서는 준법감시부(Ethics &Compliance)이다. 황지현 총괄이 이끌고 있다. 그는 회계법인에서 내부감사 관련 업무를 담당하다 2007년 처음 제약업계에 들어와 기업의 위험을 파악‧예방하는 내부통제 업무를 전담했다. 이후 보건의약계에 리베이트 쌍벌제가 도입되며 본격적인 컴플라이언스 업무를 시작했고, 2017년 한국다케다제약에 합류해 관련 업무를 전담하고 있다.
■ 준법경영은 회사의 위험을 예방‧관리해 지속 가능성 높여
황지현 총괄은 “회계법인에 근무하며 여러 글로벌 제약사의 감사를 진행했고, 제약업계 컴플라이언스 업무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실제 제약업계를 경험하면서 국민 건강증진을 위해 노력하는 제약사의 역할을 체감할 수 있었고, 이러한 역할을 보다 윤리적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돕는데 기여하고 싶다는 생각에 합류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그는 준법감시부의 역할에 대해 지속 가능한 경영을 위해 회사가 직면할 위험을 예방하고 관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 총괄은 “요즘 ESG 경영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재무적인 성과에 드러나지 않는 요소를 포함해 회사의 지속 가능한 경영 여부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준법감시부는 ESG 경영 중 지배구조와 관련이 있는데 법규 준수와 내부 통제 시스템을 마련하는 게 핵심적인 선결 조건이다. 법규 위반으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이나 위험(risk)을 예방할 수 있는 토대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에서 준법감시와 관련해 다양한 표현이 사용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다케다제약에서는 준법감시부를 영어로 Ethics & Compliance라고 지칭하고 있으며, 업무를 가리킬 때에는 Compliance라고 부르고 있다. 이는 단순히 법의 준수(Compliance)를 넘어 윤리적인 활동(Ethics)이 선행돼야 한다는 철학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또 “통상적으로 법은 지켰지만 윤리적으로 비난받는 사례들이 많이 있다. 법규 준수는 우리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의무이고, 윤리적 행동은 조금 더 큰 차원에서 지켜야 할 의무라고 정의할 수 있다”라며 “일각에서는 준법감시부를 경찰에 빗대기도 하는데, (저는) 오히려 직원과 회사를 보호하는 방패 혹은 (직원과 회사를 위해) 조언을 하는 든든한 컨설턴트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케다제약의 윤리경영의 토대에는 PTRB(Patient-Trust-Reputation-Business)를 통해 구현되는 회사의 중요 가치가 있다. 때문에 모든 의사결정을 PTRB 순으로 검증해 진행하는데 정말 환자를 위한 길인지, 사회 신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평가하고, 그 다음으로 우리의 평판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정말 도움이 되는 것인지를 판단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지속 가능한 경영활동에 정말 도움이 되는 것인지도 고려한다.
황 총괄은 “제약업계에서는 ‘환자중심주의(Patient Centricity)를 표방한다’는 말이 흔히 사용된다. 그러나 다케다제약에서는 더 나아가서 직원들이 항상 환자를 중심에 두고 그 다음에 신뢰-명성-사업 순서를 판단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고, 직원들도 이런 적용 방법에 익숙해져 있다고 생각한다. (준법감시부의 총괄로서) PTRB의 실천이 윤리 경영 실천과 같은 결과를 가져온다고 생각하며, 이는 다케다제약만의 특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에는 이런 의사 결정 과정이 좀 익숙하지 않았지만 항상 이런 식으로 크고 작은 의사 결정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스스로 체화 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 ‘꿈’꾸던 웹툰, 업무와 협업으로 이뤄
황 총괄은 직원들이 컴플라이언스(Compliance) 규정을 이해하기 쉽도록 관련 내용을 담은 웹툰을 정기적으로 발행, 직원들의 큰 호응도 얻고 있다. 특히 그에게 웹툰은 ‘실현된 꿈’이다. 처음에는 ‘온라인 제품설명회’를 주제로 단편 웹툰을 만들었는데, 당시 직원들의 반응이 상당히 좋아서 계속 정진할 수 있었다고 한다.
“소싯적 꿈이 만화가였다. 전문 교육을 받지 않아 주저하는 마음도 들었지만, 2020년 코로나 확산으로 재택근무를 하게 되면서 웹툰을 활용해 컴플라이언스 교육을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황 총괄은 “제약업계 종사자인 등장인물이 주말에는 야구를 하고 회사에서는 컴플라이언스 교육을 받으며 질의응답하는 이야기인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 내용에 대해 여러 피드백도 주신다”라며 “사실 준법감시부에 대해 보이지 않는 벽이 있었는데, 웹툰을 통해 직원들에게 가까이 갈 수 있는 가교 역할을 해주어 그 벽이 많이 허물어진 것 같다. 직원 중에는 약사법 전문을 요청하는 분, 공정 경쟁 규약 등 다른 부분도 공부해 보고 싶다는 분들도 있었다. 웹툰이 자기 주도형 학습을 유도하는 효과도 있는 것 같아 더욱 보람을 느낀다”고 밝혔다.
다만 “웹툰 작업은 일과 외 업무여서 야간이나 주말에 작업을 해야 하고, 스토리텔링과 작화 두 가지를 동시에 하고 있기 때문에 작업량이 많아 육체적으로 힘에 부칠 때도 있지만 스토리를 만들고 그림을 그리는 순간에 즐거움을 느낀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아직 부족한 점도 많고 발전해야 할 부분도 많지만, 간접적으로나마 만화가라는 어린 시절 꿈을 이루게 돼서 굉장히 즐겁다”라고 덧붙였다.
웹툰 1, 2화는 직원들이 관심을 갖도록 야구 내용으로만 채웠는데 당시 ‘컴플라이언스 교육용 웹툰이 맞나’라는 질문을 받기로 했다는 그는 “개인적으로 웹툰으로 직원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고, 그들에게 조금씩 스며드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라며 “직원들이 겪을 수 있는 일상생활을 스토리로 끌고 가면서, 에피소드 별로 컴플라이언스 관련 내용을 적절하게 추가하기로 정했다. 여러 화를 연재 중인 현재도 직원들의 관심과 반응이 꾸준하다는 점에서 방향이 맞았다는 생각을 한다”라고 말했다.
■ 직원 누구라도 의사표현 가능한 ‘스피크-업(Speak-up)’ 캠페인
한국다케다제약은 직원이라면 누구든지 제약 없이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스피크-업(Speak-up)’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각 임원들의 집무실과 회의실은 물론 사내 곳곳에 포스터를 게시하고,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온라인 툴도 제공한다. 황 총괄은 “이 캠페인은 무언가 옳지 않다고 느끼거나 다케다의 가치가 훼손된다고 느꼈을 때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개선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스피크-업 캠페인은 우리 직원들이 자유롭게 목소리를 낼 권리가 있다는 부분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흑과 백으로 명확하게 답을 할 수 있는 사안은 그렇게 많지가 않다. 또 그런 회색 지대에서 답을 찾는 부분도 쉽지가 않다. 그럴 때마다 윤리적인 측면에서 먼저 관찰하고, 그 다음에 법규/내부규정에 해당 사항이 있는지를 확인한다. 이때도 마찬가지로 PTRB에 적용시켜 의사결정에 실수가 없도록 노력한다”라며 “준법감시부는 판단의 근거를 명확히 문서화하고, 남용 및 오용되지 않게 적절한 통제 장치를 설정하고 있으며, 이 부분을 직원들에게 설명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황 총괄은 새해 목표로 웹툰을 활용한 컴플라이언스 교육을 더 발전시키고, 기존의 교육 방식을 보다 효과적으로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직원들에게 명확한 행동 가이드라인을 제공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맞닥뜨리는 문제들은 회색지대처럼 판단하기 어렵고, 조언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교육을 통해 이런 회색지대의 문제를 극복하고자 한때 ‘펀(fun) 경영’이라는 말이 유행하기도 했는데 나도 그런 교육이 돼야 한다고 믿는다”라며 “교육 효과의 극대화를 위해 재미있게 구성해 관심을 갖도록 한 것이 웹툰 컴플라이언스 교육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준법감시부는 직원들이 사내에서 손을 뻗으면 닿을 수 있는 충실한 조력자이자, 컨설턴트이다. 업무 수행 과정에서 당면하는 문제를 혼자 해결하려 하지 말고, 문제가 예상될 때 미리 상의하러 왔으면 좋겠다. 항상 문은 열려 있다”라며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말처럼 함께 머리를 맞대면 더 좋은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고 당부했다.
■한국다케다제약 준법감시부(Ethics &Compliance)...
기업의 경영철학인 다케다이즘(Takeda-ism)에 입각해 윤리경영 및 준법경영을 지원하는 부서로 대내외 경영위험요소를 예방‧관리해 회사가 직면할 수 있는 위험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국내외 제약업계에 적용되고 있는 약사법(리베이트 쌍벌제), 공정거래법, 청탁금지법 등 관계 법령 및 관련 규정의 자율적 준수와 불공정 행위를 근절함으로써 회사와 직원, 고객을 보호하는 최전선에 서 있다.
준법감시부의 모든 활동은 환자를 중심에 두고, 사회와의 신뢰를 구축하며, 회사의 명성을 강화하고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개발을 돕는 데 집중돼 있다. 주요 업무는 ▲이슈 대응 및 내부 컨설팅 ▲기존의 행동강령을 개편한 Refreshed Code of Conduct의 배포 ▲주기적인 컴플라이언스 모니터링 ▲다케다의 직원 누구든 다케다의 가치가 훼손된다고 느낄 때 언제든지 문제를 제기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Speak Up 캠페인 ▲직원들이 쉽게 컴플라이언스 규정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컴플라이언스 웹툰을 매월 정기적으로 발행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