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물꼬 튼 디지털 헬스케어…의료시스템 바꾸며 진화

[2022년 전망⑮-헬스케어] 백신·치료제 초단기 개발·디지털 의료시스템 물꼬…비대면 진료는 난제

헬스케어입력 :2022/01/07 14:11    수정: 2022/01/07 14:38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가 2년째 기승을 부리면서 정보기술(IT) 업계에도 많은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비대면과 원격 근무에 이어 메타버스가 새로운 키워드로 떠올랐다. 이런 상황은 2022년에도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물론 2022년 경제를 지배할 다른 키워드도 적지 않다. 대통령 선거를 비롯해 여러 변수들이 내년 IT 경기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지디넷코리아는 '2022년 전망' 시리즈를 통해 IT 주요 분야별 경기를 전망한다. [편집자]

사진=Allied Market Research 유튜브 캡처

코로나19 대유행 2년. 재난 속에서도 변화는 움튼다. 현대사는 전쟁과 경기침체 이후 새로운 산업과 기술의 출현으로 재난을 극복해왔고 코로나19도 마찬가지다. 감염병을 극복·통제하려는 노력은 첨단 제약·바이오 기술에 힘입어 백신·치료제 개발 단축과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의 급속한 발전을 가져오고 있다. 관련 산업의 발전과 혁신은 동시에 이해 당사자 사이의 충돌과 사회적 합의 필요성, 법 개정 요구 등 다층적인 복합성도 띈다.

이전까지 백신·치료제 개발에는 10년의 시간과 1조원의 비용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이것은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완전히 판도가 바뀌었다. 불과 일 년 만에 개발된 백신은 전통적인 백신 강국으로 불린 미국과 유럽을 시작으로 중국과 인도, 이제는 우리나라도 백신 개발국으로 이름을 올릴 전망이다.

감염의 위험으로 언택트(비대면)가 일상화된 현재, 전통적인 대면 방식의 보건의료 서비스도 급격한 변화를 목전에 두고 있다.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은 고도로 발달한 정보통신(ICT) 기술이다. 비대면 헬스케어 앱이 속속 개발되고 있으며, 관련 시장 규모도 팽창하고 있다.

맥킨지 글로벌 연구소는 지난 2020년 8조4천억 달러 규모의 글로벌 헬스케어 지출이 오는 2030년 14조5천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디지털 헬스케어는 3조 달러의 비용절감 효과를 가져와 2030년 11조5천억 달러로 낮출 것으로 예상했다.

이와 함께 투자가 늘고 기업 간 인수합병과 상장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이런 추세가 새해에도 더욱 가속화리란데 큰 이견은 없어 보인다. 다만, 의료의 영리적 이용에 대한 가치의 충돌은 우리사회가 넘어야 할 산이다.

■ 디지털 헬스케어, 전통적 의료 판도 바꿔…비대면 진료 허용할지는 미지수

글로벌 컨설팅 기관인 가트너는 코로나19로 인한 의료 복잡성과 병원의 수용가능 한계 극복을 위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이런 움직임은 일선 의료현장과 관련 산업계에서 활발하다. ICT 기술과 헬스케어의 접목이 시도되고 있으며, 이는 새해에도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등장한 ▲스마트검역시스템 ▲특별입국자 자가진단앱 ▲진단장비 ▲코로나19 역학조사지원시스템 ▲자가격리자 안전보호앱 ▲PC·모바일 코로나19 백신 사전예약시스템 ▲한시적 비대면 진료(전화상담·처방) ▲의료기관 비대면 서비스 등은 앞서 가트너의 분석처럼 디지털이 대면 방식의 전통적인 보건의료 시스템을 어떻게 바꿨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시스템 구축 초반만 해도 접속 증가에 따른 작동 불량, 서버 다운 등 고질적인 문제점이 나타났지만, 불과 하루, 이틀 사이에 개선되는 빠른 후속조치가 이뤄져 IT강국의 면모를 대·내외에 과시했다. 이 과정에서 KT·네이버·카카오 등 기존의 플랫폼 및 통신 사업자가 참여해 서비스 품질을 높였고, 국민들의 사용도도 개선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삼성서울병원의 스마트 물류로봇 (사진=삼성서울병원)

의료기관도 디지털의 DNA를 주입하려 한다. 지난해 삼성서울병원은 미국 보건의료정보관리시스템협회(HIMSS)로부터 ‘HIMSS INFRAM’ 6단계 인증을 획득했다. 국내 의료기관에서는 처음, 전 세계에서는 세 번째 인증이었다. 이풍렬 삼성서울병원 데이터혁신추진단장은 “의료 시스템과 데이터가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안전한 IT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디지털 혁신의 초석”이라고 밝혔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대·내외적으로 첨단지능형 병원으로의 변신을 요구받고 있다”며 “의료기관 내 인프라 ‘리모델링’ 수준이 아닌 병원을 처음부터 재조합하는 수준의, 기술과 사용자가 모두 참여하는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궁극적으로 국내 대형병원들이 추구하는 스마트 병원의 모델이란, 외부에서 웨어러블기기 등을 통해 측정한 환자의 체온·맥박·호흡기 증상 등 활력징후 데이터를 의료기관에 전송, 의료인이 환자의 건강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상담·교육 등을 통해 관리하는 방식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이미 현실 가까이 와 있다. 코로나19 유행 상황에서 지역 내 생활치료센터 입소자의 건강상태를 의료기관과 연계해 의료 서비스가 제공된 사례가 적지 않다.

정점은 비대면 진료다. 중소 스타트업 등을 중심으로 비대면 진료 허용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모바일을 통해 기존 진료예약 뿐만 아니라 전화진료·처방전 요청·전달·의료비 수납 기능을 의료소비자에게 제공하려는 스타트업들이 늘고 있다. ▲메디히어 ▲굿닥 ▲똑닥 ▲에필케어M ▲레몬케어 등 비대면 진료 플랫폼의 등장이 대표적이다. 이들의 주장에는 의료법으로 묶여있는 대면진료의 한계를 비대면으로 확장해 신 사업을 도출하자는 업계의 요구가 어느 정도 반영돼 있다.

다만, 현재의 한시적 비대면 진료 허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장담키 어렵다. 설사 법 개정을 통해 완전 허용이 이뤄진들 관련 산업에서 대거 고용 효과 및 판도 변화가 당장 이뤄지지는 않으리란 전망이 우세하다.

다년간 비대면 진료 서비스를 개발, 해외에 수출해온 한 의료소프트웨어 업계 관계자는 “비대면 진료를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의 미래로 확대 해석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비대면 서비스의 전면 허용이 이뤄진다면 기존의 대형 플랫폼 사업자와 대기업이 서비스하는 익숙한 모바일 서비스와의 결합이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그렇다면 의료소비자가 일부 스타트업이 제공하는 앱과 익숙한 기존 서비스에 기능이 확장된 비대면 모바일 서비스 중에 무엇을 선택할지 답은 정해져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비대면 진료의 전면 허용을 위한 의료법 개정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신중론’을, 대한의사협회는 ‘반대’를, 보건의료 시민사회단체는 비대면 진료 허용에 따른 의료 상업화를 경계하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취하고 있다.

사실 비대면 진료를 요구하는 일부 업계와 정치권의 요구는 ‘혁신’으로 과대 해석되는 경향이 짙다. 일부 업체의 요구가 제약바이오 업계 전반의 일치된 요구로 보기도 어려우며, 사회적 합의를 거치지도 않았다. 나아가 의료의 영리화를 우려하는 시각과 산업적 측면에서의 의료의 영리적 활용이란 가치의 충돌은 쉽게 거리를 좁히기 어려운 문제다.

결국 새해에도 비대면 진료는 계속 ‘뜨거운 감자’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사회적 분위기가 '우려' 와 '편의' 중 한 방향으로 쏠린다면 비대면 진료의 허용 여부 결정은 예상보다 빨리 나올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비대면 진료는 헬스케어 분야의 강한 보수성과 규제를 나타내는 하나의 상징으로써 의미를 갖는다. 관련해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보건산업정책연구센터가 전문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델파이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전문가들은 국내법과 제도가 관련 산업을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설정돼 있지 않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도 이를 알고 있다. 코로나19를 거치며 부상하기 시작한 규제 과학은 이를 극복하려는 또 다른 시도다. 새해 식품의약품안전처를 중심으로 관련 업계의 규제 혁신을 연구하는 규제 과학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주목되는 지점이다.

(사진=Allied Market Research 유튜브 캡처)

■ 3세대 치료제 ‘디지털 치료제’ 가능성과 난제 존재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의 발전은 전통적인 제약산업에도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디지털 치료제’가 대표적이다. 디지털 치료제란, 디지털 기술을 적용하여 질병이나 장애를 예방, 관리, 치료하는 소프트웨어 의료기기, 3세대 치료제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 2017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페어테라퓨틱스의 약물중독 치료용 앱 ‘리셋’을 사용을 허가한 이후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세계 시장 규모는 2조6천억 원 규모로 추정된다. 아직 국내에서는 식약처로부터 정식 허가를 받은 제품은 없지만, 관련 기업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정부도 신약, 의료기기, 전자약, 디지털치료제 등 바이오헬스 분야 첨단 유망기술을 중점 육성하기 위해 7천899억 원을 지원한다. 이중에는 전자약 기술개발 사업, 자폐혼합형 디지털치료제 개발 등도 포함돼 있다.

관련기사

성균관대학교 소프트웨어학과 정태명 교수는 “디지털 치료제는 일반적인 신약 개발 비용과 비교해 매우 저렴하다”며 “현재 국내 디지털 치료제에 대한 정부 과제와 기업 투자가 활발하다”고 설명했다.

‘약’으로써 디지털 치료제가 가진 한계 또한 명징하다. 고려대 행정학과 안준모 교수는 “과학 기반의 산업인 제약 산업이 소비지향적인 게임·소프트웨어와 융합한 사례”라면서도 “개인 정보 보안의 문제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에 따른 규제당국의 재승인 여부, 타약물과의 상호작용에 따른 부작용 등은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