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근무의 안착은 코로나19가 불러온 대표적인 변화 중 하나다. 이런 변화로 주가가 상승한 솔루션이 협업툴이다. 누군가는 사무실에, 또 누군가는 자택에 있는 상황에서도 한 자리에 모여 논의하는 것처럼 원활한 의사소통을 이끌어내기 위한 핵심 소프트웨어(SW)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런 덕택에 지난 2년간 급성장을 이뤄내지 않은 협업툴을 찾기 힘들다. 협업툴이 뭔지 모른다는 반응도 많이 돌아왔던 과거와 달리, 이젠 인지도도 상당히 높아졌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메신저 기능이 특화된 협업툴 '잔디'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2015년 서비스를 개시한 이후, 지난해 가장 많은 고객을 유치했다. 기업용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에 관심이 높아 서비스 초기부터 많은 고객사를 유치했던 스타트업 외, 협업툴 사용이 일반적이지 않은 중견기업도 고객사로 유치하는 등 질적 성과도 거뒀다.
잔디 개발사인 토스랩의 김대현 대표는 이런 성과를 거둔 배경으로, 편리한 사용성을 바탕으로 협업에 대한 기업의 고민을 풀어냈다고 밝혔다. 국내 사용자가 친숙하게 느끼는 사용자인터페이스(UI)를 무기로, 협업툴을 사용하면서 얻을 수 있는 효과를 제공했다는 설명이다.
올해는 공공 분야에서 협업툴 수요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하고, 시장 진입을 준비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제조 분야 중견기업에서 고객사를 다수 확보했다.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은 상대적으로 SaaS 형태의 협업툴을 받아들이는 데 큰 거부감이 없는 편인데, 2020년까지만 해도 큰 회사에선 이를 사용하는 걸 내켜하지 않았다. IT 서비스 관련 계열사에서 자체적으로 구축한 SI 기반 서비스가 있어 그런 쪽의 지원을 받던 상황이었다. 그런데 사용자 니즈가 확실히 바뀌고 있다. 작년은 이런 기업들이 PC, 노트북 외 iOS나 안드로이드 업데이트를 실시간으로 반영할 수 있는 SaaS를 본격적으로 도입하는 시기였다. 잔디도 이런 상황에서 탑엔지니어링, 한샘그룹, 서한그룹 등 대규모 기업을 고객으로 유치하는 데 성공을 거뒀다.
협업툴 사용이 익숙한 IT와 그렇지 않은 제조는 거리가 먼 분야로 느껴지기도 하지만, 협업툴 사용에 따른 효과를 가장 처절하게 필요로 하는 분야다. 우선 제조업은 기본적으로 규모가 있는 편이다. 설립된 지 꽤 된 기업이라면 대부분 인원 수가 많다는 특징이 있다. 그리고 보통 사무실과 공장이 분리돼 있다. 물리적으로 분리돼 있는 환경에서 빠르게 의사소통해야 착오 없이 업무를 진행할 수 있는데, 그런 환경인 만큼 오프라인 소통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때문에 스마트워크, 스마트팩토리에 관심이 많은 편이다. 개인용 메신저를 어쩔 수 없이 업무적 소통에 활용해왔지만, 여러 모로 부적절한 부분이 있다. 직원 수가 많다는 점에서도 그랬다. 외산 툴을 쓰기에도 직원들 입장에서 익숙하지 않다는 게 문제였다. 이런 기업들에 아시아 사용자에 잘 맞는 잔디 같은 서비스를 알렸더니 반갑게 맞아줬다."
-잔디 사용자들이 가장 만족스러운 부분으로 꼽는 점은 뭔가.
"일과 사생활이 분리된다는 점이다. 가령 직원 간 소통에 카카오톡을 활용하는 상황이라면, 휴가를 가서도 카톡을 안 보면 괘씸죄에 걸릴 것 같다는 압박감을 받지 않나. 메신저 앱이라는 게 사용자에게 실시간으로 답변해야 한다는 압박을 주는 특징이 있어서 그렇다. 업무용 메신저가 구분돼 있다면 '부재중'으로 설정해두는 식으로 이런 부분을 해소할 수 있다. 업무 전용 소통 공간이 따로 생긴다는 점에서 사용자들이 그 효용을 크게 느끼고 있다. 또 직장 동료에게 굳이 보여주고 싶지 않더라도 개인 프로필 사진을 보여주게 되는 등의 불편함이 있는데, 이런 불편을 겪지 않아도 된다.
인수인계가 편하다는 점도 있다. 다른 팀으로 전배되거나, 교대 근무를 할 때 과거 업무 내역이 중요한 경우가 있다. 개인용 메신저를 협업툴로 대신해 쓰는 경우 이런 내역 관리가 제대로 안 된다. 파일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유실되기 때문에 업무의 자산화가 어렵다. 잔디를 쓰는 경우 신규 직원이 오거나 담당자가 바뀌어도 그간의 업무 내역을, 행간의 의미까지 알 수 있도록 정리가 돼 있다.
관리자 측면에서는 기업 정보 유출 가능성이 확실히 적어지고, 퇴사자의 경우 특히 개인용 메신저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이런 부분을 관리하기 어렵다. 단체채팅방을 다시 만들거나, 퇴사자한테 방을 떠나라고 해야 하는데, 이런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관리자 기능이 있다는 점에서 반응이 좋다."
-김대현 대표가 생각하는 잔디의 강점은?
"첫 번째는 사용성이다. 기업용 IT 도구들을 보면, 젊은 사람은 잘 써도 부장급 이상 직원도 잘 쓸까 싶은 것들이 다수다. 잔디는 70대 이상 나잇대 직원이더라도 카톡만 쓸 줄 알면 쓸 수 있다. 결국 협업툴은 사용자가 잘 쓸 수 있도록 해주는지가 가장 중요한 요인인 것 같다. 제공되는 기능들은 경쟁사 솔루션들도 다 엇비슷하다. 사용성 측면에서 우위를 점해야 성공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잔디가 제공하는 온라인 공간 자체의 기능적 특성이다. 일반적으로 결재를 받는 구조는 단계별로 승인을 받는 구조잖냐. 잔디는 특정 주제로 마련된 온라인 소통 공간에 모든 관련 인물이 참여할 수 있다. 일의 시작과 중간 진행 상황을 참여한 모든 인물이 실시간으로 알 수 있다. 이런 특징 때문에 소통 오류도 많이 줄일 수 있고, 일이 흘러가는 형태도 파악하기 쉽다. 의사결정권자 입장에서도 결정을 빨리 내리기 쉽다. MZ세대 입장에선 불필요한 대면 보고가 줄어들어 좋다. 업무 공유가 활발하니 좋다고 끝나는 게 아니라 신속한 의사결정으로까지 이어진다. 의사결정이 빨라졌다는 고객 반응이 거의 빠지지 않고 나온다."
-메신저 중심 협업툴로서 기능 확장에 제약이 있지는 않나.
"SaaS 형태이기 때문에 기능을 추가 탑재하기 용이하다. 수요가 있다고 판단되는 기능은 빨리 붙여 제공할 수 있는 형태의 아키텍처를 갖고 있다. 사용자는 잔디에서 제공되는 기능으로 인식하지만, 서드파티 솔루션을 연동해 제공하는 것인데 줌이나 구루미 같은 화상회의 기능이 이런 사례에 포함된다. 요즘 기업 문화를 보면 동료에게 기프티콘을 많이 선물하는데, 잔디 사용 현황을 보니 기프티콘을 선물하느라 개인 연락처를 구하고, 카카오톡으로 넘어가 기프티콘을 선물하기까지 5~10분 가량 소요되는 것을 봤다. 이런 불편함이 있다는 것을 착안해 선물하기 기능도 지난달 정식 개시했다."
-유료 고객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규모가 큰 고객사는 100% 유료로 사용하고 있다. 처음에 무료 버전을 사용하다 점차 유료로 전환하는 사례가 많다. 무료 버전을 먼저 제공하고, 유료 버전으로 업그레이드를 유도하는 서비스 형태를 유지해나갈 생각이다."
-해외 시장 전략은 어떻게 세우고 있나.
"코로나19 상황에서 신규 사업지를 무리하게 공략하기에는 제약이 있다. 코로나19가 해소되는 시점에 맞춰 해외 공략을 가속화하기 위해 내실을 다지려 한다. 협업툴 시장이 충분히 형성돼 있는 북미나 유럽은 후순위다. 대신 주요 사업자인 글로벌 기업 입지가 크지 않은 아시아 지역을 우선 공략하려 한다. 아시아 지역은 우리의 시장 이해도가 상대적으로 더 높고, 글로벌 협업툴을 사용하는 데 있어 어려움을 느끼는 편이다. 비용도 비싸고, 고객지원도 다소 떨어진다. 하지만 협업툴에 대한 수요는 있는 시장이다. 이런 수요를 잘 공략하려 한다. 초석으로, 대만과 일본에서는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전체 이용자 중 13% 정도는 이 지역에서 발생하고 있다."
-올해 목표는?
관련기사
- 업무용 협업툴 '잔디', 뮤직카우도 쓴다2021.12.09
- 토스랩, 외식기업 디딤에 협업툴 '잔디' 공급2021.11.23
- 토스랩 협업툴 '잔디', 선물하기 서비스 출시2021.11.08
- 토스랩, 서한그룹에 협업툴 '잔디' 공급2021.10.21
"엄청 새로운 방향성을 세우고 있는 것은 아니다. 열린 시장에서 고객 수요를 맞추기 위해 제품 고도화에 노력을 쏟을 예정이다. 지금까진 중소 규모 기업의 만족을 이끌어내는 기능들을 충분히 구현했다면, 최근 수요가 꾸준히 커지는 대기업에서 요구하는 기능도 맞추려 한다. 보안이나 관리자 기능을 편리하게 쓸 수 있도록 가다듬어갈 생각이다. 지금도 잘 갖춘 편이지만, 고객에 직관적으로 이런 부분이 와닿게 하기 위해서는 여러 자격증명이 필요하다고 본다. ISO 27001이나 클라우드서비스보안인증(CSAP)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본격적으로 준비해보고자 하는 건 공공 시장 진출이다. 정부 워킹 그룹 등에 참여하는 등 준비 활동을 활발히 하려 한다. 공공기관도 일부 영역에 민간 서비스들을 도입해 쓰려는 의지가 많이 강해지는 시점으로 보인다. 준비를 잘 해두면 공공 사업 기회도 있을 것으로 본다. 따라서 시장에서 요구하는 특성을 충족하기 위해 준비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