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반도체 시장 '맑음'...IT 수요 늘어

[2022년 전망③- 반도체] 코로나19 반사이익 이어질 듯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22/01/03 16:14    수정: 2022/01/04 09:14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2년째 기승을 부리면서 정보기술(IT) 업계에도 많은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비대면과 원격 근무에 이어 메타버스가 새로운 키워드로 떠올랐다. 이런 상황은 2022년에도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물론 2022년 경제를 지배할 다른 키워드도 적지 않다. 대통령 선거를 비롯해 여러 변수들이 내년 IT 경기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지디넷코리아는 '2022년 전망' 시리즈를 통해 IT 주요 분야별 경기를 전망한다. <편집자>


새해 반도체 시장 전망이 밝다. 코로나19 반사이익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감염병을 막으려고 ‘집에 콕 박혀’ 생활하면서 고품질 정보기술(IT) 수요가 늘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사진=삼성전자)

■ 메모리 반도체 호황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평균 9만7천300원으로 내놨다. ‘10만전자’ 가능성이 여전히 크다고 보는 셈이다. 현재 주가는 8만원대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다.

삼성전자 주가가 20% 넘게 오를 것으로 증권사들이 기대하는 이유는 메모리 반도체가 코로나19 반사이익을 누릴 것으로 봐서다. 재택 근무, 온라인 학습, 인터넷 쇼핑 등에 대응하고자 주요 IT 기업이 데이터센터에 투자했다. 서버용 D램 수요가 늘었다.

윤석모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새해 반도체 업황이 지난해보다 좋아질 것”이라며 “디지털 경제로 바뀌는 가운데 감염병과 지정학적 위기 탓에 기업들이 재고를 쌓고 공급 투자는 줄인다”고 말했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데이터센터 투자 필요성이 계속 커지고 있다”며 “서버 수요가 늘면서 반도체 시장 회복을 이끌 것”이라고 내다봤다.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타워(사진=SK하이닉스)

■ 비메모리 반도체 부족

시스템 반도체 같은 비메모리 반도체 수요도 이어질 전망이다. 차량용 반도체가 부족해 자동차 제조사는 지난해 계획한 만큼 차를 많이 만들지 못했다. 소비자는 신차를 계약하고도 출고까지 몇 달씩 기다렸다. 삼성전자와 대만 TSMC 등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공장 가동률이 100%에 이르렀고 생산 단가가 비싸졌지만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다. 파운드리 회사들이 경쟁적으로 통 큰 투자를 결정했다.

삼성전자는 기흥·화성캠퍼스와 평택캠퍼스에 더해 미국 오스틴·테일러를 잇는 시스템 반도체 삼각편대를 구축한다. 20조원(170억 달러)을 들여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파운드리 제2공장을 짓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2019년 4월 ‘시스템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하며 “메모리 반도체에 이어 파운드리를 포함한 시스템 반도체에서도 확실히 1등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생산·연구개발(R&D)에 133조원 투자해 세계 1위 파운드리 회사 TSMC를 넘어서겠다는 목표를 잡았다.

세계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50%를 넘는 TSMC는 14조원(120억 달러)을 들여 미국 애리조나주에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다. 일본에서도 8조원(70억 달러)을 투입해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한다. 미국 인텔 역시 파운드리 사업을 다시 하겠다며 24조원(200억 달러)으로 미국 애리조나주에 파운드리 공장을 2개 짓기로 했다.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 있는 삼성전자 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사진=삼성전자)

■ 공급망 주도권 경쟁

주요 반도체 업체가 미국으로 달려간 이유는 미국이 반도체 산업을 주도하겠다며 회사들에 회유와 압박을 거듭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반도체 공급이 왜 부족한지 알아보겠다며 지난해 9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TSMC·인텔 등 세계 반도체 회사에 최근 3년간 매출과 고객 정보, 주문·판매·재고 현황 등을 요구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은 민감한 고객 정보는 빼고 자료를 냈다.

미국에 맞선 중국도 반도체 공급망을 잡겠다고 나섰다. TSMC 공장을 유치한 일본을 포함해 다른 나라들도 반도체 공급망에서 소외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전보희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미국과 중국이 첨단 기술을 둘러싸고 패권을 다툰다”며 “코로나19 사태로 보호무역주의가 심해지면서 국가별 각자도생 산업 정책이 추진된다”고 설명했다. 전 수석연구원은 “주력 산업에 필수인 원자재 공급망을 철저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공급망 때문에 산업 소재가 부족할 때를 대비하기로 했다. 특정 나라에 50% 이상 수입을 의존하는 품목 등 4천개에 조기경보시스템(EWS)을 적용한다. 수입 의존도가 높은 마그네슘·텅스텐 등 200개 경제 안보 핵심 품목도 지정한다. 경제 안보에 필요한 법안을 정비하고 예산도 늘리기로 했다.

삼성전자가 개발 중인 사람 뇌를 닮은 반도체 논문 이미지(사진=삼성전자)

■ 반도체 공정 미세화

반도체 회사들이 공정을 미세화하면서 물량뿐 아니라 질적 경쟁도 달아오를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 GAA(Gate-All-Around) 기술을 3나노 공정에 도입한다. 내년에는 3나노 2세대, 2025년에는 GAA 기반 2나노 공정 양산 계획을 내놨다. GAA는 반도체 안에 전류가 흐르는 통로인 원통형 채널 전체를 게이트가 둘러싸는 구조다. 현재 반도체 공정에는 3개면을 감싸는 지느러미 모양의 핀펫 구조가 주로 쓰이지만 GAA가 핀펫보다 전류를 세밀하게 제어한다고 평가된다. 업계는 GAA 기술의 전력 효율과 성능, 설계 유연성이 좋다며 미세한 공정에 필수라고 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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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와 인텔은 각각 2024년 2나노 공정을 양산하겠다고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TSMC와 인텔보다 1년 느리지만 더 뛰어난 기술로 승부 보겠다는 방침이다.

최시영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은 지난해 파운드리포럼에서 “크게 투자해 생산 역량을 키우고 GAA 같은 첨단 미세 공정에서 기술을 혁신할 것”이라며 “고객들의 생각이 칩으로 구현되도록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