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픽셀 장애인선수단 이원태 "아시안게임 출전 목표"

엔픽셀 장애인 선수단 창단...2개 대회 9개 메달 성과

디지털경제입력 :2021/12/28 11:28

지난 1월 멀티플랫폼 RPG 그랑사가 출시 후 국내 게임시장을 넘어 일본 시장 진출까지 성공한 엔픽셀이 장애인 선수단을 창단해 선수 지원에 나서며 게임 외 영역인 사회공헌에도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소식은 장애인 선수단을 후원하는 선에 그치지 않고 직접 장애인 선수단을 창단했다는 점이 눈길은 끈다. 선수를 직접 엔픽셀 소속으로 채용하고 실질적인 혜택과 지원을 이어갈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한 이유다.

이런 지원 속에서 엔픽셀 장애인 선수단은 지난 10월 열린 제42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 출전해 수영과 육상 등 종목에서 총 9개의 메달을 획득했다. 또한 11월 열린 제15회 전국장애인육상선수권대회에서도 금메달 2개를 획득하는 성과를 올렸다.

이원태 선수는 엔픽셀 장애인 선수단 소속으로 두 대회에서 금메달 4개를 획득하며 대활약한 인물이다. 곤봉과 원반 던지기 등 육상 필드 종목에서 거둔 성과라는 점도 인상적이다. 지난 2019년 장애인 체육에 도전한 이후 금메달을 획득하지 못 해 아쉬웠다는 이원태 선수는 엔픽셀 장애인 선수단의 지원 하에 각 대회 2관왕 성과를 거뒀다.

불의의 사고 이후 이원태 선수는 대학을 다니며 배우고 직장을 갖기 위한 조건을 만들고자 노력했지만 현실의 벽을 마주하며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며 가장 갖고 싶었던 것 중 하나가 직장이었다고 말했다. 또한 삶의 기준이 되는 중요한 부분을 엔픽셀이 만들어줬다며 감사를 전했다.

더불어 사회공헌 일환으로 실업팀을 운영하거나 장애인 선수를 후원하는 기업에 대해 선수 입장에서 바라는 지원이 무엇인지를 설명했다.

그는 "장애인 체육 종목은 일부 관심 종목을 제외하면 중계 편성폭이 좁아 안타까웠다. 중계 보편화와 활성화를 통해 많은 이들이 장애인 선수들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아래는 이원태 선수와의 질의응답 내용이다.

Q: 육상 필드 종목에 대해 소개 부탁한다.

A. 흔히 육상은 트랙과 필드로 구분된다. 트랙은 달리기 중심의 종목이고, 필드는 투포환이나 창던지기 등처럼 거리를 측정해 순위를 정하는 종목으로 생각하면 된다.

Q. 아직 대중에게 원반-곤봉 종목은 생소한데 선수 입장에서 두 종목의 매력은 무엇인가.

A. 보는 입장에서는 트랙 종목에 비해 재미나 매력이 덜할 수 있는데, 선수 입장에서는 기록 갱신을 통해 꾸준히 자극을 받는 종목이다. 특히 원판을 던졌을 때 원하는 기록이 나오면 한 차원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던져서 뻗어나가는 포물선을 지켜볼때 그 느낌이 참으로 매력적이다.

곤봉의 경우 손에서 먼저 빠지거나 손에 걸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때문에 위로 솟거나 뒤로 날아가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 일반인과 장애인 육상 운동간 차이점인 것 같다.

Q. ‘제41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와 ‘제15회 전국장애인육상선수권대회’에서 각 2관왕이라는 좋은 성적을 기록했는데, 2019년 장애인체육에 도전하고 2년 만에 이룬 성과에 대한 소감과 느낌이 궁금하다.

A. 금메달을 따서 정말 기쁜 마음이다. 2019년 곤봉 종목에서 두 종목 모두 금메달을 따지 못해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성과로 이어져 기쁘다. 다만, 이번 대회를 통해 메달 이외에도 개인 기록을 뛰어 넘고 싶었는데, 이 부분이 조금 부족해 아쉽기도 하다.

Q. 육상(필드) 종목 선수로서 어떤 점이 가장 힘든가.

A. 원반 종목은 어느정도 몸에 맞는 것 같은데, 손도 불편하다 보니 곤봉 종목은 어려움이 많다. 곤봉을 잡고, 또 마지막까지도 힘을 써야 하는데, 손가락에서 미끄러져 빠지거나 떨어지는 등의 문제를 극복하는 것이 쉽지 않습다.

나는 오른손잡이다. 척수 신경 영향으로 오른손 사용에 어려움을 가지고 있다. 식사 때도 오른손 대신 왼손을 통해 젓가락 대신 숟가락과 포크를 이용하고 있다. 원반이나 곤봉 역시 오른손을 사용하는데 나처럼 척수 신경을 다친 사람은 사실 눈에 보이는 것보다 드러나지 않는 부분에서의 불편함이 더 많다.

그럼에도 오른손을 사용하는 것은 손가락은 불편하지만, 팔을 사용하는 데에 있어서는 아직 오른손이 더 편하기 때문이다. 던지기에 있어 손 못지 않게 팔의 근육을 사용하기 때문에 훈련은 오른손으로 하고 있다.

Q. 사고 이후 많은 어려움을 겪었을 텐데, 극복하기 위한 수단으로 운동을 선택했다. 2019년부터는 육상(필드) 종목 선수로 활동 하했데 선택에 만족하는가.

A. 만족하고 있다. 육상이라는 종목으로 운동을 하면서 평소 경험하지 못했던 다양한 훈련이 삶에도 보탬이 된다. 더욱이 육상을 통해 좋은 결과도 내고, 엔픽셀이라는 좋은 회사와 만나는 인연까지 이어진 것 같다.

Q. 곤봉 던지기의 경우 국내 대회에서 입상하려면 어느 정도 기록이 나와야 하나. 최고 기록도 궁금하다.

A. 공식적인 기록은 2019년 당시 18.22m이며, 비공식으로는 올해 8월 20m를 조금 넘었다. 내가 원하는 것을 얻어내면서 또다른 가능성을 볼 수 있다. 한계에서 더 나아갈 수 있는, 다른 세상을 발견하는 기쁨이 있다.

Q. 장애인 선수가 훈련에만 집중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엔픽셀의 선수단 지원 이후 어떤 변화를 느끼는지 궁금하다.

A. 다치고 난 뒤 정말 가지고 싶었던 것 중 하나가 직장입니다. 내 삶의 기준점이 되는 그런 중요한 부분을 엔픽셀이 만들어줘서 정말 감사하다. 대학을 다니면서 배우고, 직장을 가지기 위한 조건들을 만들고자 노력했지만 장애로 인해 현실적인 벽을 마주하기도 했다. 지금은 내가 좋아하는 운동을 하면서, 원하는 직장도 가지게 되어 감사하고 고마운 마음이다.

나를 직원으로 뽑아줬기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엔픽셀을 알리는 등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있다.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열심히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싶다.

Q. 기업 차원에서 사회공헌의 일환으로 실업 팀을 운영하거나 장애인 선수를 후원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데, 선수의 입장에서 필요한 실질적인 지원이나 혜택에는 어떤 것이 있는가.

A. 다른 장애인 선수들의 경기도 보고 싶은데, 장애인 체육 종목은 일부 관심 종목을 제외하면 중계 편성폭이 좁아 안타까웠다. 일반 선수들은 올림픽이 끝난 뒤에도 반복 시청이 가능한데, 장애인 체육 종목은 올림픽이 열리는 도중에도 생중계를 보기 어려운 점들이 안타깝다. 중계의 보편화, 활성화를 통해 많은 분들이 장애인 선수들이 어떤 운동과 노력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Q. 2019년 운동 시작 이후 4관왕에 등극했는데, 선수로서 다음 목표는 무엇인가.

A. 내년에 아시안게임이 있는데, 기회가 된다면 최대한 노력해 국가대표로 선발되어 아시안게임에 출전하고 싶다.

Q. 장애인체육에 대한 사회의 관심이 점차 높아지지만, 아직 장애인 선수나 관련 종목에 대해 모르는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

A. 장애와 비장애를 떠나 규칙적인 운동을 하셨으면 좋겠다. 어느정도 건강이 받쳐줘야 이상과 꿈을 실현할 수 있는 것처럼 자기 건강을 지키고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 특히 일반인도 운동을 하지 않으면 무기력해지겠지만, 장애인은 정도가 완전히 다르다. 숟가락조차 들 수 없는 무기력함에 빠지기도 한다. 이때 적당한 운동은 장애를 극복하는 마음가짐에 가장 좋은 수단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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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마지막으로 엔픽셀의 선수 그리고 직원으로서 서울에 있는 구성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

A. 현실, 그리고 가상의 경계가 점차 희미해지고 있다. 현실이 가상이 되고, 가상이 현실이 될 수 있는 현 상황에서 엔픽셀 역시 노력한 만큼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는 꿈을 가지고 발전하는 회사가 되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