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왜 전기차 중심 조직개편 단행했나

탄소배출 규제 강화·전기차 보급 확대 대응…전동화 전환 불가피

카테크입력 :2021/12/24 15:45    수정: 2021/12/25 23:23

현대자동차 전기차 아이오닉 라인업 (사진=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 전기차 아이오닉 라인업 (사진=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그룹이 연구개발본부 내연기관 연구조직을 전기차 연구조직으로 개편했다. 급변하는 세계 자동차 시장 환경에 적극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17일 연구개발본부 파워트레인담당을 '전동화개발담당'으로 바꾸고 배터리개발센터를 신설하는 등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배터리개발센터 내에는 배터리설계실, 배터리성능개발실, 배터리선행개발실 등이 자리한다.

엔진개발센터는 없앴다. 대신 센터 산하 엔진설계실을 전동화개발담당으로 옮겼다. 엔진개발센터 산하에 있던 기타 조직들도 연구개발본부 내 여러 센터로 이관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1990년 대비 55% 감축한다.

■ 주요국 탄소중립 실행…친환경차 전환 가속

현대차그룹의 이런 행보는 세계 주요국 탄소배출 규제 강화와 전기차 보급 확대에 따른 것이다. 에너지 조사 업체인 블룸버그 뉴에너지 파이낸스에 따르면 세계 주요국은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2030년까지 신차 판매 60%를 전기차 등 무공해차로 채울 방침이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세계 최초 탄소중립 대륙을 목표로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1990년 대비 55% 감축한다. 자동차 탄소배출 규제는 2025년 이후 5년 주기로 단계적 강화한다. 2030년에는 신차 판매 35%를 전기차 등 친환경차로만 구성하고, 2035년부터 내연기관차 판매를 금지한다. 이를 통해 2050년 이후 신차 판매 100%를 무공해차로 채운다.

미국은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2005년 대비 절반 이하로 낮춘다. 이를 실현할 핵심 정책은 충전 기반시설 확대. 2030년까지 75억달러를 투입해 충전소 50만개 이상을 구축한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2030년 전기차 판매 비중을 50%로 확대할 계획이고, 미국산 전기차 구매시 소비자가의 50%를 지원하는 법안도 추진 중이다.

세계 최대 탄소배출국인 중국은 2060년 탄소중립을 실현한다. 타 국가 대비 10년 정도 차이난다. 그럼에도 '신에너지차 산업발전 계획안'을 통해 2025년까지 전기차 등 친환경차 판매 비중을 20%로 끌어올린다. 이후 2030년 40%, 2035년 50% 이상으로 확대해 신차 4천만대 가운데 2천만대를 친환경차로 메운다. 내연기관차 판매도 막는다.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수준으로 줄인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전기·수소차 등 친환경차 450만대를 보급한다. 친환경차 신차 판매 비중을 2025년 51%, 2030년 83%로 확대하고, 충전 기반시설도 2025년까지 50만기 이상 구축한다. 뿐만 아니라 전기차 부품 국산화, 전용 플랫폼 개발 등을 지원, 목표 실현에 박차를 가한다.

폭스바겐 주력 전기차 ID.4 (사진=폭스바겐)

■ 경쟁사들도 속속 전기차 생산 계획 발표

세계 주요국 탄소중립 정책에 따라 경쟁사 전동화 전환도 빨라지고 있다.

세계 자동차 산업을 선도하는 폭스바겐그룹은 2030년까지 그룹 중장기 전략인 '뉴 오토'에 따라 탈탄소화를 진행한다. 이를 위해 2025년까지 신규 플랫폼 SSP(Scalable systems Platform)와 통합형 배터리 셀 등을 개발한다. SSP 기반 전기차는 2026년부터 생산할 예정이고, 2030년까지 신차 절반을 전기차로 전환한다. 자회사 가운데 하나인 아우디는 2026년부터 모든 신차를 전기차로만 선보이고, 2033년까지 내연기관차 생산을 중단해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한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최근 전동화 전략을 기존 '일렉트릭 퍼스트'에서 '일렉트릭 온리'로 수정했다. 이에 따라 2022년까지 전체 라인업에 전기차를 도입하고 2025년부터 승용차·고성능차·상용차 등 세 가지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적용한 신차만 선보인다. 2030년부터는 전 라인업을 전동화 모델로 전환한다.

GM은 자체 개발한 전기차 전용 얼티움 플랫폼과 배터리 시스템을 통해 전기차 시장 점유율을 높인다. 2025년까지 350억달러를 투입, 신규 전기차 30종을 선보인다. 또 2030년 시장 1위를 목표로 전기차 생산 능력을 매년 강화한다. 2035년 미국·중국 등 주요 시장에서, 2040년 전 세계 시장에서 전기차만 생산한다.

현대차의 경우, 2045년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세계 시장서 전동화차 판매 비중을 2030년 30%, 2040년 80%로 끌어올린다. 제네시스는 '퓨처링 제네시스' 전략 아래 2025년 이후 모든 신차를 전기차 또는 수소차로만 출시한다. 전동화 라인업 8종 완성 시기는 2030년이다. 기아는 중장기 전략 '플랜S'를 통해 지속 가능한 모빌리티 브랜드로 탈바꿈한다. 2025년까지 세계 전기차 시장 점유율 6.6%를 확보하고, 2026년까지 전기차 연간 판매 50만 대를 달성한다. 유럽에서는 2035년, 주요 시장에서는 2040년부터 전동화 모델만 판매해 친환경 브랜드로 거듭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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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전기차 콘셉트 세븐 (사진=현대자동차)

박정국 현대차 신임 연구개발본부장은 "세계 주요국 탄소배출 규제 강화에 따라 전동화 전환은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과거의 큰 자산을 미래의 혁신으로 이어가기 위해 기존 '엔진-변속기-전동화 체계'를 '설계-시험 중심 기능별 체계'로 변경한다"고 말했다.

박 본부장은 이어 "미래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차를 개발하는 것이 당면 과제"라면서 "이번 조직개편이 변화의 시작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