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공단 김용익 이사장이 28일부로 퇴임한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일명 문재인 케어의 설계자로 알려진 김 이사장은 역대 최장수 건보공단 이사장으로 기록을 남겼다. 김 이사장은 퇴임을 맞아 언론에 배부한 입장문을 통해 재임 중 부과체계개편 및 고객센터의 공단 소속기관 전환 등의 성과를 밝혔다.
다만, 보험자병원 추가 설립·특사경 도입·법정수준의 국고확보 등은 ‘미완’으로 남은 점을 들어 아쉬움도 표했다. 다음은 전문.
반갑습니다, 김용익입니다. 28일 저는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으로서의 임기가 종료됩니다. 그동안 많은 관심을 가지고 여러 비판과 격려를 보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지난 4년간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건강보험의 기틀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미진한 부분들도 많이 남아있습니다.
2018년 1월에 취임하면서 저는 풀어야 할 두 가지 큰 숙제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국민의 요구도가 높았던 보장성강화와 제가 공단에 오기 전부터 추진되었던 1단계부과체계개편의 시행을 준비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보장성강화 정책의 의미를 전 국민에 대한 보장인 1989년의 1차 의료보장에 이어 치료에 필요한 모든 비급여를 급여화하는 2차 의료보장을 실현하려는 것에 두었습니다. 중증질환보장률은 80%이상이 되었고 취약계층에 대해서는 70%이상을 달성했습니다. 지난 4년간 3,900만 명의 국민이 12조원의 의료비 경감혜택을 받았습니다.
보장성강화를 제대로 달성하려면 원가를 정확하게 계산하여 적정한 수가를 보상해주고 의학적 비급여는 최대한 급여영역으로 끌어들여야 합니다. 이 부분은 앞으로도 중장기계획을 갖고 진척시켜야 합니다. 올해 보장율을 보면 상급종합병원은 올랐지만 전체적으로 뜻한 만큼의 결과를 얻어내지는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조금의 위안을 갖는 것은 2020년 보장율은 역대 최고를 기록할 것이라는 예상입니다.
건강보험에서 옵션은 딱 두 가지입니다. 보험료를 좀 더 내고 큰 병에 걸렸을 때 본인부감을 적게 하느냐, 아니면 보험료를 적게 내고 병원비를 많이 부담하느냐입니다. 앞의 것을 선택하면 여러 언론에서 국민 부담이 커진다고 하는데 오히려 반대입니다.
건강보험재정은 커지지만 총 국민의료비는 통제가 가능해져서 국민 부담이 줄어들게 됩니다. 뒤에 것을 택하면 비급여 팽창으로 국민의료비가 더욱 올라가게 됩니다. 고령인구가 크게 늘어나는 우리 여건에서는 더욱 심해집니다. 서구의 많은 국가들이 앞의 방식을 택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2018년 7월 시행된 1단계 부과체계개편은 형평성 부분에서 국민들이 공감을 많이 해주셔서 큰 무리 없이 지나갔습니다. 하지만 내년에 시행을 앞두고 있는 2단계개편은 재산부과 등 여러 부분에서 많은 검토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비정형근로 증가에 따른 대책도 시급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차기 정부는 출범부터 여러 부담을 안게 될 것으로 우려됩니다. 중기적으로 재산을 제외하고 소득만으로 보험료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가는 것이 맞습니다. 이를 위한 웬만한 자료들은 공단이 다 갖고 있으며, 보완적으로 세무당국의 협조 등 조치가 필요합니다.
올해 재정은 안정적으로 운용되고 있습니다. 누적수지는 작년 1∼9월 동기대비 3조 원 정도 늘어난 18조원이며, 당기수지는 5천700억 원 흑자입니다. 코로나19로 불필요한 의료이용의 감소, 방역수칙으로 호흡기 질환 감소 등의 원인도 있지만 뒤집어서 보면 적정진료를 하면 의료비가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점도 보여주는 것입니다.
장기요양보험의 누적수지는 작년 1월∼9월 동기대비 7천800억 원 늘어난 1조5천억 원이며, 당기수지는 1조500억 원 흑자입니다. 하지만 고령인구가 크게 늘어나고 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 재정을 늘리는 것을 마냥 미룰 수는 없다고 봅니다. 그리고 장기요양보험은 전 국민 돌봄서비스를 만들어나가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난 10월 21일에는 사회적 논의기구인 사무논의협의회에서 기존 2년마다 재계약하는 고객센터 민간위탁방식을 공단이 직접 운영하는 소속기관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으로 결정하였습니다. 상담업무에 대한 공공성을 강화하고 국민들에게 서비스 품질을 한층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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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으나, 보험자병원 추가 설립, 특사경 도입, 법정수준의 국고확보 등 중점과제들은 여전히 미완으로 남아있습니다. 건강보험의 발전을 위해 지속적인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저는 퇴임 후에 그동안 걸어왔던 길을 이어가려고 합니다. 우리 사회가 꼭 풀어야 하지만 풀리지 않고 있는 문제들에 대해서 담론을 만들어 가는데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역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많은 관심과 애정을 보여주신 국민들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