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케어 스타트업은 카카오벤처스와 소프트뱅크벤처스가 올 한해 주목한 분야다. 두 투자사는 IT 기술을 기존 의료 산업과 결합해 의료 서비스 제공자 혹은 소비자에게 혁신을 줄 수 있는지를 주요 투자 결정 요소로 봤다.
카카오벤처스는 올해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세나클소프트’, ‘딥메트릭스’와 슬립테크 기업 ‘에이슬립’에 투자했다. 소프트뱅크벤처스는 실버케어 스타트업 ‘한국시니어연구소’와 원격의료 플랫폼 ‘닥터나우’에 투자를 진행했다.
카카오벤처스가 투자한 세 헬스케어 스타트업은 각각 클라우드 기반 EMR(전자의무기록), 기계학습(머신러닝) 기반 의료 소프트웨어, 인공지능(AI)기반 수면 데이터 분석에 강점이 있다. 소프트뱅크벤처스가 투자한 한국시니어연구소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하이케어’를 운영하며, 닥터나우는 앱을 통한 비대면 진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카카오벤처스, 세나클소프트·딥메트릭스·에이슬립 투자..."IT로 의료 편의성·기술 높여"
카카오벤처스가 올해 7월 투자한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세나클소프트’는 2018년 설립, 병원에는 클라우드 EMR 서비스를, 환자에게는 개인건강기록(PHR) 서비스를 제공한다.
세나클소프트 창업자 위의석 대표는 카이스트 대학원에서 전산학 석사를 받고, 네이버 비즈니스플랫폼 총괄·영업 본부장, SK텔레콤 플랫폼 사업부문 부문장을 거쳤다. 창업자의 전산과 플랫폼에 대한 깊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세나클소프트는 올해 1월 의원용 클라우드 EMR ‘오름차트’를 출시했다.
오름차트는 접수, 진료, 검사, 수납, 서류발급 등 기본 EMR 기능과 사전심사엔진, 진료대기화면 등 통합 병원정보시스템을 제공해, 의료진이 행정업무에 매몰되지 않고 의료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다. 세나클소프트는 7월 카카오벤처스, 뮤렉스파트너스, 두나무앤파트너스, 아산사회복지재단으로부터 126억원 규모 시리즈 B투자를 받아, 누적 투자액 230억원을 보유했다.
같은 달 카카오벤처스로부터 시드 투자를 받은 의료 AI 기업 ‘딥메트릭스’는 지난해 설립된 초기 스타트업이다. 딥메트릭스는 7월 카카오벤처스, 신한캐피탈, IMM인베스트먼트로부터 총 15억원 규모 시드투자를 받았다.
딥메트릭스는 머신러닝 최적화 기술을 바탕으로 의료기기에 활용할 수 있는 AI 모델을 개발해, 의료진 업무 효율을 높인다. 딥메트릭스 AI는 맥파로 동맥혈압을 추정하고 심장판막 질환 분류할 수 있다. 또한 심전도, 맥파 데이터만으로 부정맥을 추정하고 중증도 예측도 가능하다.
슬립테크 기업 에이슬립은 AI와 사물인터넷(loT)기기로 수면 질을 분석, 이용자의 수면 장애를 개선하는 스타트업으로, 지난해 설립됐다. 회사는 올해 5월 카카오벤처스와 인터베스트로부터 17억5천만원 규모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에이슬립 와이파이 응용 자체 기술이 이용자 움직임, 호흡을 통해 수면상태를 인지하고, AI가 개인별 수면 데이터를 분석해 이용자에게 맞춤형 수면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한 에이슬립 AI 수면 분석 솔루션 슬립봇(Sleepbot)은 가정에서도 사용 가능하며, 기존 웨어러블 기기와 비교해 분석 정확도가 1.6배 이상 높다.
카카오벤처스 관계자는 “소프트웨어 등 IT 기술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창업 팀에 투자하는 것이 우리의 투자 기조”라며 “세 헬스케어 기업은 각 분야에서 기존 산업에서 변화가 어려웠던 부분을 변화시켜 해결해나가려고 했다. 또 팀 구성원이 좋았고, 보유 기술 수준이 높다는 점도 인상 깊었다”고 설명했다.
소프트뱅크벤처스, 한국시니어연구소·닥터나우 투자..."의료 업무 효율화·환자 편의 제공"
올해 10월 소프트뱅크벤처스로부터 시리즈 A 투자를 받은 실버테크 기업 한국시니어연구소는 2019년 설립됐다. 회사는 방문요양센터 수기 행정업무를 자동화하는 SaaS ‘하이케어’와 요양 보호사 구인구직 알림 서비스 ‘요보사랑’을 운영한다.
한국시니어연구소는 자동화 소프트웨어 등 IT 기술로 요양 서비스 제공자의 업무 효율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앞서 회사는 7월 방문요양 브랜드 ‘스마일시니어’를 인수, 전국 35개 지점과 제휴를 맺었다. 이를 통해 돌봄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회사는 소프트뱅크벤처스, 해시드, 스프링캠프, 가디언캠프로부터 시리즈 A투자를 유치, 110억원 규모 자금을 조달했다.
같은 달 원격의료 플랫폼 닥터나우는 소프트뱅크밴처스, 해시드, 새한창업투자, 크릿벤처스로부터 100억원 규모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했다. 지난해 11월 출시된 닥터나우는 앱을 통해 비대면 진료, 약 배송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번 투자에서 닥터나우는 기술 기반으로 기존 시장을 혁신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코로나19로 한시적 허용 상태인 비대면 진료를 제공해 병원에 방문할 여건이 안 되는 바쁜 직장인, 육아맘, 진료 취약 지역 주민들에게 편의성을 제공했다는 점에서다.
그러나 닥터나우는 최근 대한의사협회, 대한약사회 등 의사 단체와의 갈등이 불거졌고, 코로나19 사태가 완화되면 사업 지속성이 불투명해, 비대면진료에 대한 법적 토대를 마련해달라고 호소하는 상황이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안전성, 접근성, 편의성을 고려해 비대면 진료 제도화 추진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소프트뱅크벤처스 투자심사역 성종헌 선임은 "닥터나우는 의료산업에 대한 깊은 이해도와 경험치로 산업의 현 문제점에 도달하려 한다. 진료를 받는 환자뿐 아니라 서비스를 제공하는 의사와 약사 등 산업 이해관계자 모두에게 긍정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기업으로 성장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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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뱅크벤처스 투자심사역 강동석 부사장은 "한국시니어연구소는 이 시대 부모 부양 숙제를 안고 있는 기성세대들의 걱정과 국가재정 이슈, 요양 서비스 질의 문제를 모두 풀려고 노력하는 젊은 스타트업"이라며 "현장 중심의 문제해결 방식으로 재가 방문요양에서 출발해 종합 실버케어 솔루션 기업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언급했다.
한 헬스케어 스타트업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이슈화된 코로나19 팬데믹이 올해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의 가파른 성장에 큰 영향을 끼쳤다”면서 “특히 의료 산업 변화에 대한 시대적 흐름과 성장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는 주요 벤처캐피털들이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 저변 확대를 위해 적극적으로 투자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