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초자동화 시대, AI 스타트업의 성공 조건 세 가지

전문가 칼럼입력 :2021/12/21 09:46

조재홍 정보통신산업진흥원 AI산업3팀 수석

컴퓨팅 분야 세계 최대 리서치 회사인 미국 가트너는 최근 2022년 기술트렌드 중 하나로 초자동화(Hyperautomation)를 선정했다. 전통산업에 인공지능(AI), 데이터 등과 같은 디지털 기술을 융합해 산업 내 자동화를 가속화, 기업 생산성이 크게 높아질 거라는 전망이다. 가트너와 쌍벽을 이루는 또 다른 리서치 회사인 미국 IDC는 세계 인공지능 시장 규모가 2021년 3275억 달러에서 2024년 5543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시장 성장 원인으로 인공지능 플랫폼 수요 증가를 꼽으며 기업 업무 프로세스 효율화 와 비즈니스 자동화를 촉진한다고 진단했다. 인공지능을 품은 초자동화 기술은 이제 상상이 아니라 우리의 산업 현장과 생활영역에 속속 주역으로 자리를 잡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6년 알파고 대 이세돌 9단 간 세기의 바둑 대결 이후 인공지능은 열풍처럼 우리에게 다가왔다. 의료 분야는 건강 데이터를 분석해 폐암, 유방암 등 각종 질환을 인공지능으로 판독하려는 시도를 확대했고, 제조 분야는 생산 라인 불량품 식별에 인공지능 기술을 활발히 적용하고 있다. 가정에서는 스마트 홈디바이스가 인공지능 비전, 음성 기술 등을 채택, 생활 편리성을 높여주고 있다. 인공지능은 자율주행차에도 적용돼 향상된 장애물 인식과 라이더(Liadar) 센서 기반 공간정보 파악에 도움을 준다.

이처럼 자동화된 인공지능 기술이 전성기를 열어가고 있다. 하지만 현재 인공지능이 초자동화 되어 현장에서 서비스화 되기까지는 여전히 기술과 현실 벽이 높은 것도 사실이다. 필자는 통관 시 불법 복제품을 자동 판독하는 인공지능 서비스 개발 사례를 통해 인공지능이 현실의 벽을 뚫고 서비스화에 성공하기 위한 선행 조건을 제시하고자 한다.

조재홍 NIPA 수석

첫째, 인공지능 스타트업은 고객사의 핵심 요구사항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인공지능 솔루션을 도입하려는 고객사는 대부분 내부 개선점에 대해 개략적으로만 인식하고 있다. 즉, 고객사도 초기에는 어떻게 인공지능을 접목할 지, 또 접목 시 기대효과가 무엇인지 잘 모른다. 고객사가 이러니 서비스를 개발하는 인공지능 기업도 고객사의 정확한 요구를 알 수 없다. 이를 어떻게 해결할까?

필자가 현장에서 관찰한 인공지능 프로젝트 사례에 힌트가 있다. 과기정통부가 지원하는 인공지능 융합 불법복제품 판독시스템 사업은 연간 6600억 원에 달하는 해외 불법 복제품의 국내 디자인권 침해를 방지하기 위한 민관 협력개발 프로젝트다. 불법 복제품 판독은 2차원으로 도면화된 디자인권과 현품을 나란히 놓고 서로 간 전체 또는 부분 유사도를 세밀히 살펴보는 작업이다. 과거 애플·삼성의 수년간 진행된 소송에서 볼 수 있듯, 디자인권 침해는 식별이 매우 어려운 분야다.

지난해 처음 프로젝트가 착수할때만해도 인공지능 기업은 고객사의 정확한 요구사항을 파악하는 데 상당히 큰 어려움을 겪었다. 통관 시 불법 복제품을 어떻게 식별하는지, 의심품 식별 후 디자인권 보유기업 간 후속 절차가 무엇인지를 인공지능 기업이 이해하지 못했다. 또 고객사는 인공지능 도입이 처음이라 관심도는 높았지만 인공지능 성능, 적용영역, 기대효과를 점치기 어려웠다. 서로 간의 도메인 지식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초기 단계에서, 인공지능 기업은 고객사의 입장에서 충분히 업무 프로세스를 파악하고 핵심 애로사항을 빠르게 식별하는 것으로 인공지능 서비스 개발의 첫 단계를 통과할 수 있었다.

둘째, 스타트업은 인공지능 서비스 품질 기준을 정립해야 한다. 세상에 없는 인공지능 서비스를 처음 개발하는 과정이므로 인공지능 스타트업은 제공하는 서비스 품질에 대해 고객과 충분히 논의하며 합의된 품질 기준을 도출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서비스 품질 측정을 위한 정량적 지표가 수립돼야 하며, 상호 간 수용할 수 있는 서비스 성능 평가 방안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합의가 없으면 인공지능 스타트업이 어렵게 개발하는 솔루션에 대한 신뢰도 부족으로 고객사의 도입 결정이 지연될 수 있다.

불법 복제품 판독시스템 사례에서도 사업 초기 수개월 동안 기업과 고객사 간 서비스 품질에 대한 기준이 미비해 기업이 독자 서비스를 개발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서비스 품질 기준이 마련되고 성능평가 기준이 마련되자 점차 상호 협의한 목표시스템을 개발할 수 있었다. 또한 공인시험평가 기관의 성능평가 기준을 통과하자 인공지능 솔루션에 대한 고객사의 신뢰 형성 및 서비스 만족도가 상승했다.

셋째, 인공지능 스타트업은 가공 데이터를 표준화해야 한다. 인공지능 스타트업은 서비스 개발 중에 생성되는 데이터에 대한 표준화 작업을 선행해야 한다. 데이터 네이밍 규칙, 데이터 타입 정의, 획득방법 구분, 가공조건 분류, 증폭 데이터 분류 등 가공 데이터의 사전 정의와 구분이 필요하다. 현장의 비즈니스 환경에 대한 분석을 기반으로 사용 조건에 가깝게 데이터를 취득 및 가공해야 한다.

필자가 현장에서 실증한 결과, 데이터 표준화 수준 및 실제 환경과 유사한 데이터 가공 수가 증가할수록 인공지능 엔진(알고리즘) 판독 정확도가 향상됨을 관찰할 수 있었다. 또한 표준 가공 데이터는 향후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에서 쉽게 활용되며 추가적인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최근 저시력자용 보행 네비게이션 개발에 성공한 스타트업 L사는 보행 환경에 따른 인도 장애물 특징, 보행 고위험 시간, 보행 시간 등 보행 데이터를 수 년 동안 가공했다. 그 결과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앱 형태의 보행 네비게이션 상용화에 성공했으며, 보행 데이터에 대한 국내 대기업 수요 확대로 서비스 영역을 확대중이다. 이처럼 잘 가공한 데이터는 미래 신(新) 비즈니스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현장에서 관찰한 인공지능 서비스는 기계적, 반복적 비즈니스 프로세스에 접목 시 기존 대비 최대 수십 배에 달하는 생산성을 창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통산업과 융합 시 가치 사슬 전반에 걸쳐 혁신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인공지능 특성으로 정보통신산업은 물론, 제조, 금융, 의료, 에너지 등 타 산업과의 융합은 내년에도 가속화할 전망이다.

정리하면, 인공지능 신(新) 서비스의 세가지 성공 조건은 스타트업의 요구사항 파악, 서비스 품질기준 정립, 데이터 표준화 등이다. 이상의 세 가지 조건이 나침반 되어 국내 인공지능 스타트업들이 성공 항해 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필자 조재홍(경영학 박사) :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AI산업3팀 수석으로 국가 인공지능(통관, 소방, 제조 등) 융합 프로젝트 기획을 수행하고 있다. 인도, 미국 등 해외 주재 경험을 바탕으로 인공지능 산업 효과와 국방 인공지능 도입, 디지털기술 기업 다이내믹스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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