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픽하이 "외로울 때 오세요, 바이브 파티룸"

"더 직관적이고, 덜 정제된 ‘날 것’ 느낌 매력적"

인터넷입력 :2021/12/16 18:34

“파티룸은 ‘날 것’의 느낌이 강하다. 라디오에서는 우리가 직접 청취자 사연을 고르기도 하지만, 작가, 피디가 미리 골라주기도 한다. 파티룸에서는 어떤 청취자 이야기가 어떻게 튀어나올지 모른다. 덜 정제된 느낌이라 재미있다.” (미쓰라)

바이브 파티룸에서 매주 목요일 정기적으로 방송을 진행 중인 에픽하이는 데뷔 18년차 오디오 방송 진행 베테랑이다. ‘타블로와 꿈꾸는 라디오’, ‘미쓰라의 야간개장’으로 라디오 방송 진행 경험이 풍부한 이들은 바이브 파티룸만의 차별점으로 ‘생생함’을 꼽았다.

이전에도 에픽하이는 피디와 작가가 만든 대본대로만 라디오 방송을 진행하지 않았다. 타블로는 “사실 예전에 라디오를 진행할 때도 일주일만 대본이 나오고, 그 이후부터는 대본을 거의 주지 않았다. 대본이 있어도 ‘어차피 마음대로 할텐데’라는 생각이 들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네이버 바이브 파티룸에서 에픽하이 타블로, 투컷, 미쓰라를 만나 인터뷰해봤다

파티룸 ‘에픽하이의 귀갓길’을 진행하며, 이들은 프로그램을 직접 기획, 선곡하고 즉흥적으로 청취자와 소통하며 더 생생한 방송을 할 수 있었다고 입 모아 말했다. 특히 에픽하이는 한 청취자가 편의점에서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며 방송에 참여해 계산하는 소리, 손님과 대화하는 소리를 들려준 순간이 가장 즐거웠다고 회상했다. 

기자는 지난 6일 에픽하이를 바이브 파티룸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다음은 에픽하이 타블로, 미쓰라, 투컷과의 일문일답]

에픽하이 투컷, 타블로, 미쓰라

Q. 그간 파티룸에서 총 8회 방송을 진행했다. 파티룸만의 매력은 무엇인가.

투컷: 저녁 시간에 팬과 함께 모여 잡담하며 노닥노닥하는 느낌으로, 청취자와 친밀감을 쌓을 수 있다는 점이 즐겁다.

타블로: 사실 이전에도 많은 매체를 통해 관객, 팬들과 소통했지만, 라디오가 한분 한분과 정말 가까이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유일한 매체였다. 이제는 개인 소셜 미디어, 유튜브 등 더 가까이 소통할 수 있는 다양한 매체가 생겼다. 특히 파티룸은 그중에서도 전화기를 직접 들고 하니까, 정말 청취자와 휴대폰으로 대화는 나누는 기분이다. 이 부분이 가장 큰 매력이다.

Q. 타블로 씨와 미쓰라 씨는 이전에도 라디오 진행 경험이 있는데, 라디오와 파티룸은 어떤 차별점이 있나.

미쓰라: 더 직관적이고, 덜 정제된 ‘날 것’ 느낌이 강하다. 라디오에서는 우리가 직접 사연을 고르기도 하지만, 피디나 작가가 골라주기도 한다. 또 청취자도 굉장히 다양한 분들이 모여 있어, 어떤 이야기가 어떻게 튀어나올지 모른다. 이런 점들이 즉각적으로 반영된다는 게 재미있다.

타블로: 우선 광고가 없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라디오에서는 대화가 깊어질 만하면 광고가 나가야 했다.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 좋다. 사실 라디오 진행을 할 때도, 피디와 작가가 속이 터질 정도로 시키는 대로 안 했다. 첫 주만 대본이 있고, 그 이후에는 ‘어차피 마음대로 할텐데’라는 생각에 대본을 주지 않았을 정도다. 파티룸을 하면서 예전에 우리가 라디오 방송을 진행했을 때가 생각난다는 팬들이 많다.

파티룸에서는 우리가 즉흥적으로 떠올리는 주제도 있고, 미리 생각하는 주제도 있는데, 무엇보다 청취자와 즉흥적으로 전화 연결을 했을 때 재미있다. 한번은 어떤 분과 전화 연결이 됐는데, 그분이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계산하는 소리, 손님과 대화하는 소리까지 다 들을 수 있었다. 이렇게 즉흥적으로 만들어지는 재미가 있다. 또 파티룸 방송에서는 일론머스크, 이수만 등 다양한 유명인사 이름을 빌려 등장하는 청취자도 많은데, 그것도 흥미로운 요소다.

투컷: 생업 현장의 모든 소리를 생생하게, 파티룸 안에 있는 모든 사람이 들을 수 있어 큰 웃음을 제공했다. 바코드 찍는 소리와 함께 물건이 어디에 있다는 설명까지 들을 수 있었는데, 정말 대단했다.

Q. 파티룸 방송을 진행하며 어려웠던 점이 있다면.

투컷: 방을 개설하고, 청취자가 신청 곡을 트는 것은 하나도 어렵지가 않았다. 하지만 동시에 대화하기에 약간 불편함을 느꼈다. 답변을 하기 전 조금 지체되는 순간이 있고, 오디오가 겹칠 때 애로사항이 있었다.

타블로: 아무래도 휴대폰으로 진행하다 보니 돌발 상황이 있다. 한번은 방송하고 있는데, 딸 하루에게 급한 연락이 계속 왔다. 방송하다가 ‘죄송합니다. 잠깐만 사라졌다가 오겠습니다’ 했던 경험이 있다.

Q. 예비 호스트에게 ‘파티룸 잘하는 팁’을 준다면.

타블로: 평상시에도 편하게 얘기하고, 즐겁게 수다 떠는 것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파티룸이 아주 딱 맞다. 하지만 말을 조심해야 하는 분들은 파티룸이 힘들 수 있다. 옆에 스태프가 같이 있는 것도 아니고, 휴대폰으로 하다 보면 일상생활 하듯 편하게 말하다 아무 말이나 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Q. 10월에 발표한 곡 ‘Face ID’를 통해 에픽하이가 전달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투컷: 지금 시대는 비대면 시대이자, 인터넷이라는 특수 공간에서 얼굴을 마주하지 않는 익명성의 시대다. Face ID는 ‘우리 서로 얼굴을 맞대고, 진실된 나로서 서로 마주하고 대화하자’는 내용을 담았다.

미쓰라: 비대면에 익숙해지다 보니, 사람을 만나 이야기하는 것이 조금 어색하다. 투컷 씨가 언급한 것 처럼 ‘얼굴 보고 이야기하자’라는 메시지다.

Q. 올해 데뷔 18년 차다. 긴 시간 한 팀으로 지속하기가 쉽지 않은데, 갈등이 생긴다면 어떻게 해결하나.

타블로: 아무리 사랑하는 사이여도 18년동안 연애하는 것이 힘들고, 결혼해도 18년동안 같이 사는 것이 쉽지 않다. 어떻게 성격이 너무나도 다른 셋이 거의 20년을 함께 하고 있는지 우리도 매일 궁금하다. 우리 셋이 관찰 예능을 하면 정말 웃길 것이다. 서로를 계속해서 괴롭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서로에게 ‘예스 맨’이 아니다. 그런데 그 점이 오히려 음악 할 때는 작업물을 객관적으로 생각할 수 있게 해줘서 좋게 작용한다. 심지어 (작업물이) 좋아도 별로라고 얘기하는 둘과 함께 있으니, 초심을 지킬 수 있었다. 셋이 함께 있으면, 절대 한 명이 변하거나 거만해질 수 없다. (그러면) 물어뜯는다.

Q. 셋이 궁합이 좋은 것 같다. 만약, 한 명이 이른바 ‘연예인 병’에 걸리려고 하면, 서로 견제해주는 말을 해주는 것인가.

타블로: 궁합은 최악이다. (웃음) 우리는 서로를 연예인, 스타, 심지어는 가수로도 인정해주지 않는다.

미쓰라: 궁합은 좋지 않지만, 서로를 겸손하게 만들어준다.

투컷: 둘이 말하는 본새를 봐라. 어떻게 한 명이 거만해지거나 하는 일이 가능하겠나. 서로를 헐뜯고 물어뜯고, 끌어내리니 균형이 맞아서 여기까지 오지 않았나 싶다. (웃음)

Q. 내후년 데뷔 20주년을 바라본다. 어떤 모습으로 20주년을 맞이하고 싶나.

타블로: 사실 20주년까지 갈지는 매해 숙제다. (코로나19로) 2년 동안 거의 공연도 못하고, 팬 분들을 만날 기회가 없었다. 내년에는 정말 정신없이 달리고 싶다. 또 20주년에는 여태까지 해왔던 수많은 노래로 ‘100회 공연’을 하고 싶다.

투컷: 조금 전에 타블로 씨가 언급한 100회 공연은 우리와 아무런 협의되지 않은 개인적인 꿈이다. (웃음) 20주년이라니, 한편으로는 우리가 여태까지 대단한 일을 해냈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팬분에게 대단한 것을 선물해줘야 한다는 부담감이 슬며시 다가온다. 잘 준비해보겠다.

미쓰라: 솔직히 20주년이 와닿지는 않는다. 시간이 굉장히 빨리 지나간 것 같다. 코로나 시대에 2년을 지내보니, 20주년에는 코로나 상황이 모두 나아져서 관객들과 정말 큰 곳에서 다 같이 모여 공연을 하고 싶다. 20년을 우리와 함께 해준 것에 감사, 20년을 버텨낸 것에 대한 우리 서로에 대한 감사로, 정말 사랑 가득한 공연을 한번 해보고 싶다.

Q. 파티룸 ‘에픽하이의 귀갓길’ 청취자에게 남기고 싶은 한 마디.

타블로: 파티룸이라는 매체를 통해 매주 우리를 만나주시는 모든 분에게 감사하다. 이렇게 영상과 목소리로 대화를 나누는 것도 좋지만, 내년에는 건강한 모습으로 다같이 얼굴을 보며 만날 수 있는 순간이 더 자주 있으면 좋겠다.

관련기사

미쓰라: 우리가 개설하긴 하지만, 방은 사실 모든 사람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하나의 장소일 뿐이다. 매주 재미난 에피소드를 들려줘서 감사하다. 사실 처음에는 파티룸을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많이 고민했는데, 그런 고민이 없어지게끔 참여해주는 분들이 정말 즐겁게 이 매체를 잘 사용해주고 있다. 앞으로도 더 많은 참여자의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자리로 파티룸을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투컷: 밤에 혼자 있는 것이 외롭고, 누군가의 목소리가 그립다면 파티룸에 들어오라. 에픽하이가 그 모든 외로움을 싹 씻어드리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