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AI로봇의 추어탕 서빙…"국물 한방울 흘리지 않았다"

종로 한 추어탕집에 도입된 KT 'AI 서비스로봇·통화비서'

방송/통신입력 :2021/12/15 16:44    수정: 2021/12/15 17:46

“서빙로봇, 추어탕 뚝배기 세 그릇에 솥밥 세 개 나르기 가능할까?”

여태까지 자율주행 서빙 로봇이 싣고 오는 피자, 샌드위치, 파스타, 호텔 생수는 받아봤지만, 이번 음식은 뜨끈하고 무거운 뚝배기에 담긴 추어탕이었다.

기자는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황씨네대가추어탕에서 사용 중인 KT의 자율주행 ‘AI 서비스 로봇(이하 서빙로봇)’을 체험해보기 위해 추어탕 3인분을 주문했다.

KT 'AI 서비스 로봇'이 뚝배기에 담긴 추어탕 3그릇과 솥밥 3그릇을 싣고 온 모습. 황혜정 황씨네대가추어탕 대표가 직접 음식을 나르고 있다.

바깥 공기가 유난히 찼던 이날, 외부 취재가 많아 종로 일대를 오래 돌아다녔더니 푸짐한 추어탕이 절로 생각났다. 평소 점심시간에는 긴 줄을 서야만 맛볼 수 있다는 종로 맛집이라 기대가 컸다. 취재 편의를 위해 손님이 많지 않은 오후 시간에 방문했더니 무사히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식당은 크지 않았고, 통로도 음식을 나르는 사람 한명만 다닐 수 있을 정도였다.

기자는 3년 전 피자 가게에서 타사 서빙로봇을 체험해본 적이 있어, 지난 7월 출시된 KT의 서빙로봇은 어떤 차이가 있을 지 궁금했다. 국내 서빙로봇 도입 초창기였던 당시, 피자가게 서빙 로봇은 급하게 뒤를 돌던 손님과 부딪쳐 급정거를 했고, 소스 그릇을 떨어뜨렸다. 딱히 멈춰 설 거리도 아닌데 장애물을 과도하게 인식하는 모습도 보였다.

과거를 회상하다보니, 곧이어 서빙로봇이 생수병과 기본반찬을 싣고 유유히 왔다. 앉아 있던 일행이 직접 반찬을 식탁으로 나르려 했지만 재빠르게 사장이 와 대신해줬다. 대부분 무거운 뚝배기, 솥 그릇을 취급하기 때문에 직원들이 직접 음식을 옮겨주는 게 이 식당의 방침이다.

그간 기자는 바쁜 일상 중 한숨 돌리기 위해 식당을 찾았을 때 물과 반찬이 ‘셀프’면 이런 일들이 종종 귀찮기도 했다. 잠깐 한눈 판 사이 동료 기자가 반찬을 뜨러 가면, 일을 시킨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많은 식당들이 인건비 절감을 위해 셀프를 주장하고 있는데, 서빙로봇은 직원 한 명 몫과 셀프의 절충점으로 기대해도 좋을 것으로 보인다. 서빙로봇 이용료는 월 60만원대(기본형 3년 약정시)로, 점심·저녁시간 파트 타임으로 직원 한명을 한달간 고용해도 저렴한 금액이기 때문이다.

황혜정 황씨네대가추어탕 대표는 “손님들에게 좋은 서비스를 대접하기 위해 우리는 직접 손님에게 음식을 놔드린다”며 “그래도 음식을 손님 식탁에 가져다 놓는 일을 서빙 로봇이 해주는 것만으로도 큰 일손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어떤 때는 한 손님에게서 서너번도 요청이 오는데, 요청 수행 때만 로봇을 보내면 되니 직원이 직접 손님에게 가능 건 절반으로 줄어들게 됐다”며 “또 무거운 음식을 많이 나르다보면 손목이 아픈데 이것도 많이 나아졌다”고 덧붙였다.

황씨네대가추어탕에서 사용 중인 'KT AI 통화비서' 관리자용 앱 화면 모습.

황씨네대가추어탕은 KT의 AI 통화비서 서비스도 이용 중이다. 바쁜 영업 시간이나 아예 문을 닫은 시간에 손님이 식당에 전화를 걸어도 예약과 문의가 가능한 기능이다. 만능 골키퍼라 할 수 있다.

음식이 마저 나올 때까지 AI 통화비서 서비스도 체험해봤다. 식당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었더니 아름다운 도입부 음악 소리가 나오며, 부드러운 말투의 AI가 받았다. 기자가 “오늘 저녁 7시 네 명 예약해주세요”라고 말했더니 용케 알아듣고 예약 처리를 해줬다. “주차 가능한가요?”라고 물어봤더니 “주차는 60분 무료입니다”라고 답해줬다. 전화 마지막까지 “궁금한 점이 있으신가요?”라고 물어보는 친절함도 보였다.

식당 측 관리자용 AI통화비서 앱을 봤더니, 기자가 요청한대로 제대로 예약 스케줄이 등록돼 있었다. 관리자는 인사말을 써넣거나, 영업시간, 주차시간 등의 선택지를 고를 수 있도록 돼있다. 앱 구성이 복잡하지 않아 모바일이 익숙하지 않은 점주, 직원도 조금만 숙지하면 사용할 수 있을 정도였다.

드디어 멀리서 추어탕이 오고 있는 게 보였다. 서빙로봇에 달린 쟁반은 총 세 부분인데, 가장 위 칸에 무거운 뚝배기에 담긴 추어탕 세 그릇, 중간 칸에 솥밥 세 그릇이 실려 있었다. 추어탕이 아슬하게 찰랑 거리며 오고 있었다. 그래도 국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무사히 식탁까지 도착했다. 가장 아래 칸은 퇴식 후 빈 그릇을 치우는 용도로 사용된다.

로봇을 조작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직원이 화면을 터치해 식탁 번호만 입력하면 바로 이동한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지정된 제 자리로 돌아간다. 이 로봇을 전담 조작하기 위한 직원을 따로 둘 필요도 없고, 필요한 직원들이 오며가며 사용하면 된다.

황 대표는 “현재 서빙로봇을 50일 정도 써봤는데, 로봇 이동 속도가 빠른 편이 아니다보니까 아직까지 음식을 쏟거나 하는 사고는 난 적이 없었다”며 “사람이랑 부딪치지만 않으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왼쪽부터)이나람 KT AI·빅데이터사업본부 대리, 황혜정 황씨네대가추어탕 대표, 옥승헌 KT AI·로봇사업단 부장이 기자와 인터뷰 하는 모습.

AI 서비스 로봇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옥승헌 KT AI·로봇사업단 부장은 “서빙 로봇이 급정거 해 음식을 쏟는 일은 서빙로봇 초창기 이슈였고, 지금은 업계 전반적으로 자율주행 기능이 업그레이드 돼 안정성 문제가 크게 줄어들었다”며 “KT의 서비스 로봇도 장애물을 감지하면 피해가거나 적절하게 멈추면서, 사람이 돌진해 들이받지 않는 이상 충돌하는 일이 드물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빙로봇은 노동자를 대체하기 보다는 도와준다는 개념으로 보면 좋을 것 같다”며 “직원들은 시간을 더욱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돼 만족도도 높다”고 덧붙였다.

KT F&B 특화 서비스로봇 상품은 지난 7월 출시 후 현재 매드포갈릭, 모던 샤브하우스, 조선팰리스 등의 식당에서 사용 중이다. 호텔용으로 나온 AI 호텔 로봇은 2019년 12월에 앞서 선보였고, 서울 노보텔 앰배서더 동대문, 대구 메리어트호텔 등에 적용됐다.

KT는 현재 연 1천대 수준인 서비스 로봇의 보급 규모를 내년엔 1만대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아울러 지난 10월 출시된 AI 통화비서에는 KT가 국내 최대 고객센터와 기가지니 플랫폼을 운영하며 얻은 노하우가 집결된 음성 AI 엔진이 활용됐다. 데이터 학습을 통해 포괄적인 연령대와 높은 지역별 언어 인식률을 자랑한다. 특히 월 2만2천원의 이용료로, 콜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점주 입장에서는 부담 없는 옵션이 될 수 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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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는 지난해 어느 지역에서 배달 주문이 많은 지 알려주는 빅데이터 기반 분석 서비스 ‘잘나가게’도 출시, 배달 중심의 요식업 종사자들에게도 도움을 주고 있다.

AI 통화비서 사업을 맡고 있는 이나람 AI·빅데이터사업본부 대리는 “AI 통화비서는 예약이 많은 요식업, 미용업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는데 앞으로는 특화 업종을 늘려나갈 것”이라며 “분야별 언어 모델을 최적화 하는 작업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