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시간 인간과 가까이 지내온 개는 태어날 때부터 인간과 의사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태어난다는 연구 결과는 널리 알려진 내용이다.
이번에는 캐나다 한 대학 연구팀이 개는 평균 89개의 단어나 문구를 이해한다는 조사 결과를 내놔 관심을 모은다.
사이언스얼럿 등 최근 IT·과학전문지 보도에 따르면 캐나다 달하우지 기술학 대학 연구팀은 165마리 개와 그 주인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개가 평균 89개의 단어나 문구를 이해한다고 보고했다.
개가 말을 이해하는 능력에 대한 연구는 예전부터 이뤄져왔다. 1928년에는 ‘페로’라는 이름의 독일 셰퍼드는 주인이 말한 68개의 단어나 문구를 인식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또 2004년 연구에서는 보더 콜리인 ‘리코’가 다양한 공과 인형 등 200개 이상의 아이템을 주인이 부르는 대로 식별했다는 보고도 있다. 이들 연구 결과는 많은 주인이 느끼듯 “개는 인간의 말을 어느 정도 이해한다”는 경험과 일치한다.
그러나 연구팀은 펠로와 리코는 잘 훈련된 특수한 경우에 해당되므로, 일반적인 개가 얼마나 말을 잘 이해하는지에 대해 보다 면밀한 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연구팀은 맥아더-베이츠 커뮤니케이티브 디벨롭먼트 인벤토리(MacArthur-Bates Communicative Development Inventory)라 불리는 심리학 영유아 언어 발달 평가 체크 리스트를 근거해 개가 이해하는 언어 수를 정량적으로 측정하는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에서는 다양한 품종을 포함한 총 165마리 개와 주인을 대상으로, 연구팀이 준비한 172개의 단어와 문구에 개가 어떻게 반응했는지 0~5 범위의 점수를 냈다. 또 주인은 연구팀이 준비한 것 외에도 자신의 개가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단어나 문구를 말하도록 했다.
조사 결과를 분석한 결과 개는 평균 89개의 단어에 응답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가장 많은 개는 215개, 가장 적은 개는 15개의 단어에 반응했다. 전체의 90% 이상이 인식한 단어와 문구는 약 10개인데, 자신의 이름 외에 “앉아”, “이리 와”, “좋았어”, “앉아”, “가만있어”, “기다려”, “안 돼”, “돼”, “저리 가”와 같은 명령이었다. 또 “밥”, “저녁”, “쓰레기”, “똥”, “공” 등의 단어에 대한 응답률도 높았다. 반면 “발 핥아”, “작게 말해”, “소리 쳐” 등을 이해하는 개는 적었다.
또 연구팀은 군용견과 경찰견, 수색 구조견 등 훈련 경험이 있는 개는 특별한 훈련을 받지 않은 개보다 1.5배나 더 사람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단어에 대한 반응은 품종에 따라서도 차이를 보였다. 호응이 좋았던 품종은 오스트레일리언 셰퍼드, 보더 콜리, 독일 셰퍼드, 비숑 프리제, 카바리에 킹 찰스 스파니엘, 치와와 등이었다. 반응이 좋지 않았던 품종은 비글, 휘핏, 복서, 이탈리언 코르소 독 등이었다.
관련기사
- "지난 주말 뭐 먹었더라?"...오징어는 늙어도 잘 기억한다2021.08.20
- "코로나19 감염 후 인지능력 감소, 뇌졸중보다 크다"2021.07.26
- "승자의 아이는 승자가 되기 쉽다...동물도"2021.07.19
- "개는 태어날 때부터 주인 손짓·몸짓 알아본다"...늑대는?2021.07.14
그러나 이번 연구에서는 품종별 샘플 수가 많지 않았고, 개의 행동을 해석하는데 주관적인 차이가 생길 가능성이 있어 개 품종과 말 이해에 대한 결론을 내리기는 힘들다고 연구팀은 전했다. 또 이번 조사 대상이 된 개의 상당수가 기본적인 훈련을 받고 있었기 때문에 전혀 훈련되지 않은 개는 89개의 단어보다 적게 반응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 인간의 몸짓과 기타 문맥 정보가 판단에 개입됐을 가능성이 한계로 지적됐다.
그럼에도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가 개가 반응할 가능성이 높은 단어를 특정하기 위한 중요한 첫 걸음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