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을 넘어…GPU계의 에어비앤비를 꿈꾼다

[강소기업이 미래다 53] 블록체인 기반 AI 네트워크 개발사 '커먼컴퓨터'

컴퓨팅입력 :2021/12/14 13:07    수정: 2021/12/14 13:24

“곳곳에 흩어진 GPU 자원을 모아 블록체인으로 연결하고, 개발자가 필요한 자원을 저렴한 가격에 활용하는 인공지능(AI)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에어비앤비가 빈집을 찾아 투숙객에게 연결해주는 것처럼 GPU 자원을 실수요자에게 중개한다.”

고성능 컴퓨터 자원을 필요로 하는 인공지능(AI) 개발의 기본 요건은 컴퓨팅 자원이다. AI 연산에 많은 컴퓨팅 자원을 투입할수록 성과가 비례한다. 전세계에 방대한 컴퓨팅 자원을 보유한 구글 같은 빅테크 기업이 치열한 AI 개발 경쟁에서 한단계 앞서 있는 중요한 이유다.

AI 개발에 핵심을 이루는 자원은 GPU다. GPU는 AI 산업의 대유행 속에서 날개돋친 듯 팔리며, CPU보다 비싸게 거래될 정도다. 가격 부담 때문에 투자여력을 가진 대형 기업 정도여야 대규모 GPU 클러스터를 구축할 수 있다. 그러나 스타트업, 학계, 중소중견 기업도 AI 개발욕구를 강하게 갖고 있다.

기업 규모를 막론하고 GPU를 필요로 하는 곳은 많지만, 직접 대규모 GPU 클러스터를 구축할 정도로 여유있는 기업은 극소수다. 에어비앤비처럼 전세계의 GPU 보유자가 자신의 자원을 공유하고, 수요자는 손쉽게 유휴 자원을 찾아 필요한 만큼 안정적으로 쓸 수 있는 중개업이 가능한 이유다.

커먼컴퓨터는 이같은 GPU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GPU의 P2P를 개발한 회사다. 커먼컴퓨터에서 개발한 ‘AI 네트워크’는 세계 각지의 GPU 자원을 모아 블록체인으로 연결한 플랫폼이다. 개발자와 수요자의 GPU 임대 계약을 중개하는 것이다. 자원 제공자는 적정 가격으로 유휴 자원을 제공해 이익을 얻고, 개발자는 필요한 자원을 싸고 안정적으로 확보해 AI 모델 개발에 이용할 수 있다.

커먼컴퓨터 김민현 CEO

■ 블록체인으로 엮는 GPU 네트워크, 컨테이너에 담은 AI 모듈

김민현 커먼컴퓨터 최고경영자(CEO)는 “갖고 있는 컴퓨터에 커먼컴퓨터의 AI 네트워크 워커를 실행해 자원을 기여하고, 코딩을 몰라도 간편하게 웹 상에서 클릭으로 실행하는 플랫폼도 같이 운영하고 있다”며 “컴퓨터를 바로 기여해도 되고, 대신 운영하는 회사에 기여해달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개인 PC의 자원을 모은다기보다 여러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서비스의 GPU 자원을 모은다고 보는게 적합하다.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구글 클라우드, 아마존웹서비스(AWS)에 누군가 확보해놓은 GPU 인스턴스를 묶어낸다. 커먼컴퓨터가 직접 보유한 GPU 자원도 묶는다. 현재 300여개의 GPU 네트워크를 구축해 제공하고 있고, 주로 교육 분야에서 활용하고 있다.

국내 유명 로봇 제조기업은 커먼컴퓨터의 AI 네트워크와 아이나이즈를 이용해 로봇에 탑재된 AI를 개발하고 운영하고 있다. 로봇의 지능이 상호 공유되고 활용되며, 기업 내 GPU 공유 인프라를 구축했다.

단순히 GPU만 묶는 건 어렵지 않다. 커먼컴퓨터의 AI 네트워크는 AI 개발 모듈을 연결, 공유하기 위한 협업 프로토콜 기술로 묘사된다. 기여받은 GPU를 날것 그대로 제공하는 게 아니라, 커먼컴퓨터에서 함께 개발한 컨테이너 기반의 API 플랫폼으로 AI 개발에 바로 돌입할 수 있는 개발 환경을 설정해 제공하는 것이다. 커먼컴퓨터의 차별성은 여기에 있다.

김민현 대표는 “연결된 자원은 아이나이즈(Ainize)란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해 데이터만 넣으면 트레이닝을 바로 시작할 수 있는 구조로 제공된다”며 “작업의 단위를 컨테이너화해서 코드를 컴퓨터를 돌아다닐 수 있고, 데이터와 데이터 파이프라인의 모든 연결 구조를 통해 손쉬운 개발을 가능하게 한다”고 말했다.

아이나이즈는 다양한 머신러닝 모델, 데이터 솔루션, API 등을 제공한다. 일종의 AI 지능 마켓플레이스기도 하다. 각각의 AI 모델과 서비스에 최적화된 자원 클러스터를 실시간으로 매칭해준다. 블록체인으로 엮인 GPU 팜 상에서 제공자와 수요자 사이의 계약을 관리하는 플랫폼이 ‘아이나이즈’다.

AI 공용 모듈 간편 활용 플랫폼으로, 최신 AI 인퍼런스, 간편한 모델 파인튜닝, 서비스 배포, AI 개발용 노트북 등을 컨테이너 형식으로 제공한다. 200여개 머신러닝 모델을 포함한 1천650여개의 오픈소스 프로젝트를 서비스하고 있다.

커먼컴퓨터 AI네트워크 구조

■ 네트워크와 컨테이너로 연결된 IT 협력 구조가 핵심

김민현 대표는 구글 엔지니어로 근무하면서 데이터센터 자원의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협력 구조에 주목했다. 전세계의 데이터센터를 구글 내 직원이 쉽게 활용하고, 남이 만든 모듈이나 컨테이너를 가져다 활용해 더 새로운 걸 만들어내는 그 구조다. 그는 이런 네트워크 협력 구조가 AI 개발에서 핵심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컨테이너로 연결된 협력 구조를 갖지 못하면 AI를 백지 상태에서 개발해야 한다”며 “네트워크로 연결되지 않은 상태에선 대기업조차 건드릴 수 없는 상태로 데이터와 자원이 흩어져 있게 되고, 사용 기기에 따라 개별적으로 AI를 따로 만들게 돼 ROI가 나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AI 네트워크와 아이나이즈는 컨테이너의 연결망인데, 특정 조직에 소속되지 않은 연결망이라 보면 된다”고 요약했다.

커먼컴퓨터 아이나이즈 구조

GPU 연결망을 블록체인으로 구현하는 이유는 계약 관계를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커먼컴퓨터의 플랫폼은 누구에게 GPU가 있고, 누가 무엇을 원하는지 명확히 파악해 계약 구조를 관리하는 것이다. 기여자나 사용자는 블록체인 상의 거래계약을 통해 토큰으로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커먼컴퓨터는 마이크로소프트 스타트업 프로그램을 통해 지원을 받아 기술을 개발하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작년 3월부터 국내에 시행된 마이크로소프트 스타트업 프로그램은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해 성장과 글로벌 진출을 돕는다. 1억5천만원의 애저 크레딧을 제공하고, 전문가의 기술 및 교육 지원, 국내외 판로 개척을 위한 컨설팅 및 공동 영업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 스톰벤처스, 캡스톤파트너스, 스톤브릿지벤처스, 디캠프 등 국내외 벤처캐피털이 파트너사로 참여중이며, 마이크로소프트의 지원을 기반으로 국내 여러 스타트업이 성공 사례를 창출하고 있다. 당초 연 1회 참여기업을 모집했으나 지원 강화를 위해 올해부터 분기별 모집으로 변경했다.

김민현 대표는 “스타트업에게 클라우드 비용이 중요해 애저 크레딧이 큰 도움이 됐으며, 데모데이란 사내 행사에 초청받아 애저 영업사원과 공동 영업 기회를 제공받았다”며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클라우드 서비스라 해도 항상 GPU 물량을 확보할 수 있는게 아니어서 당장 써야할 때 확보를 못하면 난감한데, 마이크로소프트 본사에서 도움을 줘 단기간에 많은 GPU를 확보할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 내년 1만5천개 규모 AI 네트워크 구축 목표

커먼컴퓨터는 13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했고, 확장을 꾀하고 있다. 현재보다 더 방대한 규모의 GPU 연결망을 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또, 커먼컴퓨터는 AI를 결합한 NFT도 개발중이다. 개발자가 자신의 AI에 가치를 부여해 NFT로 발행하게 하는 것이다.

관련기사

김 대표는 “내년 1만5천개 규모의 GPU 연결망을 구축할 생각”이라며 “이 정도면 오픈AI나 네이버와 비교해도 손색없는 규모로 웬만한 대형 AI모델을 커버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굳이 대기업이 아니라도 이 정도 자원규모를 운영하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걸 입증하고, 그 구조 위에서 다양한 기업과 협력해 여러 실제 사례를 만들어내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