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부동산 중개 플랫폼 시장은 그 어느 해보다 큰 변화와 과감한 도전으로 이목을 집중 시켰지만, 그만큼 기존 부동산 중개 업계와 충돌이 컸다.
부동산 중개 플랫폼 1세대인 ‘직방’은 과거에 비해 완만해진 성장세를 끌어올리고자 신규 서비스를 내놓으려 했지만 공인중개사업계 반발로 속도를 늦춘 상태다. 대신 이 회사는 메타버스 사업에 뛰어들어 미래의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전략에 힘을 주고 있다. 스테이션3 ‘다방’은 불똥이 튀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에 직방과 달리 부동산 중개 시장에 직접 진입하지 않는 쪽으로 방향을 분명히 한 뒤, '전자계약서비스'를 선보였다.
부동산 중개 플랫폼 ‘큰 형’들이 공인중개사 단체의 눈치를 보는 사이, 아우격인 ‘집토스’와 ‘다윈중개’는 기존 부동산 중개 시장의 혁신을 꾀하는 과감한 시도를 이어갔다. 공인중개사를 직고용해 중개수수료는 낮추면서도 서비스 품질을 끌어올린 전략을 편 것. 이 역시 공인중개사 업계와 충돌을 빚었지만, 높아진 중개수수료에 시름이 깊어진 이용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성장세를 보였다.
이 밖에 주거가 아닌 상업용 부동산을 전문으로 중개 하던 ‘알스퀘어’가 조용한 성장을 해오다 대규모 투자를 이끌어내며 외부에 존재감을 알렸다.
■ 부동산 직접 중개 진출에 한방 맞은 ‘직방’...메타버스 사업에 집중
직방은 올해 기업가치 1조원으로 평가받으며 유니콘 기업에 명단을 올렸지만, 설립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새로운 사업에는 제동이 걸렸다. 직방은 그동안 부동산 중개를 돕는 단순 플랫폼에 그쳤다. 원룸/투룸에서 아파트로 매물 범위를 넓히고 다양한 정보 등을 제공하면서 사업을 키워왔지만 한정된 시장과 사업으로 가파른 성장세가 한풀 꺾이는 시기가 한동안 이어졌다.
이에 직방이 꺼낸 카드가 바로 ‘디지털 중개사’, 바로 온택트파트너스 서비스다. 온택트파트너스란 직방과 공인중개사, 집 수리·청소 등 부동산 전문가가 협업해 부동산 거래부터 주거 관리까지 주거 전반에 걸친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3D 룸투어 등을 통한 매물 확인은 물론, 비대면 상담, 전자계약까지 가능하게 하고, 거래 성사 시 수수료를 절반씩 나눠 갖는 구조다.
직방은 온택트파트너스로 더 많은 거래가 발행할 수 있어 공인중개사들이 편하게 일하면서도 더 많은 수익이 가능하다는 입장이었으나, 공인중개사 단체 등은 ‘조삼모사’라는 비판을 했다. 어차피 부동산 중개 시장은 한정돼 있는 만큼, 직방이 중개 사업에 숟가락을 얹는 꼴밖에 안 된다는 논리였다. 직방이 발표한 지원 정책도 한정적인 미봉책일뿐, 결국 직방이 부동산 중개 시장에서 ‘슈퍼갑’이 되려는 술수라며 강경 대응했다.
10여년 간 공인중개사들과 협업하는 구조로 사업을 키워온 직방 입장에서는 공인중개사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신규 사업을 전개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됐다. 이에 직방은 메타버스 공간 임대 사업에 더 힘을 주는 모양새다.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비대면 업무가 많아진 만큼, 직방이 가상 빌딩(사무실)을 구축하고, 이 공간을 분양해 입주한 회사들이 가상공간에서 아바타로 유대감 있는 업무를 진행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직방은 대규모 개발자 채용에 나서며 가상 오피스 서비스에 힘을 쏟고 있다. 직방은 수익 모델이 접목된 이 가상의 빌딩(메타폴리스)을 연내 정식 오픈한다는 계획이다.
■ 부동산 플랫폼 2세대 ‘집토스’·‘다윈중개’ 선전
직방의 온택트파트너스 서비스가 주춤한 대신 메타버스 사업에 투자하고, 다방이 전자계약서비스인 ‘다방싸인’을 내놓는 사이 2세대 부동산 중개 플랫폼들은 혁신에 속도를 높였다.
2016년 창업한 부동산 중개 스타트업 집토스는 올해 5월 누적 거래 금액 1조원을 돌파하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서울과 수원 등에 직영 부동산을 운영하는 집토스는 표준화된 서비스와 상대적으로 저렴한 중개 수수료로 이용자들의 선택을 받았다. 회사는 소속 공인중개사를 대규모 채용하고 직영 부동산을 확대하며 고착화 됐던 기존 부동산 중개 시장에 큰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집 내놓을 때 중개수수료 0원, 집구할 때 중개수수료 반값'을 내세운 다윈중개도 서비스 지역을 전국으로 넓히며 빠르게 성장 중이다. 이 회사는 저렴한 중개수수료뿐 아니라 재건축 사업성 분석, 개발호재, 인공지능 기반 아파트 추천 등 어려운 부동산 정보를 IT 기반으로 쉽고 편리하게 제공해 더욱 눈길을 끌었다. 서비스 시작 6개월 만에 월간 활성 사용자 수 30만 명을 돌파하기도 했다. 이 같은 성장세에 지난 달 소프트뱅크벤처스, 패스트벤처스 등으로부터 30억원 규모의 프리 시리즈 A 투자를 받았다.
대다수 부동산 중개 플랫폼들이 아파트나 빌라와 같은 주거용 매물 중개에 집중하는 동안, 상업용 부동산 중개 사업에 힘을 쏟은 알스퀘어의 성장세도 눈에 띄었다. 이 회사는 지난 달 스틱인베스트먼트로부터 약 850억원 규모의 신규 투자를 받았다. 누적 투자금액은 1천140억원 가량이다. 알스퀘어는 오피스 시장 중개를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물류센터와 리테일 중개, 빌딩 매입 매각 및 리모델링, 그리고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시장으로 사업을 확장 중이다. 올해 예상 매출은 약 1천400억원으로, 지난해 직방(458억원)과 다방(270억원)의 매출을 훨씬 뛰어 넘는다.
■ 부동산 중개 플랫폼 시장 내년도 ‘흐림’...성장 가능성 입증해야
기존 부동산 중개 시장과 마찰을 겪으면서도 새로운 서비스와 돌파구로 성장을 이어온 부동산 중개 플랫폼 업계의 내년 전망은 ‘역시 쉽지 않다’로 요약된다.
최근 당선된 신임 공인중개사협회장의 주요 공약이 ‘대형 플랫폼 중개업 진출 저지’를 공약으로 내걸었기 때문이다. 당장 직방의 온택트파트너스 서비스에 더 강력한 제동이 걸릴 수 있으며, 반값 중개수수료 정책으로 시장을 빠르게 빼앗아 가는 다윈중개에 대한 고발을 계속 이어갈 가능성이 더 높아졌기 때문이다.
내년 눈여겨볼 부분은 직방이 곧 정식 오픈하게 될 가상 사무실인 ‘메타폴리스’ 사업이 실제 수익으로 이어질지, 다방이 출시한 전자계약서비스 다방싸인이 실제 부동산 거래에서 얼마나 활성화될지 여부다. 이를 통해 부동산 중개 플랫폼 1세대들의 성장 가능성과 수익성을 시장에 확실히 입증해야 하는 해가 바로 내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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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공인중개사들의 반대와 반발에도 불구하고 집토스와 다윈중개 같은 공인중개사 직고용 형태의 부동산 중개 플랫폼들이 얼마나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줄지도 관심사다. 해마다 수만 명의 새 공인중개사들이 배출되는데 이들의 안정적인 일자리가 마련되고, 정체됐던 부동산 중개 시장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 부동산 중개 플랫폼 2세대들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이들에겐 공인중개사 단체의 잇따른 고발에 버틸 안정적인 사업 모델과 든든한 체력이 내년에 더욱 요구될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국내를 넘어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으려는 알스퀘어의 상업용 부동산 플랫폼 사업도 더 주목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실질적인 매물 정보가 중요한 부동산 중개 사업에 있어 국내 기업이 해외에서 의미있는 성과를 거둔다면, 다른 국내 부동산 중개 플랫폼들도 새로운 시장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