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발표한 부동산 중개 수수료 개편안 관련 중개사들의 반발이 계속되는 가운데, 다윈중개·집토스 등 저렴한 수수료를 앞세운 ‘프롭테크’ 기업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집 내놓을 때 중개 수수료 0원, 집 구할 때 현행 요율의 절반'을 내세운 부동산 플랫폼 '다윈중개'는 2019년 서울·경기 지역에서 출시 후 지난 9일 서비스 지역을 전국으로 확대했다. 현행 70~80%의 중개 수수료를 받는 직영 부동산 플랫폼 '집토스'는 2017년 출범 후 3년만에 직영 부동산을 20곳까지 확장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이들을 공인중개사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는 등 프롭테크 영업 반대 의사를 밝혀왔다. 그러나 국토부도 현행 부동산 수수료가 과하다는 여론에 공감, 기존 공인중개사들의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국토부는 오프라인 중개 업계와 프롭테크 업계의 상생을 도모하는 ‘업계 간 협업 협의체’도 올 하반기 구성할 계획이다.
국토부 중개수수료 개편안 발표에 중개협회 '반발'
국토교통부는 지난 19일 중개수수료 개편안을 확정하고 최종 발표했다. 이에 따라 6억원 이상인 집을 사고팔거나, 3억원 이상 임대차 계약을 맺을 때 소비자가 지불해야 하는 중개 수수료가 줄어들게 됐다.
먼저 6억원~9억원 구간 주택 매매 시 최대 수수료율은 현행 0.5%에서 0.4%로 낮아졌다. 또 9억원 이상 구간의 최대 수수료율은 그간 모두 0.9%로 적용됐으나, 개편 이후로는 9억~12억은 0.5%, 12억~15억은 0.6%, 15억원 이상은 0.7%로 세분화된다.
임대차 수수료는 먼저 3억~6억원 구간 최대 수수료율 0.4%에서 0.3%로 낮아진다. 6억원 이상인 경우 현행 최고 0.8% 수수료를 적용 받으나, 개편 이후 6억~12억 구간 0.4%, 12억~15억 구간 0.5%, 15억원 이상은 0.6%로 세분화된다.
바뀐 수수료 체계를 적용해보면, 6억원짜리 집을 사거나 팔 때 최대 300만원까지 들었던 수수료가 최대 240만원으로 낮춰진 것이다. 또 3억원 전세 계약 중개 수수료는 최고 120만원에서 90만원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수수료 개편안은 10월부터 적용될 전망이다.
국토부는 수수료 개편안을 발표하며 “최근 부동산 가격 상승에 따른 중개보수의 증가로 국민의 부담이 커지고 있으며, 이에 대한 개선 요구가 지속적으로 제기됐다”며 “특히 중개 서비스는 큰 차이가 없는데, 중개보수는 부동산 가격과 연동해 급증하는 것에 소비자 불만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협회는 지난 20일 세종시 국토교통부 앞에서 중개보수 개편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내용의 골자인 성명을 발표했다.
이날 협회는 "정부는 부동산 정책 실패로 인한 집값 급등 비난의 화살을 공인중개사 희생으로 무마하려 해서는 결코 안 된다"며 "개업 공인중개사는 정부가 중개업 현실을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발표한 중개보수 개편안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공인중개업 관계자는 "중개 현장에서 받는 중개보수는 실제로 최고요율대로 받지 않고 협의에 따라 그보다 적은 금액을 받는다. 중개 플랫폼들보다 더 적게 받기도 한다 "면서 "마치 부동산 중개업소에서 최고요율을 고정요율화해 다 받는 것처럼 기정사실화해 언급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중개협회, 다윈중개·집토스 등 프롭테크 기업 고발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국토부의 수수료 개편안 반대와 함께 ‘반값수수료’를 내세운 프롭테크 기업에 대한 고발도 이어가고 있다.
협회는 지난달 부동산 플랫폼 ‘다윈중개’를 검찰에 고발했다. 다윈중개는 ‘집 내놓을 때 중개 수수료 0원, 집 구할 때 현행 요율의 절반’을 내세운 프롭테크 기업으로, 2019년 5월 서울·경기 지역에서 서비스를 시작해 지난 9일 전국으로 서비스를 확대했다. 현재 다윈중개의 이용자 수는 10만 명을 돌파했다.
협회 측은 다윈중개가 ‘공인중개사 아닌 자가 이와 유사한 명칭을 사용’ (공인중개사법 제 8조), ‘개업 공인중개사만 매물에 대한 표시, 광고 가능’(공인중개사법 제18조 2항) 등 관련 법을 어겼다는 주장이다.
김석환 다윈중개 대표는 23일 지디넷코리아와의 통화에서 “이번이 세 번째 고발인데, 앞서 두 번 모두 검찰에서 불기소 처분으로 기각했다. 검찰에서도 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답했다.
구체적으로 김 대표는 “공인중개사법 입법 취지는 공인중개사가 아닌 사람이 ‘중개’나 ‘부동산’이라는 용어를 사용해 소비자를 기만하고 부당한 이익을 취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다윈중개는 직접 중개를 하는 것이 아니라 중개사와 소비자가 만날 수 있는 플랫폼만 제공하는 것이며, 공인중개사법 제재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법정 중개 보수 대비 70~80% 수준만 받는 직영 부동산 플랫폼 ‘집토스’ 역시 한국공인중개사협회로부터 2018년 5월 공인중개사법 위반 혐의로 고발당한 바 있다. 같은 해 10월 집토스는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서비스 대비 높은 수수료·카르텔...중개업계도 변화해야"
협회는 정부의 수수료 개편안과 ‘반값 수수료’를 내세운 프롭테크에 대한 지속적인 반대 의사 표명을 이어가고 있으나, 그간 높은 부동산 수수료에 불만을 가졌던 소비자 목소리에 국토부가 공감하며 중개업계에도 변화가 요구되고 있는 시점이다.
국토부가 20일 발표한 부동산 중개보수 관련 국민신문고 민원은 지난 2년간 3천370건으로, 국토부는 “중개서비스는 큰 차이가 없는데, 중개보수는 부동산 가격과 연동해 급증하는 것에 소비자 불만이 증가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중개업자 카르텔 형성 역시 중개업 문화의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김석환 다윈중개 대표는 “중개사가 제공하는 서비스에 비해 현재 중개 수수료가 과하다는 문제의식이 소비자 사이에 광범위하게 퍼져있다”면서 “가장 핵심은 중개사들끼리의 ‘담합’이다. 지역별로 중개사들이 ‘이 이하로는 절대 받지 말자’하는 담합 때문에 중개 수수료가 내려가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중개업계의 담합이 없어진다면, 시장의 자유로운 경쟁에 의해 수수료가 자연스럽게 내려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다른 프롭테크 업계 관계자는 현재 협회와의 갈등 상황은 프롭테크 기업 등장으로 새로운 시장 가격이 형성되는 과도기라고 바라봤다.
그는 “부동산 시장은 뿌리깊은 구조적 문제가 있던 시장이었다. 프롭테크 기업 등장으로 새로운 요율체계가 제시되고, 정부도 새 상한선을 제시하는 등 새로운 시장 가격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생긴 마찰”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국토부는 올 하반기 오프라인 중개 업계와 프롭테크 업계의 상생을 도모하는 ‘업계 간 협업 협의체’를 구성할 계획이다. 국토부는 “정부, 지자체, 중개업계, 프롭테크 등으로 구성된 협의체를 만들어 업계 간 협업 모델을 도입하고, 제도 개선 사항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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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위 관계자는 “중개 보수 개편안 시행 등 일정이 끝나고 10월 말에서 11월쯤 협의체 계획안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부연했다.
집토스는 이와 관련해 “아직까지 국토부로부터 연락을 받은 건은 없지만, 정부가 추진 중인 '중개서비스 질 향상과 중개산업 경쟁력 강화'와 관련한 라운드테이블에 집토스도 목소리를 낼 수 있길 희망한다”며 “고객과 공인중개사, 임대인 목소리를 중개 현장에서 듣는 중개법인으로 중개 산업 선진화를 위한 실질적인 의견을 개진하고 싶다”고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