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과 PP업계가 프로그램 사용료 협상에서 첨예하게 맞섰던 ‘선계약-후공급’ 방안에 사실상 합의했다. 넷플릭스에 이어 최근 디즈니+까지 글로벌 인터넷동영상서비스(OTT) 사업자들이 국내 방송 콘텐츠 시장을 잠식해 가는 상황에서 서로 한 발자국씩 양보해 얻어낸 결과다.
정부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내년부터 플랫폼-PP 간 방송프로그램 계약에 ‘선계약-후공급’ 원칙을 적용키로 하고, 채널 계약종료 기준은 하위 5% 이내로 하자는 데 합의했다.
다만, 올해 방송프로그램 계약에서 ‘선공급-후계약’ 관행이 이어졌다는 점을 감안해 내년 상반기까지 유예기간을 두기로 하고, 내년 계약건에 대해서는 ‘선계약-후공급’ 원칙을 소급 적용키로 했다.
선계약 후공급 원칙은 PP가 사전 계약 없이 콘텐츠를 우선 공급하고 플랫폼이 사후 정산을 하는 오랜 악습을 개선토록 하기 위해 만든 제도적 장치로, PP가 안정적 투자 계획을 수립해 양질의 콘텐츠 제작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데 그 목적이 있다.
플랫폼 사업자가 대형PP를 위주로 정산을 한 뒤 나머지 PP들에게는 지급여력을 이유로 상대적으로 적은 대가를 지급해왔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플랫폼 사업자는 채널 퇴출 장치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선계약-후공급 원칙은 협상력 침해라며 반발해왔다.
이 같은 이유로 올해 IPTV 3사와 CJ ENM은 방송 프로그램 사용료 협상 과정에서 ‘비상식적 수준의 대가 인상 요구’, ‘콘텐츠에 대한 저평가 관행 개선’ 등을 내세우며 한 치의 양보 없는 대결 양상을 이어왔다.
하지만 양측은 방송시장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글로벌 OTT 사업자들이 국내 시장을 독식해가는 구조에서 국내 방송 산업을 지켜내자는데 공감대를 갖고 큰 틀의 합의를 이뤄냈다.
국내 방송시장은 1인 가구 증가 등 미디어 이용행태가 변화하면서 전통적인 방송에서 넷플릭스 등 가입형 OTT 서비스로 그 중심축이 옮겨가고 있어 전반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 2017년 OTT 이용경험률이 35.0%에 불과했지만 지난해는 66.3%로 인구 대비 3분의 2가 OTT를 이용해 본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합의에는 정부의 역할도 컸다. 민간 사업자 간 계약이란 점에서 중재의 어려움이 있었음에도 올 초부터 전문가와 이해당사자 간 실무진으로 구성된 협의회 등을 바탕으로 꾸준히 업계의 의견을 수렴해 이 같은 결과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도 있다. 이 같은 결과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관하는 유료방송 상생협의체에서 합의된 내용으로 이를 토대로 과기정통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함께 운영하는 방송채널 대가산정 개선 협의회에서 최종 결론이 나야하기 때문이다. 또 대가산정 협의에서 한 축을 차지하는 지상파방송이 이 같은 합의 내용에 동의해야 하는 과정도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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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업계에서는 현재까지 합의된 안의 테두리에서 곧 최종 결론이 내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내 방송업계가 글로벌 OTT 사업자들의 공습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양질의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자생력 마련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있기 때문이다.
오징어게임의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현재와 같은 콘텐츠 제작 환경에서는 넷플릭스 등 해외 대형 플랫폼에 종속될 수밖에 없고 이는 양측 모두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조속한 제도 개선 시행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