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룰 구현기술 놓고 두나무-코인원 舌戰

"블록체인 성능·개인정보 문제 가능성" vs "금융 특화 블록체인 R3코다로 해결"

컴퓨팅입력 :2021/12/10 15:45    수정: 2021/12/10 21:45

내년 3월부터 가상자산 사업자에 트래블룰 규제가 적용되는 가운데, 규제 대응을 위해 한 배를 탔다가 갈라선 두나무와 CODE(코인원·빗썸·코빗 연합)가 서로 기술적 우위를 주장하며 설전을 벌여 관심을 끈다. 

트래블룰은 가상자산 사업자가 회원의 송금 요청 시 송·수신자의 정보를 확보하고 상대 사업자에도 정보를 공유하도록 한 국제 규정인데, CODE는 트래블룰 솔루션을 블록체인 기반으로 만들었고 두나무는 블록체인 대신 거래소 간 직접 암호화 통신 방식을 적용했다. 

이번 설전은 실속 없는 신경전 양상을 보이지 않고, 아직 초기 단계인 트래블룰 대응 기술에 대한 토론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지난 8일 CODE가 트래블룰 솔루션 출시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간담회에서 발언하는 차명훈 대표 모습(가운데)

두나무 람다256 박재현 대표 "블록체인 성능, 개인정보 이슈 가능성"

두나무 블록체인 기술 자회사 람다256의 박재현 대표는 지난 9일 페이스북을 통해 "블록체인은 모든 문제를 해결할 만병통치 수단이 아니고, 필요한 곳에 적절히 써야 그 효과를 볼 수 있다"며 블록체인 기반 트래블룰 솔루션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밝혔다.

전날 코드는 트래블룰 출시를 알리며 블록체인 기반으로 만들었다는 점을 강조했는데, 람다256 측에 차이점을 묻는 문의를 받아 공개적으로 설명을 올린 것이다.

박 대표에 따르면 람다256이 개발한 트래블룰 솔루션 베리파이VASP(VerifyVASP)는 "거래소 간 직접 암호화 통신에 의한 인클레이브(안전한 데이터 관리를 위한 격리 공간) 방식의 공유 모델"을 채택했다.

3년전 베리파이VASP를 개발할 때 블록체인을 사용하는 모델 또한 고민했지만, 성능 문제와 개인정보 이슈를 고려해 사용하지 않았다고 했다.

"확장성과 성능이 부족한 현재 수준의 블록체인을 OLTP처럼 쓰는 방식이 될 것이 우려됐고, 블록체인상의 데이터를 암호화하더라도 중간 복호화를 통해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는 싱가폴 정부 및 관련 기관의 오딧 의견을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코인원 차명훈 대표 "트래블룰 솔루션 만큼 블록체인 잘 맞는 분야 없어"

다음날인 10일 차명훈 코인원 대표 역시 페이스북을 통해 반박에 나섰다. "이보다 블록체인에 적합한 비지니스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트래블룰 솔루션은 블록체인과 꼭 어울리는 영역"이라며 강하게 주장했다.

차 대표는 코인원, 빗썸, 코인원이 트래블룰 대응을 위해 설립한 합작사 CODE의 초대 대표를 맡고 있다. 시중 솔루션 중에는 적합한 것이 없다고 보고, 자체 솔루션을 만들자고 제안한 것도 차 대표다. CODE 솔루션은 거래소 간 정보 공유를 위해 금융 특화 프라이빗 블록체인 R3코다를 사용한다.

블록체인으로 성능 이슈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차 대표는 "(프라이빗 블록체인처럼) 노드 수가 한정돼있다면 블록체인을 통해 성능의 저하 없이 신뢰를 확보 할 수 있고 또 (퍼블릭 블록체인에서도) 최근 솔라나 등의 사례에서 성능 개선이 일어나고 있다"며 "블록체인은 성능 문제로 쓸 수 없어 라고 단정짓는 것 자체가 블록체인 회사로서 자가 당착이 아닐까 싶다"고 받아쳤다.

이에 개인정보 이슈 발생 가능성에 대해서는 "R3코다는 금융기관을 위해 설계된 블록체인으로 개인정보는 꼭 필요한 당사자들 간의 원장에만 기록되기때문에 다른 노드들은 관련 없는 개인정보는 티끌도 받을 수가 없다"고 일축했다.

한 배 탔다 헤어진 앙금 남았나?..신경전 보다 기술 토론으로 봐야

두 사람의 이번 설전은 두나무가 나머지 3개 사와 트래블룰 대응을 위해 한 배를 탔다가 돌아선 이력 때문에 더 주목을 받았다. 두나무와 나머지 3사가 신경전을 벌이는 모양새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두나무를 포함해 4사가 '트래블 룰'에 공동 대응할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합의했다가, 9월 두나무는 빠지고 나머지 3개사만 뭉쳐 CODE를 설립했다. 

양측이 불편한 감정이 남아 있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실제 박 대표는 "대선정치판 같은 IT판이 된 것 같다"며, 차 대표는 "독점이라는 현상이 이래서 무섭나 생각이 들기도 한다"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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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트래블룰 솔루션 분야가 초기 단계에 있기 때문에, 이런 기술적인 토론은 오히려 필요하고 건전하다고 평가 된다. 검증된 해외 적용 사례가 없는 상황에서 국내 다양한 사업자가 경쟁하며 더 나은 모델을 찾아야 결과적으로 이용자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권고에 따라 전 세계 가상자산 사업자들이 트래블룰 솔루션을 도입해야 하는데, 규제 도입 시기와 방식은 각국이 개별적으로 정하도록 되어 있다. 아직 미국, 영국 등 주요국은 트래블룰 입법도 이뤄지지 않았다. 우리나라는 아주 빨리 트래블룰을 도입한 편에 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