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전성시대…"콘텐츠 잘하는 건 기본, 플랫폼 잘 돼야 뜬다"

[2021년 OTT 결산] 兆단위 콘텐츠 투자 몰리는데…진흥법은 국회 계류

방송/통신입력 :2021/12/07 14:15    수정: 2021/12/07 16:15

올해는 전 세계 미디어 산업의 게임체인저로 급부상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서 한국의 위상이 크게 높아진 해다. 우리나라 제작사가 만든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오징어게임'은 넷플릭스에서 역대 시청 순위에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전 세계 가입자 2억1천360만명을 보유한 넷플릭스에서 K-콘텐츠의 저력을 보여준 것이다.

반면, 아쉬운 대목도 있다. 넷플릭스에서의 오징어게임 수익이 1회성이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가 독점 서비스를 위해 오징어게임 판권을 사들였고, 누적 시청에 따라 추가 수익을 배분하는 방식도 아니었던 것. 토종 OTT 플랫폼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로써 절반의 성공, 절반의 과제가 부여됐다. 우리나라가 잘하는 콘텐츠에서 진가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플랫폼이 뒷받침 돼야 한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오징어게임(사진=넷플릭스)

정부, 국회는 콘텐츠도 OTT 플랫폼도 진흥을 외치고 있지만, 진흥을 위한 규제 마련은 순탄치 못했다. 신생 서비스인 OTT를 법적으로 명시하기 위해 법안을 논의 중이지만 부처 간 밥그릇 싸움으로 국회 상임위원회의 소위원회 논의 문턱을 좀처럼 넘지 못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또다른 글로벌 OTT 디즈니플러스, 애플TV플러스가 지난달 국내 서비스를 시작하며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세계적인 인기 드라마 ‘왕좌의 게임’을 단독 공급하는 OTT로 유명한 HBO맥스도 내년쯤 국내에 서비스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진출 시동거는 토종 OTT…"진흥법 마련 서둘러야"

글로벌 OTT들이 짜놓은 수익구조대로라면 우리나라 콘텐츠는 우리 플랫폼에 실어야 지속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 후발주자인 국내 OTT업체들이 너도나도 글로벌 진출을 부르는 이유다. 사실 우리나라 OTT 업체들이 기존 수익구조를 탈피해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지 않는 이상, 그들의 방식을 그대로 이용할 수밖에 없다.

비단 인기 콘텐츠에 대한 추가 수익이 아쉬워 업계가 푸념하는 것이 아니다. 국내 미디어 업계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다. 지금 대비하지 않으면 앞으로 국내 미디어 산업은 황폐화 될 것이란 우려다. 이는 OTT로 인해 이용자들의 콘텐츠 소비방식이 완전히 바뀌면서, 콘텐츠제공사업자(PP)들과 케이블, 위성, IPTV 등 플랫폼 업체들 간 수익배분 방식에도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OTT 사업자에 대한 부처별 법적 지위 부여 추진 현황

현재 OTT는 업계에서 미디어로서 통용되면서도 방송법으로 정의되지 않으며, 인터넷 상 서비스라는 이유로 전기통신사업법 상 ‘부가통신사업자’에 해당한다. 그러나 ‘특수한 유형의 부가통신사업자’로는 인정받지 못해, 진흥돼야 할 산업임에도 각종 정책적 지원을 받지 못하는 상태다.

방통위는 올해 OTT 서비스에 동일 서비스 동일 규제 원칙을 적용한 ‘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 제정을 준비 중이다. 지난 2월엔 OTT 사업자를 부가통신사업자 중에서도 ‘특수한 유형의 부가통신사업자’로 분류하기 위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문체부는 OTT 사업자에 대한 규제 내용을 담은 ‘영상진흥기본법’을 구상하고 있다.

웨이브, 티빙, 왓챠 등 국내 OTT 업체들은 국회에 계류 중인 각종 OTT 진흥법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 사업자들이 모인 한국OTT협의회는 성명서를 통해 "지난해 정부가 OTT 육성 지원을 위한 규제 완화 및 진흥 정책을 발표했으나 관련 법안은 여전히 국회에서 멈춰 있다"며 "시장 다 내주고 나서 통과시켜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미디어 업계는 OTT를 전폭 지원하기 위해서는 워너미디어, 디즈니와 같은 해외 제작사처럼 수직계열화가 가능해야 규모의 경제를 일으킬 수 있다며, 소유규제를 완화해줄 것을 정부에 바라고 있다.

콘텐츠 전진기지 키우는 CJ ENM…웨이브 '1조'·KT시즌 '수천억' 투자

정부의 OTT 진흥 노력과 별개로 이미 업계는 적극적인 투자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CJ ENM은 최근 영화 라라랜드 제작사인 엔데버콘텐츠를 약 9천200억원에 인수해, 전세계 대중문화의 중심인 미국에 글로벌 제작기지를 마련했다. 또한 양질의 콘텐츠 생산을 위해 앞으로 5년간 5조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올해 잡힌 콘텐츠 투자계획만 8천억에 달한다. CJ ENM은 이들 콘텐츠를 티빙 뿐만 아니라 넷플릭스를 비롯한 글로벌 OTT에도 공급할 예정이다.

CJ ENM은 경기도 파주시에 약 6만 4천 평 규모의 국내 최대 복합 제작 스튜디오 'CJ ENM 스튜디오 센터'도 개관했다.

CJ ENM 스튜디오 센터 조감도

웨이브도 2025년까지 1조원을 콘텐츠에 투자한다. 올해 800억원 이상을 투입해 ‘모범택시’, ‘보쌈-운명을 훔치다’ 등 방송 드라마와 정치 시트콤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 등 오리지널 콘텐츠를 차례로 선보일 예정이다.

KT는 OTT 사업부 ‘시즌’을 분사해 기획부터 제작, 유통, 마케팅까지 이어지는 체계를 준비 중이다. KT는 2023년까지 수천억원을 투자하고, 자체 제작사인 스튜디오지니를 통해 원천 지적재산(IP) 1천개, 드라마 IP를 100개 이상 확보할 방침이다.

OTT 키우기 급한데…손뼉 안맞는 음악저작권협회

국내 OTT 업체들은 국내 아티스트들의 음악저작권 사용료 징수를 대신해 맡고 있는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음저협)와 좀처럼 갈등을 좁히기 어려운 상황이다.

음저협은 OTT 업체들로부터 받는 저작권 이용료를 올려 받기 위해 징수규정을 손보면서, 국내 업계와는 제대로 된 협상 없이 사실상 넷플릭스가 내는 수준으로 명시했다. 이 규정에 따르면 음악저작권 사용료는 기존보다 2~3배로 뛰었다.

이에 웨이브, 티빙, 왓챠 등 OTT 업체들은이 규정을 승인한 문화체육관광부와 법정 소송을 진행 중이다.

OTT 업체들과 한국음악저작권협회 간 음악저작권 요율 규정 개정 관련 분쟁 일지.

최근엔 양측을 중재하기 위한 정부의 유권해석 초안이 나왔다.

유권해석은 총 음악 저작권 사용료를 도출하는 두 개 산식 중 각각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인 ‘매출액’과 ‘가입자 수’에 대해 새로 해석하자는 것이다. 개정안에 이미 명시된 수치(요율)를 변경는 것은 절차적으로 까다롭기 때문에 매출액과 가입자 수를 달리 해석하자는 방향으로 틀었다.

이 중재안을 가지고 아직 양측 의견 조정이 필요하고, 최종 정부 승인은 내년에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가령 매출액 기준을 가지고도 OTT 사업자들은 콘텐츠 전송을 위한 네트워크 사용료, 인앱결제 비용, 이미 처리된 저작권료 등을 먼저 제한 후 수익으로 간주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음저협은 총 매출액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SKB, 넷플릭스에 700억원 요구…망이용료 회피방지법 발의 잇달아

넷플릭스는 국내 통신사 SK브로드밴드 네트워크에 무임승차 했다는 이유로 여야를 막론하고 집중포화를 받고 있다. 국회는 넷플릭스가 더 이상 망사용료를 회피할 수 없도록 최근 연이어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하는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한 바 있다.

또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를 상대로 700억원 규모의 부당이익환수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올해 처음으로 넷플릭스 콘텐츠 전송부문 담당자들이 내한, 망사용료를 내기 어려운 이유 몇 가지를 언급했다. 넷플릭스는 각국 통신사에 넷플릭스의 자체 캐시서버인 ‘오픈커넥트(OCA)’를 설치해 사용하기 때문에, 서비스를 효율화 할 수 있는 방법을 보유했다는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이미 사용한 망 이용료 납부 건을 묵살하겠다는 의도로 읽히고 있다.

SK브로드밴드가 넷플릭스를 상대로 700억원 규모의 부당이익환수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달 25일 토마 볼머 넷플릭스 글로벌 콘텐츠전송 부문 디렉터는 국회 토론회에서 “과거에는 인프라가 이렇게 구축이 안 된 상황이었고 OCA도 지금만큼 성숙되지 않은데다 규제나 망중립성 논의도 지금만큼 불명확한 상황이었다”면서 “여러 이유들로 페이드피어링(망 연결 방법 중 하나)으로 망 이용료를 낸 적은 있으나, 지금은 어떤 곳에도 이를 납부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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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무선 상호접속 원칙에 따라 현재 기준으로 어느 ISP에도 망이용료를 내고 있지 않다”며 “이 원칙을 고수하면서 한국 ISP에만 차별적인 것은 힘들다”고 덧붙였다.

오는 23일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의 2심의 변론 준비 기일이 진행될 예정이다. 지난 1심에서 재판부는 SK브로드밴드 손을 들어 넷플릭스에 망 이용대가 납부 의무가 있다고 확인했으나, 넷플릭스는 이에 항소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