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상표 정했으면 최대한 빨리 등록해야"

[법무법인 디라이트 스타트업 릴레이 기고⑦] 선정 단계부터 전문가 도움 받는게 좋아

전문가 칼럼입력 :2021/11/27 17:38    수정: 2021/11/27 17:48

표경민 법무법인 디라이트 변호사

상표 등록은 사업을 시작하는 첫 단추다. 상표를 사용하려면 상표를 등록해야만 하는 것으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어떤 상표를 사용하기 위해 상표 등록이 꼭 필요한 건 아니다. 어떤 상표를 등록하지 않고 사용했다고 해서 그 자체로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그렴 상표 등록을 왜 하는 걸까? 등록을 하면 우리나라에서 그 상표를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있고, 누군가 내 상표와 유사한 상표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할 수 있다. 거꾸로 말하면, 내가 상표를 등록하고 있지 않은 사이 누군가 내 상표를 모방한 상표를 특허청에 자신의 이름으로 출원해 등록을 받으면, 내 상표에 대한 독점적인 권리를 다른 사람에게 양보해야 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가로채기’ 상표출원은 언론에서도 여러 번 문제가 된 적이 있다. EBS의 유명 캐릭터 ‘펭수’를 일반인이 상표 출원한 사례도 있었다. 아직 상표로 등록되지 않은 유명 캐릭터명, 브랜드명, 아이돌 그룹 명을 무작위로 상표등록한 뒤, 상표의 진정한 권리자들에게 금전적 대가를 요구하는 ‘상표 브로커’들이 있다.

표경민 디라이트 변호사

다행히 펭수는 당시에도 유명한 캐릭터였고, 상표법에는 타인의 유명상표를 모방한 상표출원의 등록을 저지할 수 있는 여러 규정이 있기 때문에 상표 등록으로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 막 시작한 사업의 재치 있고 강렬하지만 유명하지는 않은 상표를 다른 사람이 먼저 상표로 출원한다면, 그 상표의 등록을 막을 뾰족한 방법이 없다. 일정 요건을 갖추면 먼저 사용한 사람이 계속해 상표를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받을 수 있고, 등록상표의 사용을 저지할 수 없다. 상표를 정했다면 최대한 빨리 상표로 등록해야 하는 이유다.

한 발 더 나아가 상표를 정하는 단계에서부터 선행 상표들을 조사해 등록 가능성이 충분한 지 확인하고 상표를 확정해야 한다. 상표를 정해서 사업을 진행하다가 나중에 상표를 출원했는데 누군가의 선행상표 때문에 상표등록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업을 진행하는 도중에 상표를 바꾸면 그동안 내가 그 상표로 축적해 온 브랜드 가치를 포기해야 한다. 따라서 상표를 정하기 전에 어떤 상표들이 등록되어 있는지 검색해 상표 후보들을 가리고 상표를 확정해야 한다.

상표 검색은 특허청이 운영하는 웹사이트인 '키프리스'에서 누구나 할 수 있다. 다만 상표의 표장과 지정 상품, 서비스를 적절히 검색해야 어떤 선행상표가 위협이 될 지 파악할 수 있다. 또 상표들의 유사 여부에 대한 법적 판단은 직관적인 판단과 불일치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도 알아둬야 한다. 명백히 유사한 선행상표가 있더라도 상표에 대한 등록취소 심판 청구 등 선행상표를 극복할 수 있는 여러 전략 또한 존재하므로 상표의 등록가능성 판단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상표를 무사히 등록했다고 해서 상표에 관한 모든 문제가 해결된 건 아니다. 예상치 못한 상표권 분쟁으로 기업의 아이덴티티나 다름없는 상표를 포기해야 하는 일도 생긴다. 2019년, 국내 차량용품 업체인 불스원과 오스트리아의 에너지 음료 업체인 레드불 간의 4년에 걸친 상표권 분쟁이 막을 내렸다. 대법원은 불스원이 레드불 상표와 유사한 불스원의 황소 상표를 ‘레드불에 손해를 가하려고 하는 부정한 목적을 가지고 사용하기 위해’ 출원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대법원 판결 이전, 특허심판원과 특허법원 모두 양사의 상표가 유사하지 않다고 판단했던 터라 대법원 판결 파장은 컸다. 결국 불스원 등록상표는 무효가 됐고, 불스원은 레드불과 사후 협의에 따라 불스원의 모든 상표에서 황소 그림을 제거하기로 결정했다.

불스원과 레드불은 서로 업종이 완전히 달라 경쟁관계에 있지 않기 때문에 대법원 판결이 다소 의아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대법원은 레드불이 2004년부터 레드불 후원의 레이싱 팀을 창설했고, 2010년 국내 영암에서 열린 국제 레이싱 대회에 레드불 팀이 참가한 가운데 불스원 관계자들이 해당 대회를 관람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황소 그림이 들어간 불스원 로고가 고안된 것은 1년 뒤인 2011년이다. 불스원 관계자들이 정말로 레드불의 상표를 모방할 의도에서 황소 그림을 고안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대법원은 일련의 증거들을 바탕으로 불스원의 부정 목적을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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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도 상표권 분쟁을 피해갈 수 없다. 레드불과 같은 다국적 기업은 엄청난 비용과 시간을 들여 자신들의 상표 가치를 수호하고 스타트업이라고 해서 공격 대상에서 제외하지 않는다. 특히 외국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는 스타트업이라면 외국에서의 상표 출원 단계부터 유명 외국 업체들의 이의신청에 부딪힐 수 있다. 종국적으로 내 상표를 지켜내더라도, 그 과정에서 사업 존폐가 문제될 정도의 법률 비용을 감당해야 할 수도 있다. 따라서 사업 내용과 계획을 감안해 상표 선정 단계부터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분쟁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상표를 고르는 것이 바람직하다. 만일 상표 분쟁에 휘말리면 협상부터 소송까지 여러 전략들을 고려하면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움직여야 한다.

창업의 여러 복잡한 문제 가운데 상표는 사소한 문제로 여겨질 수 있다. 실제로 상표 때문에 사업이 큰 위기를 겪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상표는 내 사업의 얼굴이자 이름이다. 제대로 대처해야 한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