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금리 시대' 1년8개월만에 막 내려...이주열 "지속적으로 정상화"

기준금리 25bp 오른 연 1.00%...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 열어둬

금융입력 :2021/11/25 12:52    수정: 2021/11/25 14:01

'제로금리 시대'가 1년 8개월만에 막을 내렸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25일 기준금리를 종전 연 0.75%에서 0.25%p 올린 연 1.00%로 운용키로 결정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유행 직후인 2020년 3월 기준금리를 0.75%로 내린 이후 1년 8개월 만에 기준금리가 0%대 수준을 벗어난 것이다.

이주열 총재는 올해 들어 '통화정책 정상화'를 강조해왔다. 제로금리는 코로나19 대유행이라는 위기 상황을 방어하기 위한 수단이었으며, 회복 조짐이 보이면 정상화가 곧장 이어져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이에 맞춰 한국은행 금통위는 올해 8월 기준금리를 0.25%p 인상했다.

이달 기준금리 인상도 이 같은 판단이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주열 총재는 "10월 금통위 이후 수출이 호조를 이어가고 민간 소비가 백신 접종 확대와 방역 조치 완화, 재난지원금 지급 등에 힘입어 빠르게 반등하고 있다"며 "최근 성장과 물가 흐름세가 확대가 지속되는데 통화정책이 가만히 있다면 완화의 정도는 더 커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25일 열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이주열 총재가 말하고 있다.

추가 금리 인상 "내년 1분기도 배제할 순 없어"

이주열 총재는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도 거론했다. 이 총재는 "앞으로 금통위는 경기 상황 개선에 맞춰 완화 정도를 적절히 축소해 나가는 방향으로 통화정책 운용할 계획"이라며 "경제 상황에 달려있지만 내년 1분기를 (금리 인상 시기서) 배제할 필욘 없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아직 현 수준의 기준금리의 수준이 '완화적'이라고 판단하고 있어서다. 이주열 총재는 "이번 인상으로 기준금리가 1.0%가 됐지만 성장과 물가 흐름에 비춰볼 때 여전히 완화적인 수준"이라며 "실질 기준금리는 여전히 마이너스 상태이며 중립 금리보다도 낮아 내년 성장과 물가 전망을 감안해보면 지금 기준금리 수준은 실물 경제를 뒷받침하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중립금리는 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 압력이 없는 잠재성장률 수준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하는 이론적 금리수준을 말한다.

최근 기준금리 수준.(자료=ECOS)

다만 그는 "경기 상황 개선에 맞춰서 과도하게 낮췄던 기준금리를 정상화하는 것은 당연히 필요하다"며 "불확실성 요인이 잔재해있기 때문에 (인상) 시기를 단정적으로 말하긴 어려우며 또, 3월에 대통령 선거가 있어 2월은 추가 인상이 어렵다는 등의 정치적 고려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부연했다.


2021·2022년 인플레이션 상승률高..."리스크 더 커져"

한국은행은 이날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전망치와 동일한 4.0%로 봤다.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3.0%다.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치는 크게 올렸다. 지난 8월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2.1%로 올린데 이어 0.2%p 더 오른 2.3%로 봤다. 이는 한국은행의 물가상승률 목표 치인 2.0%를 상회하는 수치다.

이주열 총재는 "올해 소비자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2.3% 내년은 2.0%로 불과 3개월 전망치와 비교해 대폭 끌어올렸다"며 "국제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예상보다 크게 확대됐고 수요 측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지고 있는 점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25일 열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이주열 총재가 말하고 있다.

이 총재는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확대될 가능성에 대해 거론했다. 그는 "원자재 가격의 높은 변동성, 원자재 가격 상승에서 시작된 물가 상승 압력이 여타 부문으로 광범위하게 퍼져나가 있는 것을 우려스럽게 보고 있다"며 "글로벌 공급 병목 현상이 당초 생각했던것보다 길어지고 있는 상황이고 더 길어진다면 국내 물가 상승 압력을 전방위적으로 높일 수 있다"고 부연했다. 또 그는 "일반인 기대 인플레이션이 2.7%로 상당폭 상승했는데 소비자물가상승에 관한 기대 심리가 불안해지면 임금 인상 요구를 통한 추가적인 물가 상승 압력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와 관련해 이주열 총재는 "연준의 메시지를 모니터링하면서 금융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살피면서 통화정책은 운영하겠다"면서 "연준의 정책은 국내 통화정책의 영향을 주지만 우선적으로 고려되는 것은 국내 경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우리나라는 주요국 중에서도 (통화정책을) 빠르게 움직인 나라 중 하나라 앞으로 통화정책 정상화하는 속도를 국내 경제상황에 맞춰서 할 수 있는 긍정적 요인들이 있다"고 답했다.

다음은 통화정책방향 전문.

□ 금융통화위원회는 다음 통화정책방향 결정시까지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현재의 0.75%에서 1.00%로 상향 조정하여 통화정책을 운용하기로 하였다.

□ 세계경제는 변이 바이러스 확산에도 주요국의 백신 접종 확대, 경제활동 제약 완화 등으로 회복 흐름을 이어갔다. 국제금융시장에서는 글로벌 인플레이션 지속 우려와 주요국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 변화에 영향받아 국채금리 변동성이 확대되고 미 달러화는 강세를 나타내었다. 주가는 양호한 기업 실적 등으로 선진국을 중심으로 상승하였다. 앞으로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시장은 코로나19의 재확산 정도와 백신 보급 상황, 글로벌 인플레이션 움직임, 주요국의 통화정책 변화 등에 영향받을 것으로 보인다.

□ 국내경제는 양호한 회복세를 지속하였다. 설비투자가 글로벌 공급차질에 영향받아 다소 조정되었으나 수출이 호조를 지속하고 민간소비가 백신접종 확대와 방역조치 완화에 힘입어 빠르게 회복되는 모습을 나타내었다. 고용 상황은 취업자수 증가가 지속되는 등 개선세를 이어갔다. 앞으로 국내경제는 수출과 투자가 양호한 흐름을 지속하는 가운데 민간소비 회복세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GDP성장률은 지난 8월에 전망한 대로 금년중 4%, 내년중 3% 수준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석유류 가격 상승폭 확대, 지난해 공공서비스가격 하락에 따른 기저효과 등으로 3%대 초반으로 높아졌으며, 근원인플레이션율(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도 2%대 중반으로 상승하였다.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대 후반으로 높아졌다.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8월 전망경로를 상회하여 2%를 상당폭 웃돌다가 점차 낮아져 내년중 연간으로 2% 수준을 나타낼 것으로 보이며, 근원인플레이션율은 1%대 후반 수준으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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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시장에서는 국내외 통화정책 정상화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면서 국고채 금리가 3년물을 중심으로 상승하였다. 주가는 주요국 주가 움직임 등에 영향받아 소폭 상승하였으며 원/달러 환율은 하락하였다. 가계대출은 증가규모가 다소 축소되었으며, 주택가격은 수도권과 지방 모두에서 높은 오름세를 지속하였다.

□ 금융통화위원회는 앞으로 성장세 회복이 이어지고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하여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다. 코로나19 관련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으나 국내경제가 양호한 성장세를 지속하고 물가가 상당기간 목표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앞으로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적절히 조정해 나갈 것이다. 이 과정에서 완화 정도의 추가 조정 시기는 코로나19의 전개 상황 및 성장·물가 흐름의 변화, 금융불균형 누적 위험,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판단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