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왜 美 중소도시 테일러에 반도체공장 짓나

입지·전력 수급 등 강점 많아…파격적 인센티브 앞세운 구애도

컴퓨팅입력 :2021/11/24 12:36    수정: 2021/11/24 15:14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삼성전자는 왜 인구 1만6천명에 불과한 중소도시 테일러를 반도체 위탁생산 기지로 선택했을까?

월스트리트저널을 비롯한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3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20조원(170억 달러)을 투자해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Foundry) 공장을 설립하기로 했다고 선언했다.

삼성전자는 내년 상반기 신규 라인 건설에 착공, 2024년 하반기 가동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조치는 전 세계적인 반도체 부족 현상 해소에 큰 힘이 될 전망이다. 미국 백악관도 즉각 환영 메시지를 내고 삼성의 통 큰 투자에 대해 높이 평가했다.

(사진=삼성전자)

■ WSJ "유력 후보 오스틴, 2월 블랙아웃 이후 사실상 탈락" 

그 동안 삼성의 미국 반도체 공장 건설을 놓고 현지 매체들은 다양한 전망을 쏟아냈다. 서부 도시인 애리조나를 비롯해 뉴욕, 플로리다 등이 유력 후보지로 거론됐다.

텍사스 주도인 오스틴 시도 후보 중 하나로 꼽혔다. 오스틴 시는 삼성의 미국 반도체 공장이 자리 잡고 있어 파운드리를 설립할 경우 다양한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었다. 

이런 여러 후보들을 제치고 인구 1만 6천명에 불과한 테일러 시가 최종 낙점된 결정적인 이유는 뭘까?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현지 언론들과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을 통해 추론해볼 수 있다. 김 부회장은 이날 인센티브 프로그램과 인프라스트럭처 준비 현황, 그리고 인력 수급 이점 등을 고려한 끝에 테일러 시를 최종 낙점했다고 설명했다.

(사진=삼성전자)

인프라만 놓고 보면 오스틴 시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삼성전자의 미국 반도체 공장이 자리잡고 있는 도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스틴 시는 지난 2월 대규모 정전 사태 이후 후보 지역에서 탈락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전했다.

당시 미국 남부 지역을 덮친 기록적인 한파 때문에 텍사스 주에서 사상 초유의 정전 사태가 벌어졌다. 이 여파로 오스틴에 위치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도 설립 20여년 만에 처음으로 가동을 멈추는 피해를 입었다.

반면 테일러 시는 대형 전력 시설의 영향권에 있어 대규모 정전 사태 때도 유휴 전력을 활용해 각종 공장을 정상 가동할 수 있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전력 수급과 함께 테일러의 위치도 유리하게 작용했다. 테일러 시는 삼성의 미국 반도체 기지인 오스틴 시와 불과 50k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입지 면에서도 나쁘지 않다.

■ 테일러 시, 삼성 공장 유치 위해 파격적 인센티브 제시 

이런 장점과 함께 테일러 시가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시하면서 적극 구애한 것도 삼성의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테일러 시는 삼성 공장을 유치하기 위해 공장 부지에 대해 향후 10년간 재산세의 90% 이상의 재산세를 감면해주기로 했다. 반도체 공장 용수 및 폐수 관련 공급 및 지원 규모 등도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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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빌 글라벨(Bill Gravell) 윌리엄슨 카운티 판사는 반도체 제조 시설의 중요성을 감안해 파격적인 인센티브 패키지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텍사스주에서도 2천700만 달러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전했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