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승어부'에 한 발 더...시스템반도체 1위 진용 구축

美에 파운드리 공장 20조 투자...반도체·바이오 양날개로 대형 M&A도 기대

디지털경제입력 :2021/11/24 15:23    수정: 2021/11/25 14:06

삼성전자가 마침내 미국 내 신규 파운드리 반도체 생산라인 건설 부지로 텍사스州 테일러市를 최종 선정함에 따라 이재용 부회장의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 달성을 위한 진용이 제모습을 갖추게 됐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메모리 반도체 부문에서는 세계 1등 유지하며 지배력을 발휘해 왔다. 하지만 시스템 반도체 및 파운드리 등 비메모리 분야에서는 경쟁력이 취약하다. 특히 파운드리 시장에서는 시장 1위인 대만의 TSMC와 시장점유율(2020년말 기준)에서 40% 가까운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특히 모바일AP와 자동차 반도체(이미지센서/LED) 분야에서는 글로벌 경쟁사와 기술 격차가 적지 않다. 삼성전자가 명실상부 메모리를 넘어 반도체 1등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고민의 지점이다. 이번 미국 투자 결정도 이런 배경과 무관치 않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1월 20일(현지시간) 미국 위싱턴주 마이크로소프트 본사에서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왼쪽)를 만나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삼성전자)

그러나 이번에 미국 투자 중 역대 최대인 170억 달러(약 20조원)를 들여 최첨단 공정이 적용된 파운드리 공장을 미국 테일러시에 짓기로 결정하면서 삼성전자는 제2의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이 공장은 2024부터 하반기 가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삼성전자는 기조 인프라와 더불어 확대되는 글로벌 시스템 반도체 수요에 기민하게 대응하고 공급망도 다변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반도체 경쟁력이 한층 강화되는 것이다.

■ 이재용 부회장, '승어부'에 한 발 더 가까이...'뉴삼성' 윤곽 드러나

故 이병철, 故 이건희 선대 회장들은 불가능이라고 여겨졌던 반도체 불모지 대한민국에서 첨단 산업을 일으켜 세운 기업인이다. 그래서 메모리에 이어 '시스템 반도체 비전 2030'의 완성은 이재용 부회장이 '승어부'(勝於父·아버지를 능가하는 것)에 한 발 더 다가가 삼성전자를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거듭나게 하는 길이다. 이 부회장은 그동안 기회가 있을 때 마다 각종 공개 석상에서 이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피력해 왔다.

이 부회장은 3년 전 2019년 4월 30일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을 직접 발표하면서 "메모리에 이어서 파운드리를 포함한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도 확실히 1등을 하겠다"며 "굳은 의지와 열정, 그리고 끈기를 갖고 도전해서 꼭 해내겠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또 올 1월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으로 구속되기 전까지 시스템반도체에 필요한 반도체 설비 확보에 직접 나서는 등 반도체 비전 2030 달성을 위한 '광폭 행보'를 이어 왔다.

이재용 부회장이 2020년 10월 차세대 반도체 '핵심 설비'인 EUV 장비 생산업체인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위치한 ASML 본사를 찾아 관련 장비를 직접 살펴보고 있다.(사진=삼성전자)

이 부회장은 당시 "2021년 새해를 맞아 새로운 삼성으로 도약하자. 함께 하면 미래를 활짝 열 수 있다"며 "삼성전자와 협력회사, 학계, 연구기관이 협력해 건강한 생태계를 만들어 시스템반도체에서도 신화를 만들자"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작년 10월엔 차세대 반도체의 '핵심 설비'인 EUV 장비 생산업체인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위치한 ASML 본사를 찾아가 피터 버닝크(Peter Wennink) CEO, 마틴 반 덴  브링크(Martin van den Brink) CTO 등을 만나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가석방으로 경영에 복귀한 지난 8월에는 '코로나19 이후 240조 투자, 4만명 고용' 계획을 발표하면서 '메모리 절대우위 유지, 시스템반도체 세계 1위 도약 기반 마련'이라는 목표를 제시했다.

■ '초격차' 뛰어 넘는 불가능을 가능하게...뉴삼성 윤곽, 초대형 M&A 뭘까?

"추격이나 뒤따라오는 기업과의 '격차 벌리기'만으로는 이 거대한 전환기를 헤쳐나갈 수 없다. 힘들고 고통스럽겠지만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어 아무도 가보지 않은 미래를 개척해 새로운 삼성을 만들어 가자."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출장 길에 캘리포니아주(州)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반도체와 세트연구소인 DS미주총괄과 삼성리서치아메리카(SRA)를 잇따라 방문해 연구진들에게 전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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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텍사스 오스틴에 위치한 삼성전자 파운드리 공장(사진=삼성전자)

이 부회장이 단순한 격차 벌이기가 아닌 불가능을 가능하게 하는 일에 도전하고 새로운 미래를 개척하자는 '뉴(NEW)삼성'의 좌표를 찍은 셈이다. 이 같은 새로운 삼성의 비전은 향후 바이오, 6G, AI(인공지능), 전기차, 차량용 반도체 및 전장, 빅데이터 등 차세대 핵심 산업 분야에서 구체적으로 실현될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이 부회장이 지난 8월 경영으로 복귀하자 마자 발표한 240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에는 반도체와 바이오 분야를 집중 육성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시장과 기술을 주도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반영돼 있다. 삼성전자가 여러 통로를 통해 향후 3년 내 대규모 M&A에 나설 가능성을 타진해 온 만큼 반도체와 바이오 분야에서 이같은 계획이 실천될 것이란 관측이 높다. 특히 '제2의 반도체'라 불리는 바이오 산업에서 독보적인 바이오 의약품 생산 허브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이 더욱 가시화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차량용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M&A도 기대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