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지는 배 석세포로 미세플라스틱 줄이는 '루츠랩' 이야기

김명원 대표 "친환경+수익 두 마리 토끼 다 잡겠다"

중기/스타트업입력 :2021/11/18 16:41    수정: 2021/11/18 16:42

“농·수산 분야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문제점을 친환경 소재로 해결하는 것이 루츠랩의 장기적 목표다. 배 석세포 뿐 아니라 굴, 전복 패각도 활용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며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임팩트 비즈니스를 보여주겠다.”

지난해 5월 설립된 루츠랩은 미세플라스틱 대체 친환경 소재 개발 스타트업이다. 루츠랩은 ‘배 석세포’를 활용해 친환경 소재를 만든다. 입 안에서 ‘오돌토돌’하게 느껴지는 배 석세포는 세포벽이 단단하게 굳어 고정된 조직으로, 주로 껍질이나 과일 중심부에 많이 있다.

루츠(Roots)와 랩(Lab)을 합친 기업명 ‘루츠랩’은 뿌리처럼 보이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치약·세정제·스크럽 등에 포함된 미세플라스틱은 환경 오염 뿐 아니라, 미세플라스틱을 먹이로 오인해 먹은 바다 생물을 인간이 섭취하면서 인간 건강에도 위협이 된다. 김명원 루츠랩 대표는 이를 배 석세포, 굴과 전복 패각 등 친환경 소재로 대체한다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명원 루츠랩 대표

다음은 김명원 루츠랩 대표와 일문일답.

Q. 루츠랩은 어떤 기업인가?

“루츠랩은 농수산 식품 분야에서 발생하는 폐기물과 부산물을 좀 더 유용한 가치로 업사이클링(버려지는 제품을 새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활동)하는 스타트업이다. 대표적으로 배 석세포와 게 껍데기에 풍부한 키토산으로 미세플라스틱 대체재를 생산하고 있다. 전복, 굴 패각으로 나노 탄산 칼슘이나 산업용 보강제도 추출한다. 김장 폐기물을 통해 건강기능식품 소재 추출도 진행한다.”

Q. 루츠랩은 어떻게 창업하게 됐나?

“친환경 사업에 관심이 있어 루츠랩을 창업했다. 이전에도 커피 찌꺼기 업사이클링 사업을 진행한 적이 있고, 이후에는 파이토케미컬(식물성 화학물질)에 특히 관심을 갖게 됐다.”

Q. 배 석세포를 활용한다는 것이 신선하다. 이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었나?

“서울시 주관 ‘넥스트로컬’ 프로그램에 참여한 적이 있다. 서울시에 있는 창업가를 지방으로 보내서 아이템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프로그램이었는데, 그때 한국전력공사 에너지밸리 스타트업 소속으로 나주 지역에 파견을 나갔다. 나주에서 새로운 아이템을 찾다 보니 나주 특산품 배를 떠올리게 됐고, 석세포를 발견해 양산화를 진행했다.”

Q. LG 생활건강, 한국콜마 등 기업과도 협업을 진행 중인데, 어떤 내용인가?

“LG생활건강과 한국콜마는 화장품, 생활 화학 제품을 만드는 회사다. 이 회사들이 그간 사용해왔던 미세 플라스틱을 석세포로 바꾸기 위한 협업이다. 또 GS그룹에서 운영하는 스타트업 프로그램 ‘더 지에스 챌린지’에 루츠랩이 선정돼, GS리테일의 헬스앤뷰티(H&B) 스토어 랄라블라와 함께 자체 브랜드 화장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루츠랩이 개발한 배 석세포 활용 미세플라스틱 대체재

Q. 창업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

“예상할 수 없던 문제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앞서 커피 찌꺼기 업사이클링 사업을 할 때는 유통 과정에서 곰팡이가 발생하기도 했다. 또 대학교 수업과 사업을 병행하는 것도 고충이다.”

Q. 스타트업을 운영하며 가장 즐거웠던 순간은?

“우리 아이템이 인정받은 순간이다. 사실 루츠랩이 개발한 아이템은 성공 가능성이 낮은 소재들이다. 특히 석세포는 양산이 까다로운 소재다. 이 아이템으로 개발, 양산화에 성공할 때나, 지원 사업 혹은 창업 경진 대회에서 선정될 때 가장 뜻깊다.”

루츠랩이 개발한 친환경 미세플라스틱 대체재

Q. 친환경 소재 개발 스타트업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루츠랩만의 차별점은 무엇인가?

“석세포, 키토산을 활용한 미세플라스틱 대체재는 확실한 수요가 있다. 친환경 소재 사업, 혹은 임팩트 비즈니스를 한다고 하면 ‘돈이 되지 않는 사업’, ‘자체적으로 자립하기가 쉽지 않는 사업’이라는 이미지가 강한데, 현재 루츠랩이 개발에 주력 중인 소재는 소비처에서 확실한 수요가 있는 품목들이다.

또 루츠랩은 친환경 생산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회사다. 생산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유해화학물질을 사용하지 않고 생산하고, 폐기물을 최대한 업사이클링해서 개발한다. 친환경을 루츠랩의 핵심 가치로 삼되, 비즈니스도 놓치지 않을 수 있는 소재 개발을 진행 중이다.”

미세플라스틱 대체재를 연구하는 루츠랩 직원

Q. 루츠랩의 내년 목표는 무엇인가?

“석세포 공장 증설이 최우선 목표다. 연간 300톤의 석세포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만들 계획이다. 기존에 있던 공장은 이번에 임대가 만료됐고, 새롭게 증설될 공장은 투자금이 납부 되는 대로 시작될 예정이다. 또 내년 매출은 171억원으로 예상 중이다. ”

Q. 루츠랩의 장기적 비전은 무엇인가?

관련기사

“루츠랩의 핵심 소재로 농수산 분야에서 지속해서 발생하는 사회적 문제점을 해결하는 것이 장기적 목표다. 굴, 전복 패각도 큰 문제가 되고 있다. 패각은 석회석 성분으로 구성돼있기 때문에, 버려지면 전부 이산화탄소를 유발한다. 이 문제가 꾸준히 쌓이면 터질 시점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본다. 

ESG가 최근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임팩트 비즈니스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검증된 사례는 많이 없다. 환경 문제를 해결하면서 더 나은 임팩트 비즈니스(환경·복지 등 여러 사회 현안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면서도 재무적 수익을 창출하는 사업)를 보여주고 싶다. 루츠랩이 사회적 문제점을 친환경적으로 조금이라도 해결할 수 있다면 그게 성공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