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북의 메타버스 선언, '플랫폼 전쟁' 선전포고다

[김익현의 미디어 읽기] 저커버그의 도발 vs 애플의 대응

데스크 칼럼입력 :2021/11/16 15:32    수정: 2021/11/17 16:06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마크 저커버그는 왜 그토록 메타버스에 공을 들일까? 왜 세계 최고 인지도를 자랑하는 ‘페이스북’이란 브랜드까지 포기하면서 ‘메타버스 퍼스트’를 외칠까?

많은 언론들이 저 질문에 대한 답을 내놨다. 대략 두 세 가지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개인정보 유출과 반독점 공세 탈피 전략이다. 

둘째. 내부 폭로 때문에 드러난 문제들로 부터 시선을 돌리려는 시도다.

셋째. ‘아재 플랫폼’으로 전락한 페이스북의 차세대 생존 전략이다.

마크 저커버그의 아바타가 페이스북이 메타로 회사명을 바꾼다고 공식 발표하고 있다. (사진=씨넷)

개인적으로는 세 가지 모두 근거가 많은 설명이라고 생각한다. 안팎에서 궁지에 몰린 페이스북이 돌파 전략의 일환으로 메타버스를 전면에 내세웠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하지만 이렇게 얘기하고 끝내면 좀 허전하다. 국면 타개용이라고 보기엔 너무나 진지하다. 

그래서 난 페이스북의 메타버스 전략은 '플랫폼의 우산 속에 있기엔 너무나 커 버린 기업'의 독립 선언이라고 보는 편이다. 그리고 그런 야심이 드러난 첫 행보는 2014년 단행된 오큘러스 인수라고 생각한다. 

이 정도 운을 뗀 다음에 다시 한번 질문을 던져보자.

“페이스북은 왜 그토록 메타버스를 강조하는 걸까?”

■ 저커버그, 수시로 '플랫폼 입점 업체의 한계' 토로 

이 질문에 대해선 IT전문매체 리코드의 설명이 꽤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리코드는 “저커버그가 메타버스에 관심을 갖는 것은 결국 (모바일 생태계를 양분하고 있는) 애플이나 구글에 의존하지 않고 직접 소비자들과 연결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악시오스(Axios)의 분석은 더 직접적이다. 페이스북의 메타버스 전략은 '차세대 플랫폼 전쟁'의 신호탄이라는 것이다. 아예 경쟁의 문법을 바꿔버리겠다는 거대한 야심의 일환이라는 설명이다. 따지고 보면, 이 설명 역시 리코드와 비슷하다. 애플, 구글이란 거대 플랫폼의 지배를 받는 상황을 더 이상 용납하기 싫다는 독립선언이란 의미이기 때문이다. 

애플이 iOS14.5부터 적용한 앱추적 투명성 정책. 플랫폼 입점 기업 페이스북은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마크 저커버그는 ‘메타’로 회사명을 바꾸면서 거대 플랫폼의 지배를 받아야만 하는 상황에 대해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다. 실제로 페이스북은 여러 차례 애플과 부닥쳤다.

가장 최근 사례는 애플이 iOS14.5에 적용한 ‘앱추적투명성’ 정책을 둘러싼 공방이다. 애플이 이용자 정보 추적 때 반드시 동의 절차를 거치도록 하자 페이스북은 광고 공세까지 펼치면서 플랫폼 사업자에 대항했다. 하지만 플랫폼을 벗어나지 않는 한 변화된 규칙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이 굉장히 불쾌했을 것이다.

실제로 저커버그는 초기부터 애플, 구글에 종속되는 상황을 굉장히 두려워했다.

PC 플랫폼에서 강자로 군림했던 페이스북은 모바일 플랫폼으로 넘어오면서 아이폰용 앱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처음엔 아이폰용 앱 제작을 꺼렸다. 플랫폼 종속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다. 결국 플랫폼 파워에 굴복해 앱을 만드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지만, 끊임 없이 플랫폼 독립 시도를 했다.

그 대표적인 것이 2013년에 내놨던 ‘페이스북 홈’(facebook home)이었다. 페이스북 홈은 스마트폰 첫화면을 페이스북 기능에 최적화해 주는 일종의 ‘런처’ 프로그램이었다.

당시 저커버그는 페이스북 홈이 단순한 앱이 아니라 새로운 세상의 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스마트폰을 페이스북과 완벽하게 통합해 스마트폰 자체가 페이스북 중심으로 돌아가도록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페이스북이 2013년에 시도했던 페이스북 폰.

물론 페이스북의 이런 시도는 실패했다. ‘페이스북 홈’은 어쩔 수 없이 기존 모바일 플래폼의 아류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페이스북은 ‘페이스북 홈’ 출시 이듬해인 2014년에 VR 전문업체 오큘러스를 인수했다. 오큘러스는 이제 페이스북 메타버스 비전의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페이스북이 이름까지 바꾸면서 ‘메타버스 퍼스트’를 외치는 것은 그 동안의 이런 시도와 관련이 있는 것 같다. 모바일 플랫폼, 특히 강력한 폐쇄정책을 펼치는 애플의 지배를 받는 상황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위기 의식에서 나온 전략인 것 같다는 의미다.

■ 페이스북의 도발에 애플은 어떻게 응수할까

페이스북의 ‘메타버스 퍼스트 선언’을 차세대 플래폼 경쟁의 신호탄으로 볼 경우 관심을 끄는 것은 애플의 응수다. 애플 역시 수 년 동안 ‘아이폰 이후’를 책임질 ‘넥스트 빅싱’을 놓고 많은 고민을 해 왔기 때문이다.

아이패드, 애플TV 등을 유력한 후보로 밀어봤지만, 여의치 않았다. 최근엔 애플카가 유력한 넥스트 빅싱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왼쪽)와 팀 쿡.

그런 상황에서 페이스북이 ‘메타버스’를 통해 애플 생태계 바깥에 새로운 왕국을 건설하려는 시도를 한다면? 아이폰 이용자들이 가장 많이 쓰는 핵심 앱이 애플 왕국 밖으로 나가버린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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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의 착각과 달리 애플의 전략은 ‘혁신의 선구자’와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다른 기업들이 절반쯤 성숙시켜 놓은 시장에 뒤늦게 뛰어든 뒤 찬찬히 지배 하는 전략을 사용해 왔다.

페이스북의 메타버스 전략에 대한 애플의 응수 역시 그런 방식이 될 가능성이 많다. 그래서 페이스북 메타버스 전략의 핵심 변수 중 하나는 애플이 될 가능성도 적지 않아 보인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