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D-택트] 기술입고 '주먹구구' 고객 관리 벗어난 은행

시나리오 기반 시스템 및 AI 적용해 초개인화 마케팅 나선 하나·우리은행

금융입력 :2021/11/13 10:20

디지털 컨택트(Digital Contact)가 일상으로 자리잡은 지금, 한 주간 금융업권의 디지털 이슈를 물고, 뜯고, 맛보는 지디의 '금융 D-택트'를 격주 토요일 연재합니다. 디지털 전환의 뒷 이야기는 물론이고 기사에 녹여내지 못했던 디테일을 지디넷코리아 독자 여러분에게 소개합니다. [편집자주]

"괜찮은 적금 추천해드릴까요?"나 "연금보험 가입하시면 어떠세요?"라고 뜬금없이 불필요한 상품을 권해줬던 은행들의 고객 서비스가 '환골탈태'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적금을 해지할 시점에 목돈을 유치하는 예금을 권하거나, 대출을 보유하고 있는 고객에겐 대출 금리를 인하할 수 있는 금융상품을 권하는 등 상대적으로 맞춤형 고객 서비스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이 뒷단에는 기술과 데이터가 있죠. 영업점·유선전화 고객센터·인터넷 및 모바일 채널로 흩어져 있던 데이터가 한 군데로 집결되고 방대한 고객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는 데이터 분석 기술이 적용되면서 가능해졌다는게 은행업계의 전언입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고객 분석 시스템, 인공지능(AI) 기반 고객 초맞춤형 서비스 등을 실제로 느낀 사례가 있습니다. 2005년부터 하나은행을 주거래 은행으로 사용했던 기자는 올해 10월 재밌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급여가 이체되자 하나은행은 '10월분 급여 입금이 정상 확인되었고, 해당월에 급여 입금으로 이런이런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입니다. 16년 여만에 처음 받아보는 메시지라 생소했지만, 급여 이체로 인한 혜택과 동시에 가입하면 좋은 상품을 추천해주니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뿐만 아닙니다. 우리카드의 경우 연결된 체크카드의 잔액 부족이라 결제에 실패하면, '해당 카드는 일정 한도 내에 신용 기능을 쓸 수 있는 서비스가 있다'며 가입하는 절차를 안내해주기도 합니다.

하나은행이 구축한 고객 지원 시스템으로 발송된 카카오톡 메시지.

어떻게 이런 것들이 가능해졌을까요. 하나은행은 지난 7월 대면과 비대면 고객을 아우르는 조직을 개설했습니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아우른다는 '옴니채널'과 관련한 옴니채널 관리 유닛이지요. 이를 중심으로 은행의 각 채널(영업점·콜센터·모바일뱅킹·문자·이메일 등)의 데이터를 통합하고 고객 수요 분석과 서비스 개발에 나서고 있다게 은행 측 설명입니다.

고객 지원 시스템은 시나리오(룰) 베이스로 설계됐습니다. 은행 직원과 고객 민원을 주기적으로 점검해 시나리오를 설계한 후 시스템에 적용하는 방식입니다. 하나은행 측은 "고객 거래 단계, 생애 여정별로 다양한 시나리오를 도출하고 만족도와 고객 수, 개발 난이도에 맞춰 시스템에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우리은행도 고객 행동 패턴을 기반으로 한 개인화 마케팅을 본격 적용했습니다. 디지털 로그·전화 상담내역(음성)·영업 이력(텍스트)·요구불 통장의 비고란(텍스트) 등 비정형 데이터를 정비하고, AI 분석 알고리즘을 사용해서 고객별 맞춤형 상품 및 서비스를 추천해 주는 방식입니다. 우리은행 측은 "비대면 채널의 경우 상품군별로 20~30% 이상 마케팅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자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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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은 더 나아가 마케팅 목적에 따라 고객 그룹을 빠르게 추리고 마케팅에 연계하는 '레디 메이드(Ready-made) 타깃팅 시스템'을 준비 중입니다.

앞으로 은행업권의 이 같은 기술을 기반으로 한 고객 지원 서비스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양한 금융업권의 상품을 한 데 모아 보여주는 큐레이션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과 경쟁해야하는 시점이 더욱 빠르게 오고 있기 때문이죠. 수 십 개의 금융사의 서비스를 한눈에 봐도 되는 상황서, 은행이 원치도 않은 상품을 권해준다면 고객의 손길은 당연히 플랫폼으로 가겠지요. 조금더 현명해진, 스마트한 은행의 고객 관리가 미래를 바꿀 수 있을지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