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게임'의 글로벌 흥행에 힘입어 K콘텐츠의 위상이 더 높아지면서 한국에서 탄생한 웹툰의 경쟁력도 재조명되고 있다.
탄탄한 세계관과 스토리를 갖춘 데다 영상화에도 최적화된 만큼 상품성이 높아지면서다. 이에 콘텐츠 기업들은 기존의 창작 방식을 넘어 다양한 지적재산권(IP)을 웹툰으로 재탄생 시키는 실험에 나서고 있다.
콘텐츠 기업 리디는 기존 경쟁력을 바탕으로 웹소설과 전자책 IP를 웹툰화하는 ‘노블코믹스’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웹소설 뿐만 아니라 역사 장편소설, 스릴러, SF, 에세이, 논픽션 등 다양한 콘텐츠를 원천 IP로 활용해 차별화를 꾀한 것이다. 스토리텔링이 뛰어난 작품이라면 트렌드를 이끄는 장르나 형식이 아니더라도 흥행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하에 꾸준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이를 통해 작품의 화제성이 상승하는 등 가시적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추리소설 ‘사소한 거짓말’은 웹툰으로 선보인 지 3개월만인 지난 5월, 원작 소설이 리디북스 한국소설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며 역주행했다. 국내를 넘어 해외 시장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로맨스 판타지 웹소설을 웹툰화한 ‘참아주세요, 대공’은 리디의 글로벌 웹툰 구독 서비스 만타에 선보인 지 한 달 만에 글로벌 조회수 190만 건을 돌파하며 인기를 입증했다.
리디는 IP사업 확장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먼저, 웹툰 OST 사업을 본격화했다. 로맨스 웹소설을 웹툰화한 ‘티파니에서 모닝 키스를’ OST에는 소유와 진영이 참여해 화제를 모았다. 지난 9월 첫 공개된 소유의 ‘Breath’는 여자주인공 유하리의 짝사랑을 담아내 호응을 얻었으며, 지난달 발매된 ‘넌 사랑을 모른다 했지’는 진영의 프로듀싱 및 가창을 바탕으로 남자주인공 은호의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해 주목받았다.
영상화도 활발하게 추진 중이다. 인기 웹소설을 웹툰화한 ‘시맨틱 에러’는 지난 3월 애니메이션 스트리밍 플랫폼 ‘라프텔’을 통해 스페셜 애니로 탄생한 데 이어, 현재는 웹드라마 제작을 앞두고 있다. 농촌을 배경으로 한 로맨틱 코미디 웹소설 ‘어쩌다가 전원일기’도 지난 8월경 드라마화를 확정 지었다.
네이버웹툰과 카카오엔터테인먼트도 외부 IP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저변 확대에 나섰다.
네이버웹툰은 글로벌 엔터 기업의 슈퍼 IP를 오리지널 콘텐츠로 제작하는 ‘슈퍼캐스팅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지난달 DC코믹스와의 첫 협업 작품 ‘배트맨: 웨인 패밀리 어드벤처’를 북미 등에 발표했으며, 하이브와 함께 BTS(방탄소년단) 웹툰도 선보일 계획이다.
가장 먼저 연재를 시작하는 작품은 방탄소년단의 오리지널 스토리 ‘7Fates: CHAKHO’로, 내년 1월 15일에 최초 공개된다. 근미래의 도시를 배경으로 한 어반 판타지 장르로, 조선시대 ‘범’ 잡는 부대로 알려진 ‘착호갑사’에서 모티브를 얻어 제작됐다. 운명으로 묶인 7명의 소년이 함께 시련을 이겨내고 성장하는 이야기로, 한국 전통 설화를 새롭게 재해석해 국내는 물론 전 세계 팬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엔하이픈과 함께한 ‘DARK MOON’(다크 문)도 공개된다. 뱀파이어 소년들이 비밀을 간직한 소녀를 만나게 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려낸 하이틴 로맨스물로, 뱀파이어 소년들의 청춘과 우정, 그 이면에 있었던 비밀까지 하이틴 로맨스의 전형적인 틀에서 벗어난 새로운 재미를 전한다. ‘DARK MOON’은 시리즈물로 제작되며, 첫 번째 시리즈로 ‘DARK MOON: 달의 제단’(다크 문: 달의 제단)이 1월 16일부터 연재된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와 협업한 ‘별을 쫓는 소년들 - THE STAR SEEKERS’(별을 쫓는 소년들 – 더 스타 시커스)는 1월 17일부터 만나볼 수 있다. 마법과 현실이 공존하는 세계에서 아이돌 그룹으로 살아가는 소년들이 세상의 마지막과 둘러싼 비밀에 맞서 싸워 나가는 판타지 장르의 성장물이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한 네이버웹툰과 하이브의 시너지가 글로벌로 이어나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이브는 가장 많은 글로벌 사용자와 뛰어난 제작 역량을 갖춘 네이버웹툰을 통해 기존 장르를 넘어선 IP 확장 기반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 네이버웹툰 역시 지금까지 공개되지 않았던 새로운 IP로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를 선보이는 동시에, 아티스트들의 팬덤을 통해 사용자 규모를 보다 확대할 수 있다. 또 더 많은 글로벌 슈퍼 IP들이 스토리테크 플랫폼으로 모여 웹소설과 웹툰 등 다양한 콘텐츠로 연결되는 IP 확장을 네이버웹툰이 글로벌 무대에서 이끌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게임 업계와 협업을 시도했다. 지난달 ‘롤(LoL, 리그 오브 레전드)’의 전설적 프로게이머 ‘페이커’가 게임 고수 캐릭터로 등장하는 웹툰 ‘더 챌린저’를 공개해 시선을 모았다. 웹툰과 게임이 MZ세대의 대표 히트 콘텐츠인 만큼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일본 출판 백천사와 협업해 웹소설 ‘세계관 최강자들이 내게 집착한다’를 웹툰으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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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코끼리 작가의 ‘세계관 최강자들이 내게 집착한다’는 여성향 게임 속 악당의 여동생으로 환생한 주인공을 중심으로 재기발랄한 에피소드를 풀어나가는 로맨스 판타지 작품이다. 이번 사례는 글로벌 무대에서 하루가 다르게 발전 중인 K웹툰/웹소설의 인기 실감케 한다. 그간 한국 웹소설이 일본에서 웹툰화되는 경우는 흔치 않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웹툰은 글로벌 소비자들에게 익숙한 형태의 모바일 만화이자, 그 자체로 영상의 스토리보드가 될 수 있는 만큼 IP의 가치를 높여줄 수 있는 장르”라면서 “콘텐츠 기업들이 탄탄한 스토리를 갖춘 IP를 웹툰으로 제작한다면, 기존 이상으로 파급력을 높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