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공의 크기는 빛뿐만 아니라 보고 있는 물체의 수에 따라서도 변화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네이처, 사이언스얼럿, 기가진 등 IT전문지에 따르면 망막에 도달하는 불빛을 통해 동공은 밝은 장소에서 수축해 광량을 줄이고, 어두운 장소에서는 확대해 광량을 늘린다. 하지만 새 연구 결과에서는 동공의 크기가 빛의 양뿐만 아니라, 보고 있는 물체의 수에 따라서도 작아졌다 커졌다 하는 것이 확인됐다.
수를 인식하는 능력은 고도의 지적 행위로 여겨지지만, 인간 외에도 원숭이, 까마귀, 꿀벌 등도 태어날 때부터 갖고 있다.
시드니 대학 심리학부 데이비드 버(David Burr) 교수는 “우리는 주위를 둘러볼 때 보이는 것의 형태나 크기, 움직이는 색을 자발적으로 지각한다”며 “이처럼 우리는 눈앞에 있는 물체의 수도 자발적으로 인식하고 있다. 다른 대부분의 동물과 공유된 이 능력은 진화의 기본인데, 덕분에 나무 위에 있는 사과의 수나 공격하는 적들의 수 등 중요한 수를 바로 인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버 교수 연구팀은 “인간의 원시적인 생리학적 반응 속에 물체의 수를 자발적으로 인식하는 능력의 증거가 존재하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이에 연구팀은 빛에 따라서 자동적으로 수축, 확대되는 동공의 크기가 지각하는 수의 많고 적음에 따라서도 변화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가정 하에 이번 실험을 하기로 했다.
연구팀은 16명 피실험자에게 특정 개수의 점이 찍힌 화면을 보여주고, 이후 점들을 선으로 연결한 화면을 보여줬다. 2장의 화면에서 점의 수 자체는 변하지 않지만, 점들을 선으로 묶어 연결했을 때 점의 수가 적어보이는 착각이 들게 하는 실험이었다.
피실험자는 화면을 볼 때 특정 작업이 요구되지 않았고, 그저 수동적으로 화면을 보는 것만 요구를 받았다. 그 뒤 연구팀은 피실험자에게 첫 번째 화면과 두 번째 화면 중 어느 쪽이 더 많은 점이 그려져 있었는지를 판단하도록 요구했는데, 두 번째 그림으로 지각한 점의 수가 첫 번째 화면보다 평균 20% 이상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세트로 된 2개의 점이 하나의 덩어리라고 반사적으로 지각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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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화면을 보여준 뒤 6초 동안 눈동자 크기가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분석했는데, 실제로 첫 번째와 두 번째 점의 수가 변하지 않았음에도, 착각에 의한 점의 수 지각 변화가 동공 크기에 변화를 주는 것으로 판명됐다. 동공의 지름은 지각된 점의 수가 많을 때 확대되고, 점의 수가 적은 때에 수축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연구에 참여한 피렌체 대학의 엘리사 카탈디(Elisa Castaldi) 박사는 “이 결과는 수치 정보가 본질적으로 지각과 관련돼 있음을 나타낸다”며 “이는 중요하고 실용적 의미를 가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수학적인 학습에 있어 계산 장애가 있는 경우 이런 능력이 손상될 수 있는데, 동공의 크기 변화를 관찰하면 계산 장애를 조기에 발견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