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생각보다 똑똑한 증거

사람들에게 가장 지능이 높은 동물을 나열하라고 하면 침팬지, 돌고래, 강아지 등이 언급된다. 반면 말을 꼽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드물다.

그런데 거울 테스트 결과 사람과 마찬가지로 말도 자기 인식 능력이 있음이 확인됐다.

더컨버세이션, 기가진 등 외신에 따르면 이탈리아에서 가장 역사가 오래된 대학 중 하나인 피사 대학교 연구팀은 거울 테스트를 통해 말도 자기를 인식하는 능력을 갖고 있음을 알아냈다.

거울에 비친 상을 자기 자신으로 인식하는 능력을 알아보는 실험은 여러 동물에 대해 이뤄져 왔다. 이를 통해 물고기가 거울로 자신을 인식하고, 돌고래가 인간의 아기보다 더 빠른 단계에서 거울 테스트를 통과한 사실이 확인되기도 했다.

거울 테스트는 동물의 몸 가운데 이마, 귀 등 자신이 안 보이는 부분에 마크를 표시한 뒤, 이 동물이 거울에 비치는 마크에 주의를 기울이는지를 관찰한다. 동물이 거울 앞에서 마크가 그려진 신체 부위를 만지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소비하는지 지켜보는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이것은 동물이 거울에 반사된 자신의 모습을 인식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동물이 거울에 비친 상을 가지 자신으로 인식하는 능력을 알아보기 위한 이 실험은 대형 영장류나 돌고래, 물고기 같은 몇 마리의 동물만이 통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거울 테스트는 1970년 침팬지의 자기인식 능력을 증명하기 위해 처음 사용됐다.

이번에 새롭게 열린 연구에서는 말이 거울 테스트에 합격될지 여부를 조사하기 위해 이뤄졌다. 연구팀은 지름 20m의 원형 울타리에 하루 30분씩 4일 간 말을 넣고, 너비 1.8m 거울에 대한 말의 반응을 관찰했다. 시험 첫날 거울 반사면을 원형 울타리 밖을 향하게 한 뒤 말이 원형 울타리에 익숙해지도록 했다.

실험 2일째는 거울을 원형 울타리 안쪽을 향하게 한 뒤 거울에 커버를 씌운 경우와 커버를 뗀 경우 말이 거울에 주의를 기울이는 시간과 말이 거울을 곰곰이 관찰한 시간을 계측했다. 그 결과 거울의 커버를 뗐을 때 더 오랜 시간 거울을 보고 관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험 3일째에는 말이 자기가 볼 수 없도록 양쪽 뺨에 무색 초음파 젤로 십자 모양을 그린 뒤 말이 거울 앞에서 얼굴을 긁는 시간과 몸을 긁는 시간을 측정했다. 또 실험 4일째에는 말에게 눈에 띄는 색깔인 황색과 청색을 입힌 초음파 젤로 십자 마크를 그린 뒤 거울 앞에서 얼굴을 긁는 시간과 몸을 긁는 시간을 계측했다.

그 결과 얼굴이 긁힌 시간의 경우 무색 마크를 그렸을 때 평균 1.29초인 반면, 유색 마크를 그렸을 때는 6.21초를 기록해 오랜 시간 거울을 보는 것으로 관찰됐다. 몸을 긁은 두 경우에는 유의미한 차이가 발견되지 않았다.

이에 연구팀은 “말은 거울에 비치는 상이 자신임을 인식하고 눈에 보이는 이물질을 긁었다”면서 “말은 자기 인식 능력이 있다”고 결론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