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침팬지보다 공을 잘 던지는 이유

美 그랜드 밸리 주립 대학 교수 "사냥으로 인한 진화 때문”

과학입력 :2021/04/02 17:13    수정: 2021/04/02 17:13

인류가 다른 동물과 겨뤘을 때 이길 수 있는 몇 안 되는 물리적인 능력은 바로 ‘물건을 던지는 힘’이다.

더컨버세이션, 기가진 등 외신은 한 생물학자가 해설한 인간이 지구상에서 한층 더 뛰어난 투척력을 얻은 경위를 설명해 눈길을 끌었다.

이 생물학자에 따르면 야구 투수의 투구 속도는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는 야구 선수가 경기 중 던진 공의 평균 속도는 2008~2020년 사이 약 1.5마일(약 2.5km) 늘어났다.

투수 사진(제공=이미지투데이)

2019년 시즌에는 1천개 이상의 투구를 던진 281명의 투수 중 거의 90%가 평균 90마일(약 145km) 이상의 패스트볼을 던졌다. 한때 뉴스 가치가 있는 이벤트였던 100마일(약 161km)의 패스트볼은 이제 비교적 일반적이 됐다.

MLB 투수만이 전문 투수는 아니다. 대부분의 건강한 사람들은 최대 시속 30마일을 기록하는 훨씬 더 강한 침팬지 친척보다 더 빨리 던질 수 있다. 던지기 훈련을 받은 8~14세 소년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여전히 침팬지보다 두 배 더 빨리 던질 수 있었다.

미국 그랜드 밸리 주립 대학에서 생물학을 가르치는 마이클 롱발 교수에 따르면 몸의 여러 부위를 고도로 연계시키고 사냥에서 먹이를 잡는데 충분한 속도로 물건을 던질 수 있는 동물은 인간 밖에 없다. 인류가 진화 과정에서 이처럼 강력한 투척력을 갖게 된 것은 4개의 발로 걷고 있던 인간의 조상이 2족 보행을 시작한 것이 발단이 됐다. 약 400만 년 전쯤 비교적 초기 인류 조상인 오스트랄로피테쿠스 화석에서도 물건을 갖고 던지는 것이 엿보이는 흔적이 확인되고 있다.

그런데 물건을 던질 수 있는 것과, 사냥할 만큼 잘 던질 수 있는 것은 별개다. 현대의 인류처럼 허리를 이용해 몸을 회전하고 어깨, 가슴, 팔의 움직임을 연동시켜 정밀하게 고속의 투척 능력을 획득한 것은 약 200만년 전 호모 에렉투스 때문으로 보고 있다.

호모 에렉투스가 고도의 투척력을 획득한 배경에는 ‘사냥’과 ‘전투’라는 두 가지 설이 있는데 특히 사냥 때문이라는 설이 더 유력하다. 침팬지 같은 유인원은 몸을 지키기 위해 물건을 던지는 경우는 있어도 사냥 때문에 물건을 던질 수는 없다. 이 때문에 투척력은 전투 때문에 이용돼, 점차 사냥에 응용된 것으로 롱발 교수는 해석했다.

투척력은 특히 수렵 채집 사회에서 남자에게 중요한 기술이었다. 뛰어난 투척으로 사냥과 전투를 유리하게 할 수 있는 남성은 사회 속에서 위상이 높아지면서 결혼 상대도 풍족하게 얻을 수 있었다. 이 때문에 자연 도태에 의한 남성의 투척력은 점점 커진 것으로 보인다.

관련기사

현대에서도 투척력에는 성에 따른 차이가 있다. 롱발도 교수에 따르면 남성의 골격은 여성의 골격에 비해 물건을 던지는 데 적합하다. 반면 훈련을 받은 남자 선수와 여자 선수 사이에 투척 정도의 차이가 거의 없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롱발도 교수는 “팀 린스컴, 페드로 마르티네즈 선수는 날씬하지만 자신보다 체격이 좋은 투수보다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다”면서 “이런 선수의 육체는 인류가 지구상에서 가장 뛰어난 투수가 될 수 있도록 진화해온 일종의 표본이다. 야구 선수의 투척력이 향상되면서 이제 마운드와 타석의 거리를 뗄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