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 없이 이용자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한 페이스북과 이용자 간 분쟁 조정 차원에서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인당 손해배상금 30만원 지급하고 제공한 개인정보 유형 및 내역을 안내하라고 제안했다.
개인정보 분쟁조정위원회는 29일 페이스북에 이같은 분쟁조정안을 제시했다.
분쟁조정위는 신청인들의 증빙자료와 개인정보위가 페이스북에 대해 작년 11월, 지난 8월 각각 의결한 제재 처분을 토대로 분쟁조정안을 심의, 의결했다.
페이스북은 제3자에게 개인정보를 무단 제공한 건, 개인정보 처리 주체 변경에 대한 미고지 등으로 각 처분을 받은 바 있다.
이에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 88명은 페이스북을 상대로 개인정보 집단분쟁조정을 신청했다. 개인정보 분쟁조정은 개인정보의 유출이나 오·남용 등에 따른 피해에 대해 법원 소송보다 신속하고 간편하게 당사자 간 합의로 분쟁을 해결하는 제도다. 분쟁조정 절차 개시 이후 추가 당사자 93명이 모집돼 총 181명이 분쟁조정을 신청했다.
분쟁조정위는 페이스북이 1만개 이상의 서드파티 앱 개발자가 대한민국 페이스북 이용자 개인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이런 사실을 페이스북 이용자에게 알리거나 동의를 받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또 신청인들의 개인정보 열람 청구 등에 대해서도 거부하는 등, 페이스북이 신청인들의 개인정보를 동의 없이 제3자에게 제공하지 않았음을 입증하지 못했다고 간주했다. 이런 점에서 분쟁조정위는 신청인들의 개인정보가 동의 없이 제3자에게 제공됐다는 점에 대한 상당한 개연성이 존재한다고 봤다.
분쟁조정위는 이날 의결된 조정안을 즉시 양 당사자에게 통지할 예정이다. 조정안 수락 의사는 통지 후 15일 내로 밝히도록 돼 있다. 분쟁조정위가 제시하는 조정안을 양 당사자 모두 수락하면 조정이 성립돼 개인정보보호법 등 관련 규정에 따라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이 발생한다. 그러나 당사자 누구라도 조정안을 수락하지 않으면 ‘조정불성립’으로 종결된다.
다만 페이스북이 개인정보 분쟁조정에 대해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어 조정안 수락 여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전망이 우세하다. 페이스북은 이번 분쟁조정과 관련한 개인정보위의 처분에 대해서도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페이스북이 이같은 입장을 취하는 배경에는 현재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 제도가 활성화돼 있지 않은 점이 고려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최경진 가천대 법대 교수는 "분쟁조정 제도의 경우 현행법 상 기업은 참여 의무가 없기 때문에, 피해자로선 자체적으로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피해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은 편"이라며 "법원에 해결을 맡기는 법정 손해배상 제도도 있지만, 활용이 활발하지 않아서 세부적인 절차가 구체화돼 있지 않고, 보상 사례가 많지 않으니 인지도도 떨어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개인정보위는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을 통해 분쟁조정 제도의 실효성 제고를 추진 중이다. 현재 국회에 제출된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에는 분쟁조정 의무 참여 대상을 현행 공공기관에서 민간 기업으로 확대하고, 분쟁조정위가 관계기관 등에 대한 자료 요청, 현장 출입 및 조사 등 사실조사를 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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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환 개인정보 분쟁조정위원장은 “페이스북과 같은 거대 플랫폼 기업으로의 개인정보 편중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상대적 약자인 정보 주체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도입된 집단분쟁조정 제도의 취지를 고려해 조정 결정을 내렸다"며 "글로벌 기업인 페이스북이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책무를 이행하기 위해서라도 조정안을 수락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분쟁조정 제도의 실효성 확보를 위한 이번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신속하게 처리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